[78오름돌] 당신의 삶을 지탱해 나가세요
[78오름돌] 당신의 삶을 지탱해 나가세요
  • 손영섭 기자
  • 승인 2011.05.04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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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학기 초 나는 극심한 번뇌에 빠졌었다. 사람들과 만나기보다는 방에 혼자 있고, 밥도 잘 먹지 않거나 혼자 먹게 되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잠깐 우울증에 걸렸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때 내 머릿속에 자리잡고 있던 생각은 대학을 졸업하고 어떤 삶을 살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대학에 진학하기 전에는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해 뛰어난 학자가 되겠다고 다짐했었으나, 1년간 대학생활을 하고 어려운 전공수업을 막 듣기 시작한 그 시점에서 나는 이 길이 나에게 맞는 길인가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분명 물리가 좋아서 물리학과에 진학하였으나 당시 내가 보기에는 졸업 후 나의 진로가 막막했다. 첫째로, 전공 공부가 어려웠다. 남들은 다 잘 따라가는데 나만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 되었다. 또 하나는 이런 성적으로 졸업해 겨우 내 밥벌이나 하면서 살지는 않을지 걱정되었다. 그러한 생각들로 인해, 현재로서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만이 최선의 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나의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계기는 최근에 일어난 국내 모 대학의 일련의 자살 사건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나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이들의 죽음이었지만, 나에게는 그들의 선택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자세한 내막은 알 방도가 없었으나 같은 이공계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으로서 그들도 나와 같은 고민을 심각하게 해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런데 그들에게 죽음이 최선의 선택이었을까? 그들의 소식을 접하고, 나는 지금 왜 삶을 지켜내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내 삶의 목표를 ‘행복’으로 정했다. 매 순간 행복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내 삶은 행복했던 삶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 그렇다면 행복은 무엇일까?

 일련의 자살사건이 일어나고 집에서 많은 전화와 문자가 왔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왔던 것 같다. 나만이 아니라 우리대학 많은 학우들도 그랬을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 주변에는 너무 자주 보아 이제는 그냥 익숙해져 버린 사람들이 많다. 장난삼아 친구들에게 “어차피 인생 혼자 사는 거야.”라고 말하지만 사실 인생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그런 사람들과 서로 소통하며 지내는 것이다. 이 사람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의 삶이 끝났을 때 너무나 상심에 빠질 그들을 생각하면 그 누구도 쉽게 삶을 놓을 수 없을 것이다.

 또 하나 이제 2학년이 되어 첫 전공수업을 듣던 시기에 본인은 주변에서 이런 소리를 참 많이 들었다. “우리 학과는 정말 빡세.” “우리 과 전공수업 너무 힘들어, 헬이야.” 그럴 때 마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 너희들의 전공 공부도 힘들겠지, 내 전공 공부도 힘들어. 힘들지 않은 전공이 어디에 있겠니.’ 자기가 하는 일이 가장 힘들어 보이는 것은 어떻게 보면 인간이기에 너무 쉽게 나올 수 있는 불평이다. 하지만 그 불평은 불평으로만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혹시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하던 일을 잠시 멈춰 두고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찾길 추천한다. 여러 가지 길이 있겠지만 본인 같은 경우, 새 동아리에 들어갔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시간이 많아야만 일을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기에, 새로운 활력소를 찾기 위해 예전부터 관심 있던 음악 관련 동아리에 들어갔다. 독자들도 지금 삶이 너무 힘들고 지친다면 잠시 하던 일을 놓고 새로운 삶의 활력소를 찾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