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주식시장과 금융공학
[학술] 주식시장과 금융공학
  • 양승호 / 산업경영공학과 통합과정
  • 승인 2010.12.08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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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주가 예측 모형

    1973년 이래 주가 예측 모형 개발 꾸준히 이루어져
    주식 시장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모형 개발이 주된 목적

 만약 미래의 주가를 예측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 사람은 아마도 워렌 버핏처럼 억만장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주가를 예측하고자 하는 노력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블랙, 숄즈(Black, Scholes)의 논문이 발간된 이후로 계속해서 이어졌다. 주식 등의 기초자산 가격은 기하 브라운 운동을 따른다고 가정한다. 브라운 운동은 1827년 영국의 식물학자 브라운이 꽃가루의 작은 입자가 수면 위를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현상을 발견한 것을 계기로 이론화되었으며, 기체나 액체 내에서 떠다니는 미소입자의 불규칙 운동, 즉 무방향성 미세운동을 의미한다. 블랙, 숄즈는 특정 기초자산에 대해 발행한 조건부 청구권의 가격이 기하 브라운 운동 뿐만이 아니라 편미분 방정식을 따른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블랙, 숄즈에 의해 촉발된 금융공학의 눈부신 발전은 실무에서도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주었고 많은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금융공학에는 다양한 연구 분야가 있으며 이 중 변동성 모형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자산 가격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게 되며, 이는 동적 모형으로 설명 가능하다. 자산 가격의 미래 움직임을 정확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자산 가격의 움직임을 반영하는 적절한 확률 분포 모형을 상정하고, 자산 가격의 과거 데이터를 사용하여 확률 분포 모형의 모수들을 추정한다면, 미래 자산 가격의 평균적인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산가격의 동적 모형과 관련하여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변동성 모형이다. 변동성은 자산 가격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특징이다. 자산 가격의 변동성을 쉽게 말하자면, 가격의 변화 정도를 일컫는 비율을 뜻한다. 이런 비율을 정의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 대안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금융시장에서는 자산 가격 수익률의 표준 편차(standard deviation)를 변동성으로 정의한다.

 자산 가격의 동적 모형 및 변동성 모형에서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널리 사용되었던 모형이 위에서 언급한 블랙-숄즈 모형이다. 일반적으로 자산 가격의 분포는 두터운 꼬리(Heavy Tails)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실제 주식시장의 분포와 옵션가격에 내재된 상태가격밀도함수는 복잡한 형태를 가짐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옵션이란 주식, 채권, 주가지수 등 특정 자산을 미래의 일정 시점에 사전에 정해진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와 팔 수 있는 권리를 매매하는 거래를 의미한다. 이러한 옵션이 거래되는 곳이 옵션 시장이다. 다음의 [그림 1]을 통해 실제 KOPI200 수익률의 분포를 추정해보면 정규분포와 다름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블랙-숄즈 모형으로는 실제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반영하기 어렵다. 실제 시장에 존재하는 옵션 가격을 블랙-숄즈 모형에 직접 대입해보면, 변동성을 역으로 구한 내재변동성이 사전에 정해진 가격인 행사가격이나 특정 시점과 현재와의 시간 간격을 의미하는 잔존만기가 되는 것으로 나타나 모형 자체의 가정에 위배되는 결과가 도출되는 것이다. 

 블랙-숄즈 모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여러 가지 시도가 있었다. 우선 자산 가격의 불연속적 움직임, 즉 점프(Jump) 현상을 표현하기 위하여 머튼/쿠(Merton/Kou)와 콕스-로스(Cox-Ross)는 각각 점프-확산 과정(Jump-Diffusion)과 순수 점프 과정을 제안하였다. 점프가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가를 나타내는 빈도수와 어느 정도의 크기로 일어나는지에 대한 크기의 확률과정을 통해 자산 가격의 불연속적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두 모형들 역시 자산 가격의 변동성에 대한 가정은 블랙-숄즈 모형과 다르지 않았다. 자산 가격의 내재변동성의 함수적 성질을 설명하기 위해서 헤스턴(Heston)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동성이 지속적으로 변하는 OU(Ornstein-Uhlenbeck) 과정에 기반을 둔 추계적 변동성을 블랙-숄즈 모형에 도입하였다. 헤스턴(Heston) 모형은 현재 월가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모형들 중의 하나이다. 이로부터 반드시 정해진 만기에서만 옵션을 행사해야 하는 유러피언 옵션 가격 공식을 유도할 수 있고, 주가가 양의 변동성을 가지면 바로 다음에 비슷한 크기의 음의 변동성을 가지는 현상인 군집(clustering) 현상, 주가가 움직이지만 결국 장기적인 평균 추세선에 회귀하는 경향을 보이는 평균 회귀(mean-reverting) 현상 등을 설명하는 데에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옵션 시장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으로 현상을 모두 설명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있다. 예를 들어, 짧은 잔존만기의 옵션 내재변동성이 증가하는 현상을 설명하지 못한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자 점프-확산 과정과 추계적 변동성 모형을 결합한 모형을 베이츠(Bates)가 제안하였다.

