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오름돌] 연구중심대학과 스타과학자
[78 오름돌] 연구중심대학과 스타과학자
  • 박지용 기자
  • 승인 2011.01.01 1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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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카이스트의 젊은 과학도들의 삶과 우정, 고뇌를 그린 드라마 <카이스트>를 기억하는가. 당시 큰 인기를 끈 이 드라마는 많은 사람들에게 ‘과학’과 ‘카이스트’에 대한 환상과 동경을 품게 해주었다. 2008년 또 한 번 대중들의 시선을 끈 방송이 있었다. 바로 한 케이블 방송에서 방영된 <서인영의 카이스트>이다. 인기가수 서인영 씨가 카이스트의 학생으로 생활하는 모습을 담은 이 방송을 통해 사람들은 또다시 ‘카이스트’를 떠올리게 되었다. 이제 언제부턴가 대중들 인식 속에 ‘과학과 기술의 요람’이 ‘포스텍’이 아닌 ‘카이스트’가 되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과학에 관심이 적은 대중들이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대중적 인기, 대중적 인지도에서 포스텍이 카이스트에 밀렸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혹자는 왜 포스텍에서는 이런 드라마나 방송을 찍지 않느냐고 한다. <서인영의 카이스트> 방영 당시 ‘원래 우리대학에 먼저 연락이 왔는데 학교 측에서 거절했다’라는 루머가 파다했을 정도이다.

 과학의 대중적 인기는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유명한 이른바 ‘스타 과학자’의 영향이 크다. 부모님께 지도교수님의 성함을 말씀드리고 혹시 아느냐고 여쭈어보라. 관심 있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모른다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정재승 교수, 최재천 교수, 황우석 전 교수를 묻는다면 어떨까? 대부분의 대답이 안다일 것이다. 이들은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 이른바 ‘스타 과학자’이다(여기서 스타 과학자는 과학적 업적과 무관하게 대중적 인지도에 따른 것이다). 이런 ‘스타 과학자’를 통해 대중들은 과학에 관심을 갖는다. 그들의 저서는 상대적으로 어려운 과학도서임에도 불구하고 베스트셀러가 되며, 신문이나 뉴스 등에도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대중들은 우상화할 수 있는 인물과 그들의 판타지적 스토리를 동경한다. IMF 시절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준 박세리ㆍ박찬호 선수, 그리고 최근 김연아ㆍ박태환ㆍ박지성 선수 등이 그러하다. 대중들은 이들을 우상화하며 그들을 동경하고 희망을 갖는다. 그들의 도전과 성공은 경이로움 그 자체이며 그들의 성공은 수많은 사람의 꿈과 희망이 되곤 한다.

 상대성 이론에 대해 전혀 모르는 초등학생들도 아인슈타인이 이 시대 최고의 과학자라는 것은 안다. 아인슈타인은 단연 과학적 업적만으로도 최고로 인정받지만, 당시 그는 대중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많은 사람들은 ‘아인슈타인처럼 훌륭한 과학자가 되고 싶다’며 그를 동경하였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과학자를 꼽으면 단연 ‘스티븐 호킹’일 것이다. 지구상의 웬만한 가정이라면 서가에 한 권쯤 꽂아놓았다는 <시간의 역사>의 저자인 스티븐 호킹에 대해 영국의 한 신문에서 특집 기사를 낸 적이 있다. 그 기사는 한 마디로, ‘스티븐 호킹이 훌륭한 학자라는 건 분명하지만 첨단 이론물리학의 모든 것을 대표할만한 인물은 아니며 그의 이론에는 허점도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의 존재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난해하고 잘 팔리지도 않을 이론물리학 서적을 구입하고, 이론물리학을 전공하겠다고 나선 젊은 과학도들이 상당하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과학의 대중적 인기를 맹목적으로 따라서는 안 된다. 2006년 세간을 뒤흔들었던 ‘황우석 사태’는 대중적 인기를 맹목적으로 쫓으려는, 과학적 선정주의가 불러온 재앙이었다. 하지만 스타과학자가 대중들에게 갖는 의미는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올해 포스텍은 더타임즈 세계대학평가에서 당당하게 28위에 랭크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포스텍’의 대중적 인기(인지도)와 ‘스타과학자’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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