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촌맺기] 마에스트로 금난새
[일촌맺기] 마에스트로 금난새
  • 박지용 기자
  • 승인 2010.09.01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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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시작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

포스테키안 다른 분야 받아들일 여유 가져야
‘포항’하면 ‘음악 축제’로 인식 바껴야

 

  ‘금난새 뮤직페스티벌 & 아카데미’가 지난 8월 1일부터 8일까지 일주일 동안 우리대학에서 열렸다. 뮤직 페스티벌의 총감독이자 포스텍 멘토이기도 한 금난새 지휘자를 만나보았다. 세계적인 지휘자라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을까하고 걱정했었지만, 그의 인자한 얼굴이 첫눈에 기자의 걱정이 기우라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인터뷰 내내 환하게 웃으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는 모습에서 그의 인품을 알 수 있는 듯하다.


- 금난새 뮤직 페스티벌 & 아카데미를 마친 소감이 어떠신가요?
  작년에 이어서 두 번째로 뮤직 페스티벌 & 아카데미를 포스텍에서 개최하게 되었는데 작년에도 좋았다고 하지만 처음이기 때문에 약간 낯설었고 부족한 점이 있었는데 올해는 두 번째여서 그런지 만족스럽습니다. 특히 참석한 학생들의 분포, 성향이 굉장히 열심이었고 적극적이었으며, 여러모로 아카데미의 원래 뜻에 굉장히 부합하는 구성요소가 갖춰줘서 보람이 있고 기쁩니다.

 

- 서울이 아닌 포항에서, 그것도 이공계 대학인 포스텍에서 열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우리나라가 뭐든지 대도시, 서울 중심이라는 것은 항상 큰 이슈였죠. 이런 이슈에 대해서 내 분야에서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당연히 서울이 수도이다 보니까 문화적 기회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도시에서도 문화가 싹틀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우리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때까지 우리나라가 모두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하는, 경쟁적인 환경 속에서 발전했다면 이제는 자기 분야만이 아니라 어떻게 다른 분야와 융합되는가 하는 것이 우리나라 전체에 중요한, 새로운 시작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제 생각에 포스텍 같은 공대, 주로 기술과 과학을 중요시하는 학교에 오히려 음악이나 예술적인 것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포스텍에서 열고자 제안했고 다행이도 백성기 총장님이 그런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계셨기 때문에 성사가 되었습니다.

 

- 금난새 선생님께서 클래식의 대중화에 굉장한 노력을 하시는데, 왜 이러한 활동에 집중하시는지요?
  우리가 사실은 나무가 없어도 호수가 없어도 아름다운 산이 없어도 살 수는 있죠. 한데 왜 나무를 심고 왜 산에 가고 하느냐. 자기도 모르게 자연 속에 있을 때 착해진다는 거죠. 우리는 설교를 하면 착해진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아무리 좋은 책을 읽고 설교를 들어도 착해지지 않을 수도 있는 거죠. 저는 아름다운 것과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마찬가지로 음악이 없어도 살 수는 있죠.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데 자연이 필요하듯이 음악을 통해서 사색을 하고 좋은 생각도 할 수 있다는 거죠.