 이후에도 자산 가격의 움직임 및 변동성을 더욱 정확하게 예측하고 설명하기 위한 연구는 계속되어 왔다. 앞에서 언급된 점프 과정들은 불연속한 점프가 유한번의 회수를 가진다는 가정을 사용한 것이었다. 이러한 가정을 사용하지 않고 일반화함으로써, 무한 횟수의 점프 과정을 이용한 레비(Levy) 과정을 연구하는 시도 역시 있어왔다. 순수 점프 레비 과정에 대한 연구는 주로 90년대 후반 이후에 이루어졌는데, 대표적으로는 반도프-닐슨(Barndorff-Nielsen)의 표준 역가우시안 모형(Normal Inverse Gaussian model, NIG), 프라우스(Prause)의 일반화 쌍곡모형(Generalized Hyperbolic model), 메이던-카-창(Madan-Carr-Chang)의 베리언스-감마 모형(Variance-Gamma model), 카-메이던-게만-욜(Carr-Madan-Geman-Yor)의 CGMY 모형을 꼽을 수 있다. [그림 2]는 머튼/쿠 모형과 베리언스-감마 모형으로 주가를 생성시켜본 결과이다. 그림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실제 주가의 움직임과 비슷함을 알 수 있다.

 물론 위와 같은 레비 확률과정들도 문제를 가지고 있다. 확률밀도함수를 닫힌 해로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위험 중립 확률밀도함수를 이용한 모멘트나 옵션 가격 계산 등에 난점을 가지고 있다. 확률밀도함수가 존재하는 경우에도 그 함수가 특수함수를 통해 표현되는 복잡한 형태여서 최우추정법과 같은 방법으로 모수를 추정해내는 작업은 상당히 어렵다. 다만, 고유의 특성함수를 이용하여 각 모멘트 및 옵션 가격 계산 등을 할 수 있다.

 실제 주식의 움직임을 반영하는 다양한 모형들을 이용하여 옵션, 채권 등의 금융상품의 가치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모형의 모수를 정확하게 추정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금융모형에 적합한 최적화 방법론을 필요로 한다. 현재까지 다양한 종류의 최적화 방법론이 제안되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아있으며, 해결되었을 때 그 영향력이 큰 점을 감안한다면 금융공학은 매력적인 연구 분야임에 틀림없다.

 금융공학은 전통적인 한 가지 이론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며, 수학·전산학 등의 학제 간 융합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다. 이것이 물리학이나 응용수학 및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금융 시장 분석가들이 월가나 여의도 증권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이다. 금융공학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편미분 방정식, 확률 미적분, 최적화 방법 및 수치해석, 확률론 등의 수학적인 지식과 C++, 비쥬얼 베이직, 엑셀 및 매트랩 등의 프로그래밍 능력과 포트폴리오 이론, 파생금융상품 모형, 이자율 모형 등의 금융 전반에 대한 지식을 두루 갖추어야 한다. 앞으로 금융시장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며 유가·환율·물가·기업가치·경기뿐만 아니라 스포츠·정치·질병 등의 다양한 요소에 영향을 받게 될 것이므로 지속적으로 새로운 모형의 개발에 대한 요구가 필요할 것이며 이에 따라 금융공학도들의 역할이 크게 부각될 것이다. 우리대학의 인포메틱스 연구실에서는 금융공학과 관련하여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고 있다. 본 글을 읽고 많은 학생들이 금융공학이라는 연구 분야에 도전해 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