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위용 세계에 과시
한민족의 위용 세계에 과시
  • 안준형 기자
  • 승인 2006.03.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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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시설에 버금가는 성숙한 관람문화 갖춰야
한 나라의 문화나 예술의 척도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 바로 박물관이다. 영국의 대영 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미국의 자연사 박물관 등은 단순히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이라는 개념을 뛰어넘어 한 나라의 문화적 역량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럼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작년 10월 서울 용산에 새롭게 문을 연 국립 중앙 박물관을 찾아 우리나라 대표 박물관의 현주소를 확인해 보았다.

최신시설로 관람객 편의 극대화
처음 국립 중앙 박물관을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가운데가 뻥 뚫린 웅장한 박물관 건물이었다. 우리 건축의 고유 공간인 마루를 상징하는 가운데의 열린 공간은 박물관 관람의 출발점이 될 뿐만 아니라 뒤로 보이는 남산과 앞으로 보이는 연못(거울못)을 이어 주어 탁 트인 느낌을 주었다. 박물관 내부도 자연 채광을 이용한 인테리어로 자연과 하나가 되는 느낌을 주었다.
상설전시관 로비의 끝에는 고려 충목왕 4년(1348)에 대리석을 재료로 하여 세운 경천사 10층 석탑이 서 있었다. 하늘을 향해 비상하듯 솟구치는 탑을 보며 한국의 미와 더불어 우리 조상들의 힘찬 기상을 엿볼 수 있어 매우 인상적이었다.
관람을 하면서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모든 시설 및 서비스가 관람객의 편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하여 구성된 것이었다. 외국인들이 불편 없이 관람할 수 있도록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으로 안내가 이루어지고 있었고, 유물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원하는 국내 관람객들을 위해서 PDA와 MP3를 대여하여 자세한 영상 및 음성 안내를 제공하고 있었다. 이 뿐만 아니라 장애인, 노약자들이 관람에 불편함이 없도록 전용 승강기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아기를 동반한 관람객을 위한 수유실도 마련되어 있었다.

다양한 관람 코스 제공으로 효율적인 관람 가능
전시 공간이 너무 넓어 박물관을 처음 찾는 관람객은 어느 부분부터 관람해야 할지 고민될 법도 한데, 이런 관람객들의 고민을 덜어주고자 박물관 측에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여러 가지 관람 코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명품 관람 코스, 테마 관람 코스, 청소년 관람 코스, 어린이 관람 코스 등 관람객의 구미에 맞춰 세부적으로 코스가 잘 짜여 있어 관람객이 박물관을 찾은 목적에 따라 효율적인 관람이 가능했다. 기자는 우리 역사의 전반적인 흐름을 보고 싶어 테마 관람 코스 중 ‘5000년 역사 탐방기’라는 주제를 가지고 관람했다.
이 코스는 한반도에서 문명이 발생한 구석기 시대부터 근대까지 우리나라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코스였다. 빗살무늬토기를 비롯한 선사시대의 유물들은 다소 투박해 보이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기술이 미흡하던 시기에 아름다움을 추구하려 했던 우리 조상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우리 조상들의 미적 감각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욱 빛을 발했다. 삼국시대의 금속 공예를 이용한 각종 장신구와 국보급 금관은 그 정교함과 화려함이 보는 이들의 탄성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이러한 탄성은 백제금동대향로에서 절정에 달했다. 중 ․ 고등학교때 교과서에서 자주 봐오던 것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보니 부분적으로 매우 정교할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우아미가 세계의 어느 유물과 비교하더라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았다.

복원 기술로 되살아난 문화재
관람을 하면서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있었는데 그것은 대부분의 유물들이 억겁의 세월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보존 상태가 아주 깨끗하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되살린 우리 문화재’라는 책자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인데, 금동아미타여래좌상, 고려시대 쌍룡문경 등 많은 유물들이 현대의 복원기술의 도움으로 다시금 빛을 발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한다. 문화재는 한 나라 역사를 대변하는 소중한 자산인 만큼 ‘문화재 복원 및 보존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도 과학자의 역할이 크겠구나’라고 생각해 보았다.

미술관 작은 전시 ‘그림 속의 개’
‘5000년 역사 탐방기’ 관람을 마치고 2층 미술관으로 올라갔다. 미술관에서는 특정 테마를 잡아 ‘미술관 작은 전시’를 개최하고 있었는데, 그 첫 번째로 병술년 개띠해를 맞아 ‘그림 속의 개’라는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예부터 사람들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었던 개는 풍속화 등에 자주 등장하였는데, 특히 사냥 그림에는 날쌔고 영리하게 생긴 개가 빠지지 않았다. 여러 개 그림 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큰 개가 뭔가 불만인 듯한 표정으로 시무룩하게 누워있는 ‘사나운 개’라는 그림이었다. 그림 제목과는 달리 어딘가 어눌해 보이면서 친근하게 느껴지는 이 그림에서 우리 조상들의 여유와 푸근함이 느껴졌다.

상설 전시 외 특별전, 공연 등도 볼거리
국립 중앙 박물관에서는 ‘미술관 작은 전시’와 더불어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특별 전시도 기획하고 있는데, 오는 7일부터 ‘가고 싶은 우리 땅, 독도’ 특별전이 열린다고 한다. 독도의 가치와 중요성을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국민들에게 올바른 역사의식과 영토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해 마련된 이번 특별전은 독도의 자연, 옛 글 속의 독도, 옛 지도 속의 독도, 독도 사람들이란 주제로 구성된다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와 일본의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특별전은 독도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7일부터는 영화 ‘살인의 추억’의 원작으로 유명한 연극 <날 보러와요>가 박물관 내 ‘극장 용(龍)’에서 상연된다고 한다. 이 작품은 ‘웰컴 투 동막골’, ‘박수칠 때 떠나라’에 이어 최근 ‘왕의 남자’로 다시 한번 연극·영화계에 크게 화제가 되고 있는 ‘연극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시발점이 된 작품으로 그 의의가 더욱 크다.


무질서한 관람 문화 아쉬워

관람을 마친 후 박물관에서 나오면서 기자는 ‘우리도 세계 속에 당당히 내 놓을 수 있는 박물관을 가졌구나’하는 생각에 내심 가슴이 뿌듯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박물관 시설 및 서비스는 최고 수준이었지만 이를 관람하는 관람객들의 수준은 그에 못 미쳤다는 것이다. 방학을 맞아 아이들이 많이 찾은 탓에 더욱 소란스럽기도 했지만, 어른들도 관람 방향을 무시하고 무질서하게 관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또한 문화 유물들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박물관 곳곳에 사진기 플래시를 터뜨리지 말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사방에서 플래시가 터졌다. 우리가 진정한 문화 입국의 시민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좀 더 성숙한 시민 의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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