  이런 음악이 특정인들만 향유하고 그 좋은 것을 아무도 쳐다보지 않으니까 이것을 사람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어요. 좋은 작품을, 예를 들어 러시아어로 된 톨스토이 책을 읽고 감동받았으면 이것을 나는 러시아어를 아니까 됐다가 아니라 이것을 한국어로 번역을 하면 사람들이 더 많이 읽을 수 있다는 거죠. 나만 음악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내가 하는 음악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어요. 모든 사람이 전부 러시아어를 배울 수 없지 않습니까. 뭘 하던 간에 내 본의가 아니라 상대의 본의로 생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선생님은 어떻게 보면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데, 음악 하는 분들 중에 오해를 하거나, 다른 의견을 가지는 분들도 있고 본의와는 다르게 회자될 때도 있는데 이럴 때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처음에는 사람이니까 반대가 있고 실패를 하면 좌절할 수 있죠. 저는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그런 반대가 생길수록 더 힘이 생겨요. 웃기죠? (하하) 저의 신념대로 하는 일이니까요. 이번 페스티벌에서 학생들에게 당부한 것이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지라는 거예요. 만약 당신이 취직 시험을 봤는데 그 회사가 당신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했을 때 당연히 좌절을 하죠. 그렇지만 자신에게 묻는 겁니다. ‘Am I a diamond?’ 내가 생각이 있다면, 능력이 있다면, 하고자 하는 게 있다면 누군가가 꼭 데려간다는 거죠. 내가 생각했을 때 내 신념대로 노력했고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회사가 선택하지 않았을 때 회사를 향해 ‘곧 후회할 겁니다’ 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른 음악가들은 저의 방식대로 안 살 수도 있죠. 하지만 저는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하고 있습니다. 뭐 억지로 하는 게 아니고 그냥 제가 하고 싶으니까, 좋으니까 하는 거죠. 좋은 것을 보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좋다고 하는 건 나쁜 게 아닙니다.

 

- 선생님께서는 제1기, 3기 포스텍 멘토이신데, 멘토로서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한 말씀 해주시지요?
  이번 페스티벌이 의의가 있었던 것은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위한 아카데미였는데 비전공자들 중에 오디션을 통해 음악을 하는 열 명 정도의 학생들을 참가시켰습니다. 포스텍에서도 두 사람이 참석을 했죠. 이것이 이번 아카데미의 큰 수확이라고 봅니다. 이제는 분야간 융합을 해야 합니다. 전문가 시대도 있었지만 전문가가 어떻게 다른 분야와 합쳐지느냐는 과제를 풀어야할 시대가 왔다는 것의 본보기가 이것이지요. 음악 하는 아이들에게 음대생이 아닌데 음악을 저렇게 잘하는 것을 보고 더 노력해야겠다, 눈을 크게 떠야겠다와 같은 그런 자극을 서로 주게 되는 거죠.

  포스텍 학생들도 과학에 몰두는 하지만 좁은 생각이 아니라 내가 공부하는 전공이 나와 내 가족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큰 생각을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하는 공부 외에 다른 분야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꼭 음악이 아니어도 좋아요. 예를 들어 역사책 등과 같은 책을 많이 읽는 것과 같이 전문화된 아이디어가 필요한 거죠. 책을 읽어도 남이 재미있다고 하니까 이것저것 보는 것이 아니라, 탐정 소설만을 집중적으로 읽어봐야겠다는 식의 자기만의 유니크한 아이디어를 키워야합니다. 포스텍 학생 중에도 그런 생각을 해야 노벨상 타는 학생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단순히 자기 분야에서 최고라는 것으로는 이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 금난새 뮤직 페스티벌의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이번에 연주 도중에 생각난 아이디어인데, 연주만 하는 게 아니고 연습을 할 때 낮에라도 사람들이 와서 구경하는 게 좋겠다, 그게 더 아이들한테 교육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건의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몇 분들이 왔어요. 그리고 어떤 분은 보고 전화해서 친구 두 사람을 데리고 왔습니다. 올해 열 명이었지만 다음 해는 스무 명이 될 수 있고 하는 거죠. 작은 시작이지만 그런 식으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 있는 거죠. 어떤 며느리는 몸이 불편한 시어머니를 모시고 와 조용히 보고 가셨어요. 그 분이 나이가 드셔서 표사고 기다리고 할 수가 없으니까 연습시간에 온 거죠.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작은 동기, 작은 시도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제는 회 먹으러 포항 간다, 바닷가에 수영하러 포항 간다가 아니라 ‘포스텍에 음악축제 보러 간다’라고 메뉴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작지만 이것이 그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