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오름돌] 28위의 또 다른 의미
[78오름돌] 28위의 또 다른 의미
  • 정연수 기자
  • 승인 2011.02.1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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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화 정책이 진정한 대학 경쟁력이 되기는 힘들어
새 정책 결정은 심각한 고민과 성찰의 결과물이어야

 THE 세계대학평가에서 28위를 차지한 것의 결과론적 의미를 설파하는 것은 이제 좀 지겹다. 다들 대학평가의 영향력을 잘 알고 그 소식이 가져올 파급효과를 기대하며 매우 기뻐했다. 결과론을 벗어나 대학평가와 대학 간의 관계와 대학의 진정한 경쟁력을 본격적으로 숙고해본다면 좀 더 유의미한 논의와 실천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의식을 가지고 포항공대신문은 지난해 대학평가와 관련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다양한 구성원으로부터 관련 의견이 담긴 원고를 받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이루어진 소통은 자못 활발하고 진지했다. 이렇듯, 대학평가로 인한 일련의 ‘대소동’ 사이에서 우리에게 성찰할 기회를 줬다는 점에서 28위 소식의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우리는 많은 경우 대학평가의 수혜자였지만 한동안 박했던 국내외 대학평가에 힘든 시기를 맞았다. 이는 경쟁대학의 선전이라고 볼 수도 있고 불리하게 변한 평가기준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었다. 이때 나온 위기론이라는 것도 결국 실제라기보다는 평가에 근거한 것이 아니겠나. 정말이지 솔직히 말해서, QS 세계대학평가에서 경쟁대학과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격차와 중앙일보 평가에서 2008년 2위에 이어 2009년 3위를 차지한 ‘충격적’ 사건은 당시까지 논쟁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던 여러 가지 정책을 국제화 3개년 계획의 이름으로 단번에 추진하게 만들었다. 현행 국제화 정책에 있어서 우리만의 충분한 정책적 연구가 수반되었다는 점은 설득력이 없다. 사견이지만, 많은 부분은 카이스트의 영어 정책과 교육과학기술부 WCU 정책을 적절히 섞고 더 극단적인 형태로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28위의 소식은 현행 국제화 정책이 일단은 현재 우리가 가진 경쟁력과는 상관관계가 적다는 것을 말해준다. 만약 28이라는 숫자가 우리의 경쟁력을 말해주는 것이라면 그것은 분명히 많은 시간에 걸쳐 누적되어온 연구와 교육의 성과 때문이다. 국제화니 영어강의니 현재 대학가에서 강하게 어필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진정한 경쟁력은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정책을 계속해서 추진하는 것이 대학가에서 인정을 받는 것 외에 어떤 실질적 의미가 있는가. 영어강의가 교육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리지는 않는가. 많은 자원과 노력을 들여 유치한 외국인이 우리대학의, 대한민국의 학문발전에 얼마나 기여할 것인가. 물론 나는 이러한 문제를 둘러싼 논의에서 케케묵은 주장을 다시금 꺼내려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서 나는 28위가 던져주는 메시지는 최소한 이러한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이것이 촉발한 성찰의 목소리가 실제적인 정책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또, 현행 국제화 정책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기를 바란다. 어떤 부분은 진정한 의미에서 대학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 논의는 대학의 정책 결정자들이 심각하게 해왔고 앞으로도 할 것이라 믿는다.

 성찰에는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아둔하지 않은, 현명하고 책임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믿고 있는 바대로 대학이 움직여야 한다.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만 우리가 조금은 조급했고 신중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러한 집단적 성찰이 향후 정책에 반영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