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생명과학과 동물실험
[학술] 생명과학과 동물실험
  • 최준표 / 생명 박사과정
  • 승인 2011.03.23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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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와 인간은 97%의 상동성을 가지고 있어
실험동물의 생사여탈권이 과연 바람직한가

 ‘체중 20g, 몸길이 10cm내의 검고 꾸물거리는 물체. 내가 무서운지 서로 몸을 뭉치고 경계하고 있다. 가만히 보면 귀여울 따름인데, 제압하려 들면 물려고 한다. 복강으로 마취제를 주입하면 곧 얌전해진다. 손 위에 올려놓고 지켜보면 동화에나 나올 법한 귀여운 쥐이지만, 실험을 하게 되면 무섭게 돌변한다. 그들은 살고자 하기에, 난 실험을 해야 하기에, 오늘도 이들과 씨름을 한다.’ 여기서 검고 꾸물거리는 물체는 바로 B6으로 불리는 실험용 쥐다.

 필자는 현재 바이러스에 의한 천식이라는 주제에 대해 연구하고 있으며, 세부적으로는 염증반응의 발생기작을 연구하고 있다. 원래 천식은 만성적인 기도의 염증반응에 의해 발생하며, 기도의 폐색으로 인해 호흡곤란이나 천명음과 같은 증상을 나타내는 질병이다. 주로 병원에서는 환자들의 샘플이나 증상을 위주로 연구하고 있거나, 종단 연구방법중의 하나인 코흐트조사를 통해 특정 요인과의 상관성을 연구하기도 한다. 그럼 여기서 드는 궁금증 하나, 왜 당신은 사람 샘플을 가지고 연구하지 않고 쥐를 이용해서 실험을 하고 있는가?

 쥐를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실험용으로 사용하는 쥐는 흔히 모델생물이라고 불리는 생명체들 중의 하나이다. 이들은 사람이 아닌 생물체 중에서 과학연구에 용이한, 즉 다루기 쉽고, 세대가 짧으며 유전적 조작이 쉬운 특성을 갖는다. 또한 사람과 97%나 되는 유전적 상동성을 갖기 때문에 현재 많은 과학자들이 쥐를 이용하여 질환모델을 만들기도 하며, 발생학적으로 연구를 하기도 한다. 이 중에서 필자와 같은 경우, 유전적으로 조작된 쥐나 근교배 쥐를 주로 이용한다. 쥐와 같은 포유류들은 다른 생물들에 비해 인간과 유전적으로 상동성, 즉 유사한 부분이 많기에 연구가치가 높다. 이는 동일하거나 기능적으로 매우 유사한 단백질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으며, 이러한 특성 때문에 그 작용 기전 또한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는 감수성과 같은 특성이 인간과 유사하여 이용되기도 한다. 즉 이들을 통한 연구결과는 사람에게서 어떻게 작용하는지,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 주는 단서가 되며, 그만큼 가치와 신뢰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 동물실험은 동물실험 심의위원회와 동물윤리위원회의 승인이 이루어져야만 수행 가능하다

 그런데, 이러한 연구 자체가 문제는 없을까? 사실 윤리적으로 많은 문제가 제기된다. 인간과 동물이라는 관계가 아닌 같은 생명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동물에게 어떠한 고통을 줄지는 모르고 실험을 하는 것과, 그들의 생사여탈을 인간이 결정한다는 것이 비윤리적이라는 것이다. 특정 물질의 안정성을 확인하기 위해 각 용량 별로 쥐에게 투여를 하거나, 발암물질의 기작을 연구하기 위해 쥐에게 인위적으로 투여하기도 하며. 스트레스가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각종 자극, 예를 들어 소음, 전기 충격, 조명을 통한 자극 등을 주기도 한다. 이렇게 실험을 하면 평가를 해야 하는데, 우리는 희생한다고 말하지만, 결국은 그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일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과정 중에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할 여러 행위도 자행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또한 본인의 경우, 한번 실험하는데 15마리 내외의 쥐를 이용하게 되는데, 이와 같은 실험을 몇 번 수행하면, 1년에 백여 마리가 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거기에 한 명이 아닌 여러 사람이 실험을 하게 되고, 여러 실험실에서, 과에서, 학교에서, 나라에서 수행한다면, 한 해에 희생되는 쥐의 수는 엄청날 것이다.

