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촌맺기] 국가과학자 화학과 김광수 교수
[일촌맺기] 국가과학자 화학과 김광수 교수
  • 강명훈 기자
  • 승인 2011.03.02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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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이 잇는 케플러, 뉴턴 나오기를

 우리대학 화학과 김광수 교수는 2010년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재단이 선정한 국가과학자 5인 중 일인으로 세계최초 나노렌즈 개발, 그래핀 나노리본 스핀밸브 소자 설계 등 나노화학분야의 개척자로 알려진 세계적인 화학자다. 연구자로서 남부럽지 않은 연구 성과를 거두고 있는 그는 평소 어떤 생각으로 연구에 임하고 있을까. 그의 연구에는 남들에게 없는 2%가 존재하는 것일까? 이 의문을 해결하고자 포항공대신문사에서 김광수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가 보았다. <편집자주>


 학문의 주 흐름 찾아 동반할 수 있는 시야 길러야
 헌신하는 세계적인 선구자 되었으면 한다

- 88년 우리대학에 부임했을 당시의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그 때 당시는 제 1회 학생들이 공부하던 우리학교 초창기였죠. 신생 대학이면서도 시설이나 환경이 잘 갖춰져 있어서 이곳에 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컴퓨터 시설도 잘 갖춰져 있었는데 사용하는 사람이 별로 없더군요. 메일 주소로 이름의 ‘kim’이라는 극히 평범한 아이디를 사용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그 당시 학생들을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학업에 상당히 의욕적이었습니다. 덕분에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많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 지금까지 발표된 연구 성과가 많은데 가장 인상적인 연구 성과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딱히 연구 결과에 기뻐하거나 그러진 않습니다. 성과 하나에 일일이 기뻐해서는 발전이 없겠죠. 물론 좋은 연구 결과가 나오면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지만 평소에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연구를 하는 타입이라 결과에 대해선 덤덤한 편입니다.

 반대로 안타까웠던 적은 있습니다. 연구라는 분야는 누가 먼저 결과를 내냐는 경쟁이 일어나는 곳입니다. 여러 번 쓴맛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저 자신은 괜찮았지만 저를 믿고 따라온 지도학생들이 걱정되었습니다. 보통 자기가 당하는 것보다 내 주위 사람이 안 좋은 일을 당하는 걸 더 안쓰럽게 느끼는 것처럼 말이죠. 연구든 무슨 일이든 다른 사람과 연관 되어 있으면 더 많은 의무감과 의욕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 매번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내고 있는데 비결이 무엇인지요?
 연구에 있어 중요한 것은 Right Topic을 찾아 열심히 파고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예전에 계산기 이전 단계인 계산자가 있었습니다. 저도 대학에 다닐 당시에 많이 썼는데 제가 졸업할 때 쯤 계산기가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계산자를 그대로 쓰다가 5년 후에 계산기를 사용하려고 계산자를 팔려고 했는데 아무도 안사더군요. 계산자 개발자도 계산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계산자만 계속 만들어서는 손해만 봤겠죠. 연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지 않은 주제로 연구를 계속하면 논문은 나올 수 있어도 의미는 얻을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Right Topic을 찾지 못해 중간에 연구 주제를 바꾸고 실망하는 사람들을 여러 번 봤습니다. 틀린 길을 계속 가기보다는 올바른 길을 찾아야겠죠.

-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 Right Topic은 어떻게 찾을 수 있습니까?
 학문의 주된 흐름(Main Stream)을 탈 줄 알아야 합니다. 연구에는 경쟁이 있다고 했지만 연구라는 것은 남이 하지 않는 것을 한다기 보다는 커다란 흐름에 ‘가지’를 새로 낸다는 것입니다. 경쟁은 그 후의 문제입니다. 연구에는 계획이 있어야 합니다. 단지 연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구 결과가 앞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그 후를 생각해야 합니다. 또 하나의 연구 과제를 낳으면서 주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주제, 그것이 Right Topic입니다. Right Topic을 찾는 과정에서 소위 말하는 명문대학의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전부터 축적된 계통을 이어받기에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대과학자 뉴턴을 알고 있지만, 뉴턴의 위에는 천문학의 방대한 자료를 수집한 케플러가 있었고 케플러 위에는 망원경을 개발해 천문학의 시발이 된 갈릴레이가 있습니다. 위의 선배들이 터놓은 조그마한 도랑을 넓혀서 큰 강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Right Topic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그렇다면 교수님께서는 과학자로서 위의 세 사람 중 누구와 흡사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지금까지 여러 학문을 접했습니다. 처음에는 학부시절 응용화학을 익혔고 그 후에는 물리, 수학, 물리화학을 공부했습니다. 나중에는 이론화학, 컴퓨터공학, 양자화학을 접하면서 나노 학문을 연구했습니다. 덕분에 분자나노학에서 성취를 거두어 조그마한 도랑을 파는 데에 성공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굳이 꼽자면 갈릴레이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아직 이 분야의 연구는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어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을 뛰어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저보다는 케플러, 뉴턴들이 나타나 위로 올라갈 수 있어야겠죠.

- 마지막으로 포스테키안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포스텍에 입학한 이상 선구자로서 하나의 길을 열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길 바랍니다.  ‘Pathfinder’가 되십시오. 입으로만 선구자를 외치는 것보단 국가, 후세, 그리고 세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Right Topic을 찾아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하기 바랍니다. 또한 그 모든 것들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는 것도 중요합니다. 타인을 생각하고 그들을 돕는다는 마인드는 결국 여러분 자신에게 의의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의의는 의욕을 낳을 것입니다. 포스테키안 여러분 모두 자신을 헌신해 국가, 더 나아가 세계적인 선구자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