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릴레이] 10주년 맞은 스타크래프트
[문화릴레이] 10주년 맞은 스타크래프트
  • 김동우 / 신소재 04
  • 승인 2006.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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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런엔 이유가 있다!
스타크래프트(Starcraft)(이하 스타). ‘국민 게임’ 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게임. 이 게임이 있었기에 다른 나라에서는 유래 없는 ‘e-sports’라는 우리 나라만의 특수한 문화적 현상이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e-sports : ‘electronic sports’의 약자. 실제 세계와 유사하게 구현된 가상의 전자 환경에서 승부를 겨루는 여가활동을 통칭) 보통 컴퓨터 게임의 수명은 일 년을 넘기 어려운데도 불구하고, 1998년 가을 스타크래프트 오리지널(Original)이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이토록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무엇이며 지금까지 어떤 길을 걸어왔을까?

스타 해설위원 엄재경 씨는 게임 중계 도중에 이 게임을 종종 ‘바둑’에 비유하곤 한다. 이유인즉슨 테란·프로토스·저그 세 종족으로 이루어진 이 게임은 각 종족이 전혀 다른 특징을 지니지만 강약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종족간 장단점이 거의 완벽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어 바둑에 버금갈 정도로 무한한 전략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단지 차이점이 있다면 스타는 컴퓨터 게임의 특성상 재빠른 손놀림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게임을 한층 재미나게 하는 풍부한 전략성은 물론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특유의 빠른 진행 속도가 지루함을 싫어하는 젊은층을 스타에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스타의 기적은 게임의 내적 완성도와 더불어 시대의 흐름을 탄 ‘배틀넷(battlenet)’이 있기에 가능했다. 배틀넷이란 무료로 언제든지 익명의 상대방과 게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네트워크 서비스로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의 급격한 보급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내어 한국을 ‘PC방 붐(boom)’을 이끌었다. 또 혼자 게임을 즐기는 것 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경쟁하는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도 큰 힘이 되었다. 이렇게 두터운 팬 층을 이끌어낸 스타는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전국 PC방 대회를 시작으로 game-q 등의 인터넷 방송을 거쳐 현재 케이블에 2개의 공식 게임 채널이 생기게 하는 등 게임의 대중화에 일등 공신이 되었다.

게임의 대중화가 이어지면서 따라 젊은 층을 향한 기업 홍보 효과를 위해 여러 기업들이 게임사업에 뛰어들었으며, 이 과정에서 게임을 전문으로 하는 ‘프로게이머(progamer)’라는 새로운 직업이 등장하게 되었다. 대표적 인물로는 팬 카페 회원 수가 웬만한 연예인을 훨씬 웃도는 임요환 선수가 있다. ‘테란의 황제’라 불리는 임요환과 같은 ‘스타 플레이어’가 여러 명 탄생하면서 축구, 야구 프로선수팀과 같은 ‘프로게임단’이 생겨, ‘e-sports’라는 새로운 여가문화까지 만들어냈다.
높은 게임성과 시운을 등에 업은 배틀넷 서비스, 마지막으로 프로게이머라는 스타들의 탄생으로 스타의 인기 비결을 간단히 요약할 수 있겠다. 이러한 스타의 인기를 씨앗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의 e-sports를 리드하며, 여타 스포츠에 견줄 수 있을 만큼 뿌리를 내려왔다. 하지만 스타가 정식 발매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좀 더 발전된 게임 엔진과 기술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것이 세계의 추세이다. 이에 반해 아직 스타만을 집착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실정은 앞으로 e-sports 종주국을 유지하기에는 너무나 뒤떨어진 것이 현실이다.
그저 단순한 여가거리로 취급받던 컴퓨터 게임이 인기몰이를 계속하여 e-sports라는 새로운 대중문화는 물론, 프로게임단을 통한 대중적인 여가문화의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매우 큰 사회적 변화이다. 이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스타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생각된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컴퓨터 게임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관도 바뀌는 때에 스타를 비롯한 여타 게임들이 우리 사회의 여가문화를 보다 폭넓고 다양하게 하는데 이바지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