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오름돌] 20대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78오름돌] 20대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 김가영 기자
  • 승인 2011.03.02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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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부딪혀도 지치지 않으며
매 순간을 즐기는 20대가 되길

 항상 새로운 시작은 우리를 설레게 한다. 겨우내 쌓인 눈이 햇살에 녹아내리고 매화 꽃봉오리가 필락말락 입을 벌리려 하는 3월이 포스테키안들에게 또다시 찾아왔다. 한 학년 성장하여 전공에 입문하게 될 10학번들, 이제는 고학년이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09학번들, 졸업을 앞두고 미래를 설계해 나갈 고학번들, 모두에게 3월은 또 다른 시작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게 해주는 신호등과도 같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 대학생활이라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될 신입생들에게도 3월은 특별한 달이다.

 전공 수업에 대한 기대보다 입학 이후 처음 후배가 생길 것을 기대하고 있는 10학번들을 보며, 나 또한 신입생들에 대한 호기심이 샘솟고 있었다. 11학번들의 입학을 기다리는 선배의 입장인 지금, 문득 내가 처음 포스텍에 입학할 즈음의 모습이 생각났다. 합격 소식을 들은 이후 시간은 훌쩍 지나가버렸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새터에 참여하기 위해 낯선 포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 있었다. 빡빡한 새터 일정을 정신없이 소화하고 나니 어느새 3월이 되어 입학식을 치르고, 특별한 계획도 없이 나의 20대가 시작되었다. 이때의 나와 똑같은 처지에 있을 신입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이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학창시절, 주위의 대학생들을 보며 20대에 대한 동경을 한 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10대일 때에는 할 수 없었던 것들을 20대가 되면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고, 좀 더 자유가 주어질 것 같고, 무엇보다 어른이 된다는 사실에 20대가 매력적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나 막상 20대가 된 지금은 그저 어안이 벙벙하고 실감이 나지 않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을 그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런 신입생들에게 내가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매 순간을 즐기라는 것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 모든 것들이, 즐길 수 있었던 소중한 것들이었다는 사실을 지나간 이후에야 알게 된다.

 매 순간을 즐기되,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책임감이다. 즐기기만 하고 그 이후의 상황을 책임지지 않으면 그것은 순간을 즐긴 것이 아니라 그냥 버린 것과 같다. 나 홀로 살아내야만 하는 내 삶인 만큼, 스스로 책임감을 잃지 않고 삶을 설계해 나가야 한다. 포스텍에 오기까지 엄청난 입시 경쟁을 겪었겠지만, 앞으로의 대학생활에서도 그에 버금가는 수많은 일들을 겪게 된다. 매번 벽에 부딪힐 때마다 다치고 멍들 수는 없으니, 지금보다 훨씬 더 단단해지라고 말해주고 싶다.

 벌써 22살, 3학년이 되어 이 글을 쓰고 있으니, 아직도 충분히 어리고 청춘이긴 하지만 지나간 20살 그때가 그리워진다. 멋도 모르고 웃고 떠들며 지낸 20살의 내가 보고 싶고, 그때만큼 무거운 고민을 하지 않고 보낸 날들도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아름다운 20살, 11학번 여러분. 앞으로 여러분에게 찾아올 수많은 벽에 지치지 말고 부딪혀 나가며, 시작된 20대의 매 순간을 즐기며 책임감 있는 삶을 살아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