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릴레이] 심형래의 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문화 릴레이] 심형래의 는 지금 어디에 와 있는가
  • 박영효 / 전자 05
  • 승인 2006.1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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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영화사상 최대제작비···흥행 여부 관심
<용가리> 이후 심형래 감독은 전작의 상업적·비평적 참패에도 굴하지 않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는데, 그것이 바로 이다. 처음에는 2002년에 선보인다던 영화는 어마어마하게 불어만 가는 제작비와 더불어 개봉일정도 계속해서 늦춰져 오다가, 2006년이 된 지금에서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상을 선보이는 등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11월에는 AFM(아메리칸 필름 마켓)에서 이미 영화를 공개했으며, 이 같은 사실로 보아 현재 남아 있는 후반작업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홍보를 시작해 2007년 여름시장을 노리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와 관련한 초미의 관심사는 절대적으로 영화의 흥행 성적에 쏠려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시아 영화사상 최고수준인 700억원이라는 제작비는 단순계산으로 국내에서 2,000만명이 보아야만 손익분기점을 넘길 정도의 막대한 금액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국 영화 관객들의 고질적인 판타지 장르 외면과 늦춰져만 가는 영화 개봉에 대한 불신 등으로 인해 국내에서 손익 분기점을 넘기리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심 감독이나 제작사 측도 이러한 상황을 모를 리 없는 만큼, 는 제작 단계에서부터 미국 개봉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톱스타는 아니더라도 인지도 있는 할리우드 배우들로 구성된 출연진이나 비중 있게 진행된 LA 로케이션만 봐도 그렇다. 영화가 100% 우리나라의 힘으로 만들어졌으리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CG 작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술적 작업은 할리우드 스태프들의 손이 들어갔다. 이러한 덕분에 적어도 영화는 자막 보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미국 관객들의 ‘눈높이’ 정도는 맞출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더 중요한 부분은 영화의 플롯에 있다. 여기서 플롯이란 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종종 어깃장을 놓는 ‘유치하고 뻔한’ 스토리와는 다른 부분이다. 가족 단위로 극장을 찾는 미국 관객들 덕분에 미국에서는 한국과 다르게 애니메이션이나 전체관람가 영화가 쉽게 흥행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 관객들이라고 해서 앞뒤 내용이 연결도 안 되고 전개에 설명도 부족한 ‘엉성한 플롯’을 가진 영화까지 용서해 주지는 않는다. 이 점에 관해서 AFM에서의 상영 이후 나온 몇몇 리뷰들은 영화의 흥행에 불길한 전조를 가져다준다. Scifijapan의 리뷰는 ‘지루하고 혼란스러웠다(bored and confused)’고 전하며 영화의 엉성한 플롯을 지적했다.

이러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심 감독의 에 대한 기대감과 흥행에의 바람을 감출 수 없다. 이는 의 성공이 단지 한 영화의 성공과 한 영화인의 노력에의 결실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 전세계적인 성공을 거둔다면 한국 영화 기술의 발전 수준을 널리 알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형래라는 한국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까지 가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은 할리우드 영화와 한국 영화 모두에 다양성을 가져다주고, 한국 배우들의 할리우드 진출에도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제까지는 이안이나 오우삼 같은 이웃나라 감독들의 성공사례만 보며 부러워했지만, 가 ‘대박’을 터뜨린다면 심 감독은 당장이라도 메이저 영화사와 계약하고 최대 블록버스터 프로젝트의 메가폰을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의 개봉까지 남은 반년이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그 시간동안 심 감독이 남아 있는 과제를 모두 해결하고 모두가 기대하는 그 이상의 작품을 내놓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것이야말로 5년이 넘는 시간을 한 영화에만 몸바쳐 온 심 감독 스스로에 대한 최적의 보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