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르포] 홍콩과기대학(香港科技大學, The Hong Kon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HKUST))
[탐방 르포] 홍콩과기대학(香港科技大學, The Hong Kon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HKUST))
  • 정연수 기자
  • 승인 2011.03.02 1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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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신흥 명문대 홍콩과기대를 다녀오다!

돋보기로 들여다본 홍콩과기대


그간 홍콩과기대는 국제적 다양성과 세계적 교수진을 갖추고 무섭게 성장하는 대학으로 국내 언론의 수많은 집중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직접 보고 듣고 느낀 홍콩과기대는 바로 ‘마음껏 공부할만한 곳’이라는 것. 포항공대신문사가 새로운 세계적 명문대로 발돋움하고 있는 홍콩과기대를 찾아갔다.


국제화된 캠퍼스, 식당ㆍ서점에 걸쳐 보여
‘융합’이라는 트렌드 발맞춘 기술-경영 복수학위제도 실시

 Financial times 세계 EMBA 랭킹 1위(2010), QS 아시아 대학랭킹 2위(2010), THE 세계대학랭킹 35위(2010), QS 세계대학랭킹 40위(2010), 한 해에 홍콩과기대를 나가고 들어가는 교환학생 수 약 600명.

 이것이 숫자로 간략히 살펴본 홍콩과기대이다. 과연 국내의 많은 대학들이 부러워할만 하다. 하지만 이 숫자들이 학생과 교수들이 공부하고 연구하고 성장하는 대학이라는 곳을 다 설명해주진 못한다. 지금부터 그들의 사소한 일상을 따라가 보자.

1. 시끄럽지만 흥겨운 학생회 선거 활동
 홍콩과기대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반겨준 것은 뜻하지 않게 들린 학생들의 고함소리였다. 우리가 방문한 날 2월 15일은 각종 학생 단체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 운동으로 한창이었다. 백 명이 넘는 학생들이 한 데 모여 자기네들의 선출을 바라며 토해내는 고성은 구경꾼에게는 그야말로 진풍경이었다. 이것은 홍콩과기대의 전통적인 선거 운동으로서 선거철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치르는 일이라고 한다. 학생회관이 떠나갈 듯한 고함에서 그들의 개성 있는 대학문화와 열정적인 참여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2. 최신 해외 도서를 만날 수 있는 서점
 서점이 작지만 눈길을 끈다. 주로 영미권이긴 하지만 해외의 최신 도서를 골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공서적 뿐 아니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처세서나 소설, 각종 교양도서가 진열되어 있다. 오랜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탓인지 홍콩에 있는 서점에서는 최신의 해외서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유가 무엇이든, 이런 서적들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은 부러운 일이다. 인터넷만으로는 분명 부족한 것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화 캠퍼스라는 것이 느껴진다.

3. 식당
 먹는 걸로 따지는 건 모양새는 그리 좋지 않다. 그러나 어쩌랴 사람은 먹는 것에 민감한 걸. 단순 비교는 금물이지만, 일견으로는 이곳은 크게 불평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사실 이번 홍콩과기대 탐방에 참여한 모든 참가자들은 이곳 음식에 ‘감동’을 받았다. 학생식당에서는 매우 저렴한 가격(약 2000원)에 다양하고 맛도 괜찮은 음식을 제공한다. 국제화된 캠퍼스를 자랑하는 대학답게 중식, 일식, 양식 등을 갖춰놓았고 -아쉽게도 한식은 없었다- 무슬림을 위한 메뉴와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까지도 갖추어져 있었다. 이만하면 모두가 만족할 만하지 않은가.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지 말자, 우리는 먹어야 산다!

