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분야 책을 읽자] 3. 스피브 호킹의 <시간의 역사>
[인문사회분야 책을 읽자] 3. 스피브 호킹의 <시간의 역사>
  • 김승환 / 물리학과 교수
  • 승인 2007.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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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1988년 만우절에 출간된 스피브 호킹의 <시간의 역사>는 런던의 ‘선데이 타임즈’지의 237주 연속 베스트셀러로서 세계 40개 국어로 번역되어 1,000만부 이상이 팔린, 성서와 세익스피어를 제외한 최대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저자 자신도 예측하지 못한 이러한 대성공은 다음과 같은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사람들의 폭넓은 관심을 대변하고 있다. 우주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왜 우주가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는가? 우주의 탄생 이전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가? 시간의 본질은 무엇이고, 과연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답하기 위해서 우리는 세계상을 정립한다. ‘거북들로 이루어진 무한한 탑’처럼 터무니없는 고대의 우주관으로부터 시작해서, 기원후 2세기 이후에 정교화된 프톨레마이오스의 지구중심의 우주 모형이 한때를 지배했다. 16세기 이후에야 코페르니쿠스·케플러·갈릴레오 등이 보다 정교해진 천체관측을 바탕으로 지구를 비롯한 행성들이 태양을 중심으로 타원 궤도를 그리는 과학적 천체관을 정립했다.

천재적 물리학자 뉴턴은 17세기말 이러한 모든 천체의 운동을 지배하는 원리가 중력이라는 것을 보여 주었다. 뉴턴의 만유인력에 의해 서로 끌어당기는 항성들로 이루어진 유한한 우주는 불안정하다. 또한 정적인 우주는 무한하더라도 안정하지 않으며, 밤하늘 전체가 태양처럼 빛나게 된다는 모순을 내포한다. 이를 극복하는 것은 항성들이 과거의 어느 유한한 시간에 탄생했다는 가정이다.

1929년 허블은 ‘멀리 떨어진 은하들이 빠른 속도로 우리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획기적인 관측을 했다. 무한한 우주에서 모든 점들이 팽창하는 우주의 중심으로 간주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발견은 과거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주가 함께 모여 있었던 시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즉 ‘빅뱅’을 통한 우주의 시작이 과학적으로 설명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시간이란 출발점을 가진 우주의 한 특성이며, 그 전에는 의미를 부여할 수 없게 되었다.
갈릴레오가 세상을 떠난 지 정확하게 300주년이 되는 날에 태어난 세계적인 물리학자인 호킹, 그는 아인슈타인 이후 가장 천재적인 이론물리학자 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그의 첫 대중과학서에서 명료함과 기지로 상대성이론, 팽창하는 우주, 블랙홀, 끈이론 등 현대 물리학의 진보를 독자들에게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이 책은 호킹의 우주와 현대 물리학자들이 구축한 과학적 우주관을 대중이 엿볼 수 있는 좋은 길잡이이자 대중과학서의 이정표이다.

그러나 <시간의 역사>는 현대 물리학의 복잡한 개념을 담고 있어 이해가 쉽지 않다. 아쉽게도 다수의 독자들이 호기롭게 시작은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끝내지 못한다. 이들을 위해 좀 더 많은 그림을 담은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까치, 1996)가 나왔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이 증보판에는 초판 출간 이후의 새로운 이론과 관측 결과가 포함되었고, 매우 흥미로운 ‘벌레구멍과 시간여행’을 다룬 새로운 장이 더해졌다.

우리의 목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에 대한 완전한 설명이다. <시간의 역사>를 읽고 나면 독자들은 우주가 일련의 합리적인 법칙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고, 우리가 그 법칙들을 발견하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강화될 것이다. 만약 독자들이 이 책을 다 소화하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200만개의 정보를 기록해 두뇌 속의 질서를 약간 증가시키고, 그 1019배만큼 에너지 소비로 자연계의 무질서를 증가시키는 데 공헌했다”는 호킹에 의해 공인된 최소한의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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