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기획] 교수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가는, 지도사단문화
[주제기획] 교수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가는, 지도사단문화
  • 하헌진 기자
  • 승인 2011.04.1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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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우리대학을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대학에서 ‘지도교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지도교수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대학 중, 우리대학처럼 교수당 학생 비율(1:5.6명)이 매우 낮아 효과적인 지도교수와의 관계를 기대할 수 있는 대학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대학의 지도사단은 얼마나 교류를 하고 있을까. 혹시 당신의 지도사단은 어떤 교류를 하고 있는가. 당신의 지도사단은 다른 지도사단과 다른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가. 포항공대신문사에서는 우리대학의 지도사단문화의 현재 상황과 다양한 사례에 대해 취재하고 지도사단에 대한 학생과 교수의 인식을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 우리대학의 지도사단문화

지도사단문화의 현재

 교수 당 학생 수 적어 교류 쉽고 친밀도 높아
 유대관계 약화, 반면 특별한 교류도 이루어져 


 지도사단이란 지도교수와 그 교수에 배정된 학생들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대학마다 이 지도사단이 존재하고 있지만, 우리대학은 우리만의 특별한 지도사단문화를 자랑한다. 재학생 수가 우리대학에 비해 몇 배 많은 타대학의 경우에는, 그만큼 교수마다 배정되는 학생 수가 많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지도사단문화’라 칭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기 어렵다. 이에 반해 우리대학은 보통 교수 당 한 학번에 한두 명의 학생이 배정되기 때문에 지도사단 구성원의 수가 열 명 내외가 되고, 서로 간의 교류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리대학 내에서도 10개의 학과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지도사단을 형성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지도교수 아래 학부생이 임의로 배정되지만, 일부 학과에서는 약간의 차별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생명과학과의 경우, 두 가지 형태의 지도사단이 존재한다. 한 가지는 다른 과와 마찬가지로 지도교수 아래 학부생들이 모인 형태이고, 다른 하나는 대학원생이 중심이 되어 지도교수제와는 별개로 운영되고 있다. 이 대학원생 중심의 지도사단은 대학원생들의 실질적인 이야기를 편하게 들을 수 있고, 학번 간의 친목을 도모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화학과는 학사논문을 쓰기 시작하는 시점에 지도교수를 변경하기 때문에 제도상의 지도교수와 졸업논문의 지도교수가 달라지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다. 수학과 역시 3학년이 되면서부터 원하는 지도교수를 선택하며, 화학공학과의 경우에도 매년 지도교수가 변경되고 학생의 희망에 따라 원하는 지도교수를 배정받을 수 있다.

 지도사단문화는 개교 이래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온 것으로, 과거에는 현재보다 더 끈끈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대학이 막 설립되었을 때에는 교수들의 연구 부담이나 여러 활동이 현재보다 적었고, 시대곂?堧?요인으로 학생들에게 투자할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편, 본지 220호(2005년 4월 13일자)에서는 과거에 활발했던 지도사단문화가 점점 퇴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시 지도교수와 학생 사이의 관계가 멀어지고 있는 원인으로 교수들의 연구 부담과 학생들의 적극성 결여, 불합리한 시스템 등이 언급되었다. 학생을 향한 교수의 높은 관심은 대학설립 초기부터 기사가 쓰여진 2005년을 지나 현재까지 항상 변함이 없어 보이나 시대의 변화와 함께 지도사단문화의 방향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도사단에서는 보통 한 학기에 한 번 정도 한자리에 모여 식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지도회식을 한다. 또한 수강신청 혹은 정정, 수강과목포기 등의 확인을 위해 지도교수를 방문하기도 하며, 스승의 날과 같은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모여 감사표현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을 실질적인 지도교수와 학생 간의 교류라고 볼 수는 없다. 이렇게 형식적인 만남만을 가지는 지도사단이 있고, 지도교수의 얼굴도 잘 모를 정도로 교류가 아예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지도사단도 존재한다. 그만큼 교수와 학생 사이의 유대관계가 약화되고 있다.

 반면, 특별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지도사단도 있다. 이러한 지도사단에서는 교수와의 면담이 자주 이루어지고 있다. 교수가 지도학생들에게 연락하여 한 달에 한 번 꼴로 면담을 해 주는 경우도 있고, 학생이 스스로 지도교수에게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현재 대학생활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고민, 앞으로의 진로 등에 관련된 면담이 이루어지는데, 어떤 지도사단에서는 학기 당 2~3회, 회당 1~2시간 내외의 긴 진로상담을 하고 있어 실질적으로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기계공학과의 한 교수는 직접 상담하는 것은 물론이고, 본인의 연구실 대학원생과 지도학생을 멘토-멘티로 연결하여 교수에게 질문하기 어려운 것을 대학원생에게 물어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생명과학과의 한 교수는 지도학생이 상담을 요청하거나 수강신청 확인을 받으러 오면, 함께 식사를 하며 여러 가지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해 준다고 한다. 또한 지도학생들과 함께 산행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는 교수도 있다.

