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
문화콘텐츠와 스토리텔링
  • 정창권 / 고려대 인문대학 교양교직 교수
  • 승인 2010.12.08 22: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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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 파워! 문화콘텐츠 시대가 온다

21세기는 문화콘텐츠의 시대다


 21세기는 문화콘텐츠 시대이다. 이젠 문화예술, 더 나아가 그것을 산업화한 문화콘텐츠가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화콘텐츠라는 용어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아직까지 그에 대해 모르는 이들이 많다. 먼저 문화콘텐츠가 왜 출현했고, 정체는 과연 무엇이며, 최근 동향은 어떠한지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자.

 문화콘텐츠는 IT 산업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출현하였다. 1990년대 중반부터 빠르게 발전한 IT 산업은 정보통신의 발달을 가져왔고, 이로 인해 인터넷이나 휴대폰 등 다양한 디지털 매체를 탄생시켰다. 또한 2005년 이후 방송과 통신, 인터넷의 융합, 곧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가 되면서, DMB나 IPTV, Wibro, 스마트폰 등과 같은 새로운 매체들이 더욱 빠른 속도로 등장하고 있다. 그와 함께 문화나 예술도 잘만 가공하면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고부가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하면서, 문화콘텐츠가 새롭게 떠오르게 되었다.

 ‘문화콘텐츠’는 한국이 만든 신조어로, 문화적 요소를 함유한 대중매체(장르) 혹은 문화상품(작품)을 말한다. 특히 문화콘텐츠는 창의력과 디지털 기술력이 체화된 문화적 매체 혹은 상품을 말한다. 그리고 콘텐츠는 그러한 각종 대중매체에 담긴 내용물(작품)을 말한다. 그리하여 문화콘텐츠와 콘텐츠는 서로 혼용되어 쓰이기도 하는데, 특히 어떤 작품을 지칭할 때 그러한 경우가 많다.

 문화콘텐츠의 범위는 대단히 넓은데, 출판과 만화ㆍ방송ㆍ영화ㆍ애니메이션ㆍ게임ㆍ캐릭터ㆍ공연ㆍ음반ㆍ전시ㆍ축제ㆍ여행ㆍ테마파크ㆍ디지털콘텐츠ㆍ에듀테인먼트ㆍ인터넷콘텐츠ㆍ모바일콘텐츠 등 다양한 장르를 포괄하고 있다. 또 디지털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앞으로도 계속 새로운 매체들이 생겨날 것이다.

 문화콘텐츠의 가장 큰 특징은 하나의 제대로 된 소스(콘텐츠)를 기반으로 다양한 매체에 활용해서 고부가가치를 올리는, 이른바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 Use)’에 있다.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대중매체는 출판이면 출판, 영화면 영화, 공연이면 공연 등처럼 각각의 매체들이 서로 따로 움직였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문화콘텐츠는 그러한 모든 매체들이 하나의 거대한 구조를 이룬 유기체적 성격을 띠고 있다. 그리하여 <해리포터>나 <대장금>과 같은 문화콘텐츠가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세계 각국은 문화콘텐츠를 21세기 핵심 산업으로 선정하고, 그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나 일본, 영국 등 선진국은 제조업에선 더 이상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일찌감치 문화콘텐츠에 뛰어들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둬가고 있는 상태이다.

 실제로 세계는 지금 제조업 기반 경제에서 지식 기반 경제로, 다시 문화콘텐츠 기반 경제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즉, 눈에 보이는 유형(有形)의 산업시대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無形)의 산업시대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1999년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을 제정하고 2002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을 출범시켰을 뿐 아니라, 2009년 5월에는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한국게임산업진흥원을 통합하여 한국콘텐츠진흥원을 출범시켰다. 그러면서 2012년까지 ‘글로벌콘텐츠 빅5’의 진입을 목표로 설정하고, 특히 기획자나 스토리텔러, CG전문가, 마케터 등 문화콘텐츠 핵심인재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스토리텔링이 뜨고 있다

 한편, 최근 문화콘텐츠와 함께 스토리텔링이 새롭게 뜨고 있다. 21세기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다매체 다채널 시대가 되면서, 그것들을 채워줄 내용물인 콘텐츠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2010년에 본격적으로 출시된 스마트폰은 엄청난 수의 어플리케이션, 곧 스마트폰용 모바일콘텐츠를 필요로 하고 있다.