▲ 한 회 실험에 10마리가 넘는 모델생물이 이용되기도 한다
 더하여, 몇몇 질환들은 쥐에서 유발할 수가 없다고도 하며, 지금 수행하고 있는 연구들 중에는 ‘인위적이기 때문에 과연 가치가 있는가?’ 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97%의 상동성을 보이고 있지만, 나머지 3%에 의해 이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는 고려하지 않는가? 라는 물음과 같은 맥락이다. 물론 이 때문에 일어난 현상인지는 모르지만, 동물을 이용한 실험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을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많은 논란을 불러옴에도 불구하고 왜 동물을 사용해서 실험을 수행하는 것일까? 예를 들어 감염성 질환이나 만성 염증성 질환이 사람에서 발생한 경우, 우리는 대부분 현상적 측면에서 접근하게 된다. 어떠한 원인에 의해 어떠한 현상이 생긴다는 정도나, 어쩌면 원인마저도 파악하지 못하고 현상, 즉 질병이 일어난 상황만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생명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기전, 다시 말해 어떻게 일어나는가? 어떠한 것들이 관여하는가? 라는 부분을 설명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기전을 모른 채 그 이상을 연구하겠다는 것은 엄청나게 적은 확률에 도전하는, 무모한 행동에 가까운 일을 하는 것이다. 또한, 시시각각 변하는 그 기전을 알아보기 위해, 매번 사람을 희생하는 것과, 정확한 원인과 그에 따른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멀쩡한 사람에게 질병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투여하고 그 경과를 살피는 것은 과거 독일이나 일본이 전시에 행한 반인륜적 인체실험이나, 탈리도마이드와 같은 섣부른 약물사용으로 인한 끔찍한 부작용과 같은 끔찍하고 극단적 예를 통해 해서는 안될 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이유와 과거 전력이 있기 때문에 사람과 유사한 실험동물을 이용하여 생명현상을 연구한다고 말할 수 있지만, 그러나 이는 명확한 답이 아니다. 같은 생명체의 입장에서는 답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포기해야 하는 것일까? 금지하고 처벌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다. 지금도 수많은 연구자들은 이를 행하고 있다. 왜? 반대하는 사람들의 말이 맞음에도 불구하고.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인류가 누리는 산물 중에서 그들의 희생을 통해서 얻은 것들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실험자도, 반대자도 모두 그 산물의 혜택을 받고 살아가고 있고 현재도 그러한 결과를 더 원하고, 더 나아가기를 원하고 있다. 생명연장이 단순히 밥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해서 이뤄졌다기보다는, 그들을 통해 생명현상을 탐구하고, 여러 연구를 통해서 얻은 결과가 반영된 것이 오히려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그들의 의견과 근거는 틀린 것은 분명 아니나, 생명현상 탐구와 생명연장이라는 더 큰 가치에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원하고 있기 때문에, 윤리적으로는 분명 잘못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요구된다고 말할 수 있다.

 대신, 타협점이 있다. 물론 동물들의 동의를 얻은 직접적인 타협점은 아니지만, 윤리와 사회적 요구와의 타협점은 존재한다. 비록 그 행위 자체는 근절할 수는 없지만, 그들을 최소한 이상 배려한다는 것이다. 실제 동물실험은 마구잡이식으로 절대 이루어 지지 않는다. 실험에 대한 설계를 하면 동물실험 심의위원회와 동물윤리위원회를 거쳐 승인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승인이 이루어진 실험에 대해서만 수행이 가능하다. 실험 수행 도중에는 동물에게 고통유발의 정도가 극대화 될 것 같으면 안락사를 시키기도 한다. 또한 유럽 등지에서는 최근 이러한 기준을 강화하여 고통의 단계를 3단계로 나누고, 2단계 이상의 실험에 대해서는 반복실험을 금하고 있다. 결국, 생명손실을 최소화 하며, 최대한 배려한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배려는 그저 인간이 내세울 수 있는 허울 좋은 핑계밖에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인류 또한 이 문제를 알고 있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최근에는 실험동물의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안전성 평가와 같은 실험들은 세포주나 도축되는 동물의 장기 또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구방법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물론 하나의 개체를 대변할지는 모르지만, 이러한 시도 자체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대체연구방법이 더욱 개발되어 생명을 희생해야 하는 방법보다 보편화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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