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릴레이] 터키 배낭 여행
[문화릴레이] 터키 배낭 여행
  • 정현철 기자
  • 승인 2006.09.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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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0년 역사보다 마음 속 깊이 새겨진 터키인들의 인정






이스탄불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숙소를 찾는 것이었는데, 길이 복잡해 도움을 청해야 했다. “Excuse me?”라는 말을 꺼내며 가까이 있던 사람들에게 다가가자 그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우리를 반기며 “Korea?”라고 물었다. 이를 보니 여기서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꽤 좋은 것 같았다. 설명을 듣고 “Thank you” 라는 말과 함께 뒤돌아 떠나려 할 때, 두 손을 번쩍 들며 “대~한민국”이라 외쳤던 그분들이 어찌나 친숙하고 고맙게 느껴지던지….


호스텔에 들어가 짐을 풀고 본격적인 여행에 들어갔다. 이스탄불은 매우 넓지만 볼만한 유적이 군데군데 몰려있어 둘러보기가 편했다. 이스탄불과 함께 그 역사를 함께 해 온 아야소피아, 이슬람 건축 양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블루모스크, 오스만 제국의 부와 번영을 상징하는 톱카프 궁전….
지금까지 보아왔던 이국적인 건축물이라고는 고딕양식의 교회나 의사당 정도가 전부였는데, 이렇게 익숙하지 않은 양식의 건물을 보니 미술이나 건축에는 전혀 문외한인 나라도 푹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혼잡한 도시 분위기와 작열하는 지중해의 태양으로 짜증날 때도 더러 있었지만, 이스탄불에서는 기대했던 대로 유서 깊은 건축물과 유물을 많이 볼 수 있어 실망스럽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보다도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이스탄불의 바다였다. 여느 도시와는 달리 강이 아닌 바다를 사이에 끼고 있는 이스탄불에서는 해상교통이 마치 정기적인 버스가 운영되듯 잘 되어 있었다. 푸른 바다 위를 가르며 동서양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독특한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 밤에는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 위의 술집에서 항구도시 특유의 분위기를 느끼며 맥주를 들이킬 수 있는 곳. 이러한 장소는 아마도 세계에 있는 수백 수천의 도시 중 이스탄불밖에 없을 듯하다.

이 짧은 글에는, 그토록 즐거웠던 이야기를 막 시작하려 할 때 맨 먼저 얼굴에 떠오르는 미소 정도밖에 담을 수 없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는 터키에서 많은 추억거리를 만들었다. 특히 물가가 그리 높지 않아 패러글라이딩, 오토바이겾㈆瑩?여행, 해수욕, 도시투어 등을 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은 터키가 갖고 있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지중해 연안에 있는 도시에는 관광시설 뿐 아니라 영화 ‘반지의 제왕’에나 나올법한 자연 경관이 펼쳐져 있었으며, 곳곳에 옛 그리스겥罐떽척育?유적이 잘 보존되어 있어 오히려 이스탄불보다 더 오래 머물고 싶던 곳도 있었다. 그렇지만 훗날 누군가가 나에게 터키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 답은 바로 터키인들이 우리에게 베풀었던 ‘인정’일 것이다. 길을 잃고 이곳저곳 헤매다가 만났던 활기찬 표정의 아이들, 지쳐서 버스정류장에서 씩씩거리고 있던 우리에게 편하게 말을 걸어주던 터키인들, 더운 날씨로 인해 얼굴을 푹 숙이고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반가운 표정으로 “안녕하세요? Do you need a help?”라 말을 건네던 행인들….
비록 마주친 시간은 유적 하나를 둘러본 시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 기억은 마음 속에 몇 배는 더 오래도록 간직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