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특집] 축사
[졸업특집] 축사
  • 박태준 설립이사장
  • 승인 2011.02.1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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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정신을 창조하는 지성인의 길, 과학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짊어져야

 오늘 영예의 학위를 받고 새로운 출발에 나서는 졸업생 여러분에게 뜨거운 축하를 보내며, 훌륭한 인재를 길러낸 교수와 학부모 여러분의 노고에 심심한 치하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빛내주시는 내빈과 동문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친애하는 졸업생 여러분,

 포스텍 가족 여러분.

 지난해 우리나라는 참으로 곤혹스러운 사건들을 견뎌내야 했습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그것이 초래한 남북간 대립과 한중(韓中)ㆍ미중(美中)간 갈등은 역사의 시계(時計)를 거꾸로 돌려 한반도에 일촉즉발의 긴장을 조성했습니다. 그러한 위기 속에서 거의 날마다 정치적 충돌이 벌어졌습니다. 해를 넘긴 구제역 파동은 아직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더 밝은 미래를 향한 도전의 열정을 불태우며 전진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국내총생산, 무역규모, 주식시장 시가총액에서 ‘트리플 1조 달러’를 돌파한 한국경제는 6.1% 성장을 달성하여 다시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여전히 청년실업이 국가적 미결 과제로 남아 있지만, 젊은 세대의 신선한 상상력과 에너지는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를 더욱 성숙시키고 ‘한류(韓流)’로 대표되는 글로벌 문화의 주류를 창조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 저력은 무엇인가? 어디에서 그 힘이 나오는 것인가? 저는 근대화 시대에 축적한 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근대화의 성공이 오늘날 우리의 저력입니다. 동족상잔이 남긴 적대적 분단체제와 절대적 빈곤사회에서 막을 올렸던 한국의 근대화는 산업화와 민주화가 마치 동일한 역사의 무대에 공존할 수 없는 것처럼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 속에서 전개되었습니다. 그러나 산업화는 민주화의 경제적 토대를 제공하고 민주화는 산업화의 사회적 목표를 제시하면서 마침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하였습니다. 결국 한국의 근대화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는 모순관계가 아니라 상보(相補)관계였던 것이며, 여기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세계사(世界史)가 21세기 벽두부터 존경의 시선으로 주목하고 있는 ‘한국의 기적’이 이룩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의 기적’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할 것은 물론 교육과 과학기술입니다. 바로 이 대목에서도 포스코는 뿌듯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산업화의 기간(基幹)이 되어야 한다는 기본목표를 훨씬 초과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교육과 과학기술에서 선구적 역할을 모범적으로 실행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나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1월 27일에 40주년을 맞은 포스코교육재단 산하의 12개 학교는 한국의 유치원ㆍ초등학교ㆍ중학교ㆍ고등학교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열어나가고 있으며, 포스텍은 한국의 이공계 대학교육에서 혁명적인 길을 개척해왔습니다.

 근대화 시대의 과학기술 분야를 정책적 시각에서 돌이켜볼 경우, 아쉬운 점은 실용적인 과학기술의 육성에 치우쳐서 기초과학을 위해 과감히 투자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시대적 조건이 그것을 허용하기 어려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산업화에 매진한 시대에는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과학기술을 우선시해야 효율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친애하는 포스텍 가족 여러분.

 우리 포스텍은 기초과학과 실용적인 과학기술을 조화롭게 추구하는 연구중심대학입니다. 설립자로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포스텍은 한국 과학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짊어져야 하며, 이것이 포스텍의 운명이요 비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여러분은 시대정신을 창조하는 지성인의 길을 가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고 더 나은 공동체를 위해 고뇌하고 사색하는 가운데 시대적 좌표에 도달하려는 실천의 길, 이것이 여러분의 인생이 되기를 거듭 당부합니다.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고 불가능에 도전해 나갈 졸업생 여러분의 패기와 신념에 깊은 신뢰를 보내고, 여러분과 포스텍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이 이어지기를 기원하면서, 이 자리를 빛내주시는 모든 분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