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오름돌] 멋지고 당당한 이름
[78오름돌] 멋지고 당당한 이름
  • 손영섭 기자
  • 승인 2010.11.03 16: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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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적 어머니께 이런 질문을 했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엄마, 어른이 되면 이름을 바꿔?” 정말 어처구니없기만 한 이 질문이 당시 초등학생이던 나에게 꽤나 진지한 고민이었다.

 그 시절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나 다른 어른들의 이름은 멋있어 보였다.  한마디로 어른스러워 보였다. 그에 비해 내 이름은 매일 사고나 치고 선생님이나 부모님께 혼만 날 것 같은 이미지였다. 내가 생각했을 때 어른에게 ‘손영섭’이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이름을 갖는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고 더 어른다워 보이는 이름을 가지고 싶어서 그런 질문을 했었다.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표현할 때는 많은 수식어가 필요하다. 직업ㆍ외모ㆍ성격 등등 아마 글로 쓰면 몇 장이 나올지도 모르게 길 것이다. 그러나 그 사람과 조금만 같이 지내 봤다면 이름만 듣고도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 시간이 길던 짧던 그 사람이 나와 함께 했던 시간만큼 이름의 이미지가 형성 된다.

 내가 했던 말, 행동 하나 하나가 모여 나에 대한 이미지가 만들어 진다. 이 이미지는 ‘나’라는 존재를 나타내는 이름에 그대로 연결된다. 그래서 어떤 사람의 이름을 떠올리는 순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하게 표현할 수는 없어도 이미지가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떠오르게 만든다. 이 때문에 나는 간혹 처음 만난 사람도 전에 만났던 이름이 같거나 비슷한 사람의 이미지로 판단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름이란 그 사람을 함축하는 한 단어인 것이다.

 그런데 이 이미지는 남에게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자신의 이름을 떠올려 보자. 어떤 생각이 드는가? 남에게 어떤 이유에서 보여주지 않은 행동이라도 자신은 그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생각하는 이름의 이미지가 자신을 가장 정확하게 나타내는 이미지일 것이다. 윤동주 시인의 ‘서시’에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이라는 유명한 시구가 있다. 이 시구에서 부끄럼이 없다는 것은 본인이 생각하는 이름의 이미지가 타인이 생각하는 이미지와 일치하고 그에 대해 당당하다는 뜻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어머니께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하고 많은 시간이 흘렀다. 대학생이 된 내 이름에 대한 이미지를 다시 떠올려 보면 그 때에 비해서는 많이 어른스러워진 느낌이다. 이제 겨우 자기 앞가림을 할 수 있는 아직 미숙한 대학 초년생, 게임을 너무 좋아하고 여전히 해야 할 일을 자주 미루는 게으름도 지닌 내가, 현재 생각하는 내 이름에 대한 이미지이다. 아직 노력해야 할 것이 많은 부끄러운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들은 자기 이름이 어떤 이미지라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이미지와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독자들 모두 자기가 생각하는 멋진 이름을 가지게 되기를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