 이처럼 콘텐츠의 확보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해진 이른바 ‘콘텐츠 전쟁시대’가 펼쳐지면서, 다시금 스토리텔링이 부각되고 있다. 왜냐하면 스토리텔링은 콘텐츠 개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원천소스(이야기)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스토리텔링은 콘텐츠 개발의 핵심기술인 것이다.

 그와 함께 롤프 옌센(Rolf Jensen)에 의하면, 정보화 사회 이후에는 꿈과 감성을 기반으로 한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가 등장할 것이라고 한다. 이젠 꿈과 감성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며, 여러 가지 새로운 시장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과거 농업사회에서는 가축과 토지가, 산업사회에서는 석유(탄)와 철광석이, 정보화 사회에서는 지식과 정보가 각각 생산의 토대였다면, 21세기 드림 소사이어티에서는 감성이 가장 중요한데, 그 결과 인간의 감성을 가장 강력히 자극하는 ‘이야기’가 크게 주목받을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요즘은 평범한 상품보다 이야기가 있는 상품(예: 에비앙, 비타민워터, 제이에스티나, 더 히스토리오브 후)이 훨씬 각광받고, 지식이나 정보도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풀어서 들려주는 작품(예: 신기한 스쿨버스, 마법천자문, 노빈손 시리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렇다면 스토리텔링은 과연 무엇인가?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은 스토리(story)와 텔링(telling)의 합성어인데, 여기서 스토리는 이야기(사건, 지식/정보)를 말하고, 텔링은 각종 매체(문화콘텐츠, 비즈니스, 일상생활, 특정 분야)의 특성에 맞게 표현하는 것이어서, 내용은 물론 기술적인 측면까지 포함하고 있다. 즉, 스토리텔링이란 ‘어떤 이야기를 매체에 맞게 적절히 표현하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과학 스토리텔링’이라 하면, 다양한 과학지식을 이야기 형식으로 꾸며서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는 과학지식을 있는 그대로 단순하게 전달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앞에서 언급한 <신기한 스쿨버스>나 <노빈손 시리즈>처럼, 과학지식을 한편의 이야기로 만들어서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들려주기를 바라고 있다. 즉, 지식과 함께 재미와 감동까지 동시에 원하고 있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의 유형은 크게 문화콘텐츠, 비즈니스, 일상생활, 특정분야 등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선 문화콘텐츠는 다시 엔터테인먼트와 인포메이션 스토리텔링으로 나눌 수 있다. 엔터테인먼트 스토리텔링은 서사성이 강한 것으로, 소설이나 동화, 만화,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공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들은 재미와 함께 상업성이 강하기 때문에 스토리텔링 중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반면에 인포메이션 스토리텔링은 주어진 정보를 바탕으로 이를 가공, 배치, 편집, 디자인하는 것으로, 전시나 축제, 여행, 테마파크, 에듀테인먼트, 인터넷콘텐츠 등을 들 수 있다. 날이 갈수록 사람들은 재미와 지식을 동시에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으므로, 향후에는 이들 분야도 엔터테인먼트 스토리텔링 못지않게 활성화될 전망이다.

 비즈니스 스토리텔링은 각종 기업에서 활용하는 것으로, 광고나 브랜드, 디자인, 기업경영, 상품 등의 스토리텔링을 들 수 있다. 요즘 스토리텔링은 특히 이러한 경제 분야에서의 활용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제 광고에서 스토리텔링은 없어서는 안 될 부분이 되었고, 기업들도 브랜드 가치나 기업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스토리텔링 기법을 쓰고 있다. 또한 상품에 얽힌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줌으로써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이 외에도, 최근에는 패션이나 음식, 건축 등 일상생활에서도 스토리텔링을 적용하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치나 선거, 행정, 법정, 의약, 종교, 교육, 스포츠, 관광 같은 특정 분야에서도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21세기는 문화예술, 더 나아가 그것을 산업화한 문화콘텐츠의 시대이다. 특히 머잖아 스마트폰이 일반화되면 콘텐츠의 수요는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제야 비로소 본격적인 ‘콘텐츠 전쟁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와 함께 스토리텔링의 영향력이 문화콘텐츠뿐만 아니라 사회전반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바야흐로 우리는 ‘이야기 전쟁시대’에도 대비해야 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젠 과학기술자도 문화콘텐츠에 대한 안목과 함께 스토리텔링 능력도 겸비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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