 이와 같이 전반적으로 교수와 학생 사이의 유대관계가 약화되고 문화의 형태가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활발한 교류를 유지하고 있는 지도사단도 많이 존재한다. 또한 교수 한 명 당 학생 수가 적어 타대학보다 지도교수와의 만남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우리대학만의 장점을 살려, 교수와 학생이 함께 만들어가는 지도사단문화가 더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가영 기자 kimka13@postech.ac.kr

 


 

- 지도사단문화에 대한 교수와 학생의 인식

①  가상 인터뷰 - 학생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교수님 찾아뵙기 어려워

기자: 반갑습니다. 학생의 지도사단은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나요?
조은예(이하 조): 네. 지도교수님께서 상담도 자주 해주시고 가끔씩 오피스에 찾아가면 잘 반겨주시는 편이에요. 교수님께서 열린 마음으로 대해 주셔서 진로나 학교생활에 대해 많은 조언들을 얻고 있어요. 졸업논문 때문에 이번에 지도교수님을 새로 배정받았는데, 이전 지도교수님들과도 꾸준히 연락하며 지내고 있어요.
안조은(이하 안): 그렇게 활발히 교류하는 지도사단을 보면 너무 부러워요. 저의 경우에는 교수님이 너무 바빠서 학생들에게 신경을 못 쓰는 것 같아요. 교수님이 바쁜 건 이해하지만, 지도사단문화가 너무 형식적이라 수강신청서 사인 받을 때 외에는 교수님 뵙기도 힘들어요. 교수님 성향에 따라 지도사단문화의 차이가 큰 것 같아요.
조: 맞아요. 제가 지금까지 지도교수님 세 분과 지냈는데, 한 학기 내내 얼굴 뵙기 힘든 교수님도 계셨고 한 달에 한두 번씩 꾸준히 찾아오라는 교수님도 계셨어요. 학생 입장에서는 교수님께서 먼저 말도 걸어주고 찾아오라고 연락도 해 주시면 교수님에 대한 어려움을 빨리 털어내고 자주 찾아뵐 텐데, 실제로 그렇지 못해서 교류가 적은 지도사단도 생기는 것 같아요.
안: 지도교수님이 어렵게 느껴져서 찾아뵙기 힘든 것도 있지만, 용기를 내서 상담을 받으러 가도 지도교수님께서 그동안 학생들을 많이 봐오셔서 그런지, 학생의 생각을 듣기보다는 상의도 없이 딱 잘라서 말씀하시니까 많이 실망하게 되더라구요. 지도교수님과 가까워지기 위해서 상담을 신청했다가 오히려 상처만 받고 돌아오게 돼요.
조: 저의 경우는 조금 달라요. 우리대학 교수님들 모두 대단하신 분들이라 지도교수님을 자주 찾아가 만나면 ‘교수님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에 학습 동기부여도 되고 어떻게 하면 대학생활을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안: 지도교수님이 분명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는 건 사실인데, 지도학생의 고민들을 조금만 더 들어주셨으면 해요. 그러기 위해 학교에서 교수를 평가하는 기준에 학생들을 얼마나 잘 지도하고 교육하였는지에 대한 부분의 비중을 더 확대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조: 학기 초에는 교수님과 강제로라도 면담을 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고, 학생들이 좀 더 다가가기 쉽게 교수님께서 먼저 다가와 주시면 좋겠어요. 이것을 계기로 교수님과 더 많은 네트워크가 생기게 되지 않을까요?
기자: 은예학생, 조은학생. 좋은 의견 고맙습니다.

②  가상 인터뷰 - 교수
학생이 적극적으로 교수를 찾아오길

기자: 안녕하세요, 교수님. 교수님은 지도학생들과 교류를 많이 하는 편이신가요?
나교수(이하 나): 대개는 한 학기에 한두 번 정도 지도학생들과 얼굴도 볼 겸 지도회식을 하지. 주변의 교수님 중에는 지도학생들과 영화를 보거나 운동을 같이 하는 분들도 더러 계시네.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면담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시간을 잡고 만나는 편이고. 그런데 교수들마다 성향이 다 달라서 지도사단에 큰 관심이 없는 교수님도 적지만 있긴 하네.
기자: 지도학생들은 많이 찾아오는 편인가요?
나: 학기 초에 수강신청서 사인 받으러 오는 것을 제외하면 자주 찾아오는 학생이 드문 편이지. 솔직히 학생들이 고민이 생기면 지도교수 보다는 친구나 선배들과 더 많이 얘기하는 편이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대학만큼 지도사단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대학도 세계적으로 참 드물다네. 이것을 우리 학생들이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 하드웨어는 잘 갖추어져 있는데, 그것을 구성하는 소프트웨어는 잘 안돌아간다고 할까. 내가 보기엔 학생들이 지도사단에 대해 얼마나 필요성을 느끼고 지도교수에게 접근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네.
기자: 학생들이 대체로 교수님들을 어려워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 학생들 생각을 이해는 하지. 이해는 하는데, 우리대학처럼 교수님과 자주 만날 수 있는 대학도 드물고 실제 대부분의 교수님들도 자기 지도학생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으니 부담 갖지 말고 찾아왔으면 좋겠네. 자기 지도학생이 찾아왔는데 귀찮다고 돌려보내는 교수가 어디 있겠는가? 오히려 그렇게 찾아오면 더 예뻐 보인다네.
기자: 지도사단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나: 처음에는 교수와 한 자리에 있는 게 머쓱하고 부끄러울 수 있는데, 자주 만나다 보면 학생들에게는 득이 되니 좀 더 적극성을 띄고 지도사단문화를 잘 활용했으면 하네. 교수하고 학생이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학교에서 교수와 학생이 쉽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네. 아, 그리고 학생과 교수 사이의 예절이 부족한 학생이 가끔씩 있는데, 지도교수님을 찾아뵐 때는 학생들이 예의를 조금 더 지켜줬으면 좋겠네.
기자: 좋은 의견 고맙습니다, 교수님.

