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릴레이] ‘삶터’의 여름 나기
[문화릴레이] ‘삶터’의 여름 나기
  • 이효민 / 화공 04
  • 승인 2006.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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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통해 기량 쌓고, 가족적인 분위기 만끽
삶터는 방학 중 2주간 전수라는 행사를 가진다. 전수를 통해 치배(농악에서 타악기를 치는 사람)들의 실력을 쌓고 동아리 분위기를 가족적으로 바꿔나간다. 2주 내내 잠자는 시간을 빼고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냄으로써 얻게 되는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전수는 삶터의 1년 행사 중 가장 중요하다.
삶터의 전수는 개강 2, 3주 전부터 시작한다. 우선 학교에서 1주일동안 예비전수라 하여 방학동안 녹슬어 있는 정신과 체력, 그리고 끝없이 추락한 자신의 실력들을 가다듬게 된다. 약 두 달을 쉬고 학교로 돌아오게 되면 이전 학기에 잘 치던 치배들도 완벽히 다른 사람으로 변해서 오게 된다. 그런 상태로 바로 전수를 갔다가는 1주일동안 MT를 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따라서 1주일간의 예비전수를 통해 본전수를 위한 자세를 만드는 것이다.

예비전수는 일부러 힘들게 진행하여 원래의 기량을 되찾는 것을 최대의 목표로 한다. 이번 여름 예비전수는 아침 7시부터 모여 밤 10시까지 연습이 진행되었다. 매일 낙오자 없이 연습 뒤풀이를 통해 늦은 시간에야 잠이 들곤 했다. 그 전날 아무리 늦게까지 술을 마셨어도 다음날 아침 7시에 모이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기정사실로 되어있다. 그 때문에 생기는 일도 많았다. 며칠째 못 씻고 연습 나오는 경우도 있고, 체육관에서 농구를 하는 동안 바닥에 널브러지는 경우도 있었다. 때로는 세탁소에서 이불을 찾아온다고 말해놓고선 자신의 방에서 침대에 파묻혀버리기도 했다. 물론 이런 경우는 그 사람이 저녁식사를 모조리 사야만 한다. 이런 아주 무거운 벌칙이 있음에도 늦는 회원들이 항상 있기 때문에, 예비전수 기간의 저녁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1주일간의 예비전수가 끝나면 바로 본전수를 간다. 본전수는 학교에서 진행되지 않고 수련원이나 연수원 같은 넓은 공터가 있는 장소로 가게 된다. 여기서 전문 풍물패에서 상쇠를 하시는 사부님과 1주일동안 같이 생활하면서 풍물을 배우게 된다.

본전수의 일정은 예비전수와 비슷하지만 연습의 강도는 예비전수보다 덜하다. 왜냐하면 상쇠가 쥐고 있던 권한이 사부님에게로 넘어가기 때문이다. 삶터를 맡고 계신 사부님은 전문인이기 때문에 치배들의 문제점을 잘 알고 바로바로 고쳐주신다. 실제로 예비전수 1주일 동안 해결되지 못한 북치배들의 연풍대(승무·농악놀이 따위에서 허리를 뒤로 젖히고 한 발을 내딛으며 유연하게 도는 춤사위)를 본전수 시작 하루만에 사부님께서 고쳐주셔서 상쇠인 나는 너무 놀랄 수밖에 없었으며, 그 후 북치배들에게 심한 심리 공격을 당해야만 했다. 또한 본전수 때는 예비전수와 달리 연습만 하는 것이 아니라 민요를 배우거나 풍물에 관한 수업을 듣는 등 교양시간도 갖는다. 본전수를 통해 실력도 향상시키고 우리나라 악기를 치기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도 배우는 것이다.

본전수에서 하루 일정은 정식적으로 밤 11시에 끝이 나지만, 그 이후는 상쇠와 전수장의 판단 하에 진행되므로 어김없이 술판이 벌어진다. 비록 사부님께서는 술을 마시게 되면 기운이 나가기 때문에 안 먹는 것이 좋다고 하시지만, 워낙 우리들의 술자리가 즐겁고 이를 통해 선후배가 친해지기 때문에 사부님도 암묵적으로 인정해주고 때로는 같이 즐기기도 하신다. 참고로 이번 전수는 1주일 중 하루를 제외하고 모두 술을 마셔 사부님께서 놀라시기도 했다.
삶터의 전수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서로간의 유대를 도모하는 것이다. 물론 치배들 개개인의 실력 향상도 중요하지만, 풍물패에서 더 중요한 것은 치배들간의 어울림이기 때문이다. 이번 전수도 어김없이 다른 치배들과 많이 친해졌고, 1학년들이 가족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해 성공적인 전수였다는 기분이 든다. 여름 전수가 끝난 지금, 다시 한 번 뜨거운 즐거움을 느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