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릴레이] 기괴한 목소리로 만든 음악
[문화릴레이] 기괴한 목소리로 만든 음악
  • 이재근 / 화공 05
  • 승인 2006.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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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듣다가 문득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흔히 사람들은 몇 가지 객관적인 잣대를 내밀어 판단한다. 예를 들어서 시원스럽게 뻗어가는 고음의 목소리가 멋지다느니, 애절한 바이브레이션이 기교 넘친다느니 하는 식이다. 이런 틀에 맞추다 보니, 대다수의 가수가 별 특색 없는 목소리로 획일화 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식상한 목소리에 질린 분들을 위해 개성이 넘치는 여성 보컬리스트 세 명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소개할 뮤지션은 아일랜드 출신의 Bjork이다. Bjork은 얼마 전 영국 공영방송 BBC에서 발간하는 ‘Homes and Antiques’ 매거진 독자 투표에서 괴짜스타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인의 소개로 듣게 되었는데 가장 처음 접한 곡이 Human Behavior라는 곡이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정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음악 자체가 차갑고 기계적인 데다가 마치 어린애가 장난스럽게 불러놓은 듯한 보컬에 많이 당황했다. 하지만 이 놀라우면서도 괴상한 음악이 귀에 익어갈수록 홀딱 빠지게 되었다. 그는 스스로를 음악 과학자라 부르며 언제나 실험적인 자세로 음악을 한다. 그렇게 만든 음악에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그만의 개성적인 창법으로 그의 노래를 더욱 신비하게 만든다. Bjork의 광팬이 된 지금은 남들이 다들 그렇게 평가하듯이 천재라는 단어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두 번째로 소개할 뮤지션은 영국의 트립합 밴드인 Portishead의 보컬리스트인 Beth Gibbons이다. Portishead의 음악의 특징은 간단히 말해서 한없이 우울하다는 것이다. 이 우울함은 자학적이고 씁쓸하기 그지없는 노랫말만을 써대고 마치 폐암 말기의 환자가 고통스런 가슴을 쥐어짜듯 노래하는 Beth Gibbons의 작사와 보컬에서 주로 기인한다. 그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아무도 없는 어두침침한 방안에서 헤드폰을 끼고 Portishead의 음악 속으로 풍덩 몸을 던지는 것이다. 이토록 우울한 음악인데도 추천하는 이유는 이들의 음악을 들음으로 인해 생기는 행복감이 그 우울함을 상쇄시키고도 충분히 남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Otep 보컬리스트 Otep Shamaya를 소개하고자 한다. Otep은 미국 L.A 출신의 뉴메틀 밴드이다. Otep의 노래를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보컬이 정말로 여자가 맞는지 의아해 한다. 그의 그롤링(growling)을 들어보면 도저히 여자가 낸 목소리라고 생각하기 힘들다. 그 목소리는 힘이 넘치며 모든 분노와 고통을 동시에 표출한다. 고통의 미학을 유독 강조하는 그는 목소리만큼이나 사상도 독특하다. 그 사상은 가사에 묻어난다. 그는 처음에 비쥬얼 아티스트였다가 시를 썼고, 이후 힙합 씬에 빠져들었던 인물이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예술에 관심을 열어놓은 그는 단지 문학만으로 자신을 표현하는데 부족함을 느낀 뒤 밴드를 결성했다. 경력에서 드러나듯 시적인 관점에서 다루고 있는 가사와 함께 그 사운드는 하나의 의식처럼 여겨진다. 이렇듯 그의 목소리는 그의 가사와 음악과 절묘하게 결합하여 멋진 매력을 발산한다.
이들 세 명은 모두 독특한 개성으로 똘똘 뭉쳐있으며 각자 고유의 뚜렷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음악이 자신의 취향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매번 비슷한 음악만 듣는 것 보다는 이런 음악들도 들어보면 음악을 듣는 귀가 더 넓게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