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평론가] 모두가 잘 사는 아름다운 집을 위해…
[나도 평론가] 모두가 잘 사는 아름다운 집을 위해…
  • 이응주 / 화공 03
  • 승인 2005.04.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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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다른 모습으로 조국위해 살다간 사람의 힘 느낄 수 있어
언제부턴가 현실이 내가 생각하던 세상과 다름을 느낀다. 신문기사에서 읽던 합리적인 세상의 변화가 마치 내 주위의 일인 양 가까이 있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현실의 벽이 부딪힐 때,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의 갈피를 잡아야 하는데 엄습하는 불안감이 나를 더욱 초조하게 만든다.

‘아름다운 집’은 주인공 이진선이 이상과 현실간의 점차 커지는 괴리감을 줄이기 위해 그의 일생을 순수한 혁명의 길에 몸바친 이야기이다.

‘아름다운 집’은 이진선의 일기로 그의 일제 시대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연희전문 철학과에 등록하고 일제치하의 암울한 시대 속에서 비굴해지는 언론, 변절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한 인간으로서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고민하던 이진선은 노동계급에게서 희망을 찾는다. 그는 사회주의 조선 혁명을 준비하며 해방을 맞이한다. 그러나 해방 후 외부의 세력이 들어와 남조선과 북조선으로 나눠진 가운데 그는 그가 꿈꾸는 조선혁명을 위해서 평양으로 월북하고 <로동신문>의 기자로서 일한다. 그러나 이런 때에 사랑하는 여린과 아들 서돌을 미군의 폭격에 눈 앞에서 잃는 시련을 겪는다.

당의 사상사업을 위해 그가 모스크바로 유학 가게 될 때쯤, 체코슬로바키아공산당 안에서 슬로바키아공산당 간부 11명이 사형 집행을 받아 평생을 바친 혁명의 길에서 동지들로부터 사형을 당하는 일이 일어나고 스탈린이 사망하면서 사회주의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다시 북조선으로 돌아오자 혁명전쟁 후 체코에서 그랬듯이 북조선에서도 당에 의해 박헌영을 비롯하여 남로당 동지들이 사형 집행을 받는다. 그래도 그는 당을 믿기로 하고 더 아름다운 조국을 만들기 위해 피눈물을 삼킨다. 사회주의 사상이 아니라 개인숭배주의로 변질되는 북조선의 현실에 반하여 사회주의의 이념, 모두가 잘사는 사회, 이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친다.

이진선이 남긴 유고 ‘아직 오지 않은 동지에게’ 에 이런 글이 있다.

사람의 삶은 그 뿌리부터 사랑이요, 나눔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사랑과 나눔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삶은 가난과 질병, 그리고 정치적 억압 속에 놓여있습니다.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려는 역사의 새로운 단계마다 언제 어디서나 민중의 투쟁이 있었습니다. 평생 혁명의 길을 걸어와 이제 죽음을 앞둔 저는 마지막 온 힘을 모아 당신에게 호소합니다. 모든 사람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이 대지 위에 구현하기 위하여 삶을 아낌없이 던진 저 수많은 선인들의 피눈물을 당신이 씻어주기 바랍니다. 지상의 사람이 궁극적으로 진실을 추구하는 존재인 한, 더 아름다운 세상을 꿈꿀 수밖에 없는 존재인 한 혁명은 더디더라도 앞으로 전진할 것입니다. 인류의 위대한 길. 그 길을 이어 새로운 사상과 혁명을 일궈갈 주체는 바로 당신입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지금까지 쉽게 접하지 못했던 사회주의 사상가 이진선의 눈을 통해 현대사를 다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책을 가치 있게 하는 점은 그를 통해 우리와는 다른 모습으로 조국을 위해 평생을 몸바쳐 살다간 사람의 힘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모두가 잘사는 아름다운 집을 만들기 위해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하고 그의 열정을 다 했다. 이진선과 같이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로 조국을, 사람을, 사랑할 줄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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