◈ 가상 인터뷰는 교내 학생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메일과 각 학과 교수들의 의견, 교육개발센터에서 주최한 학생 좌담회 내용(‘POSTECH Edu.’ 2011년 봄호 참조)을 바탕으로 각색하였습니다.

하헌진 기자 hjha126@postech.ac.kr

 


 

- 지도사단문화의 어제와 오늘 - 권순주(신소재) 교수 인터뷰

우리대학 지도사단 문화는 세계적인 사례

  타 대학보단 우리대학, 현재보단 예전이 더 끈끈

  학생 스스로 결정하도록 지도교수는 조언자 역할

- 교수님의 학부시절 당시 지도사단 문화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저의 기억으로 당시 우리 과에 매년 50명 정도 입학했고, 교수님은 5명 정도 있었습니다. 즉, 한 교수당 총 지도학생이 신입생을 포함하여 50여 명 정도 배정되는 상황이었고 그런 이유로 ‘지도사단 문화’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학부시절에는 자신의 지도교수와의 관계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을 가르치는 교수님과의 관계나 자신이 본받고 싶은 교수님과의 관계가 더 중요했습니다. 가까워지고 싶은 교수님이 있으면 학생들이 먼저 다가가 연락하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방식이었고, 지도교수와의 관계는 대학원에 입학한 이후에 중요해졌다고 기억합니다.

- 타대학의 지도사단 문화와 비교하였을 때, 현재 우리대학의 지도사단문화는 어떠합니까?
 지도사단을 이끌어가는 교수들의 상황이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타대학에 비해 우리대학 교수들이 지도학생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도학생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타대학에 비해 더 ‘친하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대학 교수 대부분이 학기가 시작할 때가 되면 지도학생들의 얼굴도 보고 얘기도 할 수 있는 자리를 가집니다. 일종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현재 우리대학의 지도사단 문화를 개교 초기와 비교한다면 어떻습니까?
 학생들이 누구로부터 바깥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영향을 받는다고 했을 때, 크게 선배로부터 영향을 받거나 교수로부터 영향을 받습니다. 그런데 개교 초기에는 우리대학 학생들이 형, 오빠, 누나라고 부를 수 있는 선배가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 역할을 대신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교수들이었습니다. 당시 우리대학 교수 중 70~80%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교수들은 학생들의 선배역할이나 친구역할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개교 초기의 상황으로 볼 때, 교수와 학생간의 관계는 개교 초기가 지금보다 더 끈끈했다고 생각합니다.

- 지도학생들에게 어떤 지도교수가 되고 싶습니까?
 저의 개인적인 교육관은 학생들이 생각하고 원하는 어렴풋한 길을 구체화해주는 것입니다. 대부분 학생들이 대학 입학시 자신의 장래에 대해 잘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도학생들과 대화를 할 때 저는 학생들이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대화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미래에 대해 최대한 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저는 학생의 결정에 도움이 될 만한 다양한 조언들을 해주는 코치역할을 해주려고 합니다.  

- 그렇다면 지도학생들이 어떤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습니까?
 저의 교육철학으로 미루어 본다면, 지도학생들이 자신의 장래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지도교수인 나에게 자주 찾아와 얘기를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인간과 사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자신의 전문분야를 인간과 사회에 적용시킬 줄 알아야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대학 주변에서 문화시설을 접하기 쉽지 않지만, 책을 통한 간접경험이나 사고를 통한 자기소유를 통해서도 충분히 사회를 보는 눈을 기를 수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우리대학의 지도사단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할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세계적으로 보아도 학부시절에 교수와 학생간의 관계가 우리대학만큼 끈끈한 학교는 없을 정도로 우리대학의 지도사단문화는 특별한 케이스입니다. 교수와 학생간의 관계가 지금과 같이 유지될 수도 있지만 다른 대학처럼 느슨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끈끈한 지도사단문화가 지금처럼 유지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인격을 자기주도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생들은 자신만의 철학과 인문사회적 소양이 있고, 지도교수는 지도학생의 조언자, 의견제시자가 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학생들 대부분 문명에 인한 지식은 꽉 차 있지만, 문화에 대한 소양은 다소 부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세상을 보는 소양과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헌진 기자 hjha126@postech.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