4. 대우받는 르네상스 형 인재
 전 세계적으로 연구개발 분야에서 ‘융합’이 떠올라 학제 간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사회 곳곳에서 르네상스 형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트렌드에 홍콩과 홍콩과기대는 얼마나 일치할까. 홍콩과기대는 본격적으로 학제 간 학위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IPO(Interdisciplinary Program Office)를 설립했다. IPO가 운영하는 다양한 프로그램 중 주목해야 할 것은 기술-경영 복수학위제도(Dual Degree Program in Technology and Management, T&M). 공학과 경영 학사 학위를 동시에 취득하는 이 프로그램은 주로 3년제인 홍콩의 일반 학사 학위보다 졸업이 1년 늦어진 4년제로 운영된다. 이렇게 고생하면 그만한 보상도 주어진다. 2008년 7월 대학 측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T&M 졸업생의 평균 월급은 24,839 HKD로, 홍콩과기대 졸업생 평균 연봉이 13,604 HKD인데 비해 1.8배 높은 수치다. 학생들로서도 매력 있는 선택일 텐데 T&M은 40명으로 정원도 제한되어 있고 성적 제한도 꽤 높다.

5. 중심 연구 시설
 또 눈길을 끄는 것은 중심 연구 시설(Central Research Facilities)이다. 홍콩과기대의 각종 실험장비는 대학 차원에서 한 곳에서 관리한다. 모든 고가 장비가 딱 한 곳에 있는 것은 아니고 각 분야별로 필요한 장비가 각각의 장소에 집중되어 있는 형태이다. 예를 들면 Biosciences Central Research Facility에는 생명과학 분야의 실험장비가, Materials Characterisation & Preparation Facility에는 재료과학 분야의 실험장비가 집중되어 있는 식이다. 고가의 장비를 이렇게 집중된 곳에 모아두고 숙련된 테크니션들이 이를 관리하고 또 사용법을 알려준다. 이런 연구 시설들이 9곳에 이른다.


인터뷰 - 공과대학 부학장(Associate Dean of Engineering) 김장교 교수

대학, 세계무대의 글로벌 인재 양성해야

모든 것에 탁월할 수는 없어… 집중 분야 ‘Five Os’ 선정
대학은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플레이어 양성해야 해

- 홍콩과기대의 성공 비결을 알려 달라
 홍콩과기대의 노력도 있었지만 홍콩이라는 지리적 요건이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대학을 구성하는 요소를 인력, 시스템, 그리고 환경으로 나누자면 인력에 있어서는 한국의 대학들이 홍콩과기대보다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본다. 다만 홍콩과기대는 한국의 대학들보다 대학의 자율성을 가지고 발전할 수 있는 시스템과 사회 환경이 잘 갖춰져 있어 비교적 빠른 시간에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대학은 나름의 기준을 세우고 거기에 매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 홍콩과기대의 새로운 비전은 무엇인가
 규모가 작은 홍콩과기대가 모든 것에 탁월할 수는 없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서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홍콩과기대는 5O(Five Os)를 발표하여 향후 집중 분야 5가지를 선정했다. 나노(nano)ㆍ환경(enviro)ㆍ생명(bio)ㆍ정보(info)ㆍ경영(ceo) 이렇게 다섯가지 분야를 선정하였고 여기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 홍콩과기대의 국제화 수준은
 영어를 공식 언어로 쓰고 있고 세계의 대학들과의 교류 프로그램이 다양하 다. 중국인을 제외한 외국인 비율은 10%이다. 영어 정책은 엄격하게 운영하고 있다. 수년 전에 튜터 프로그램(우리대학의 SMP 프로그램에 해당)에서 중국어를 사용한 학생이 있어 신고가 들어왔고 이에 제재를 가한 적이 있다. 교수 강의부터 튜터 수업까지 어떤 형태든 가르치는 언어로는 반드시 영어를 사용해야 한다.

- 대학의 국제화가 왜 중요한가
 대학은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글로벌 플레이어를 양성해야 한다. 대학은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기 전에 견문을 넓히는 곳이 되어야 하고 다양한 국제 경험을 쌓을 수 있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영어는 필수적이다. 대학에서 영어를 통해 국제적 감각을 쌓아야 계속하여 발전해 나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