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평론가] 멋진 저음, 고급스러운 멜로디, 섬세한 가사 돋보여
[나도 평론가] 멋진 저음, 고급스러운 멜로디, 섬세한 가사 돋보여
  • 신윤철 / 산업공학과 97
  • 승인 2004.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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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국내 뮤지션을 꼽으라면 언제나 같다. 김동률, 김광민, 이소라.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이들 중, 멋진 저음과 고급스러운 멜로디, 섬세한 가사가 돋보이는 김동률이 최근 4집 ‘토로(吐露)’를 발매했다.

연세대 재학 중이던 93년, ‘전람회’란 그룹으로 대학가요제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한 등장을 했던 그가 버클리 음대 유학생활을 마치고 영구귀국하면서 새 앨범을 낸 것이다.

서동욱과 함께 활동했던 전람회 시절의 음악 역시 좋아하지만, 필자는 독집 앨범들을 더 좋아한다.

대학 2학년 가을의 쓸쓸함을 달래주던 1집, 여행 중 파리의 서점에서 마주친 2집, 연세대 노천극장의 공연을 관람하던 날 밤 우연히 찾게 된 3집, 그리고 오랫만에 캠퍼스로 돌아온 나를 기쁘게 해준 4집.

굳이 각 앨범마다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지만, 항상 그의 음악을 통해 내 자신의 감정과 고민, 때로는 가슴 아픈 일 역시 함께 해왔기 때문에 내겐 참으로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 지면을 빌어 나는 스트링이 어떻고, 어떠한 악기를 썼고, 키보드의 연주는 어떠하며 식의 평론은 하지 않겠다. 그만한 지식을 갖고 있지도 않으며 그만한 평론을 할 능력도 안 된다. 단지 지금까지 그의 음악을 열심히 들어왔던 느낌만으로 평해보려 한다. 그가 어떤 테크닉을 구사하건 대중이 호응하고 좋은 느낌으로 받아들이며, 이것을 통해 기쁨이나 슬픔 혹은 원초적인 카타르시스를 느꼈다면 그걸로 족하다. 그것이 바로 대중음악이 아닌가!

김동률만이 창조하는 음악의 특징을 꼽으라면 섬세하고 여성적이며 세련된 멜로디,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 심정을 너무나도 잘 담아내는 가사를 들 수 있다.

전람회 시절부터 그가 만들어내는 음악들은 고급스럽고 클래시컬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김동률 자신이 클래식 매니아인 탓도 있겠지만 대중 앞에 자기만의 색깔을 입힌 곡을 내놓는 그의 노력이 돋보인다.

여러 가지 악기들을 사용한 오케스트레이션 역시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를 위해 오케스트라와 같이 작업하는 일 역시 빈번한데, (2,3,4집 모두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작업했다) 다른 가수에게 만들어 준 곡들 역시 듣노라면 ‘김동률 곡이구나’란 생각이 확연하게 든다는 점이 재미있다. (김원준의 ‘SHOW’, 이승환의 ‘천일동안’, 이소라의 ‘너무 다른 널 보면서’등 역시 김동률의 작품이다. ‘SHOW’는 다소 충격적(?)이었지만, 다른 곡들은 그의 작품임을 대번에 알 수 있다.)

또한, 그의 가사는 가히 예술이라 할 수 있다.
김광민이 피아노 선율로 사랑과 그리움의 마음 속 감정 주파수를 공명시키듯이, 김동률은 절제되고도 세련된 가사로서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는다. 천박하지 않으면서도 호들갑스럽지 않은 슬픔과 고독이 가사 사이로 묻어난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마지막으로 4집에 실린 곡 몇 개를 소개하려 한다.
타이틀 곡 ‘이제서야’는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 보낸 후 자신이 잘못했던 점을 ‘이제서야’ 깨달으며 뒤늦은 후회를 하는 내용의 곡이다. 역시 김동률만이 할 수 있는 ‘감정을 너무나도 마음에 와 닿게’ 표현한 가사와 아쉬움을 한껏 실어낸 멜로디를 보여준다.

3번째 곡 ‘욕심쟁이’는 이소은(역시 1집에서 함께 작업한 바 있다)과 듀엣으로 부른 곡으로 소위 ‘닭살스러운’ 가사가 아주 인상적인 곡이다. 연인들이 서로에게 바라는 점을 귀엽고도 재미있게 표현한 곡인데 신기한 점은 전람회 시절부터 사랑에 대한 슬픈 노래만을 주로 써 오던 그가 갈수록 ‘기쁜’노래를 자주 쓴다는 것!

7번째 곡 ‘잔향’은 1집의 ‘동반자’, 2집의 ‘희망’, 3집의 ‘귀향’의 뒤를 잇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 대곡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항상 음반의 피날레를 웅장한 곡으로 끝냈는데 이번에는 이 곡이 마지막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외에도, 3집의 히든 트랙의 연장선이자 전람회 분위기의 ‘다시 떠나보내다’, 젊은 피아니스트 김정원의 연주곡 ‘River’, 삼바리듬을 시도한 ‘신기루’, 철학적 가사가 돋보이는 ‘고별’ 등도 결코 놓칠 수 없는 곡들이다.

그의 음악에 대해 항상 ‘같다’라는 비판 역시 심심찮게 있다. 하지만 척박한 대한민국 가요계에 고급스러운 발라드를 선보인 공로와 혼자서 모든 작업을 해내며 지금까지 성장해 온 그를 조금 더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는 버클리에서 영화음악을 전공했고 이것이 향후 그의 음악적 색깔에 변화를 줄 것으로 기대해 본다.)

김동률은 조만간 콘서트를 가질 것이라고 한다. 고독과 함께 사랑에 대한 쓸쓸한 추억을 반추해보고 싶다면 지금부터 열심히 그의 음반에 취해 있다가, 8월 어느 날 용감히 그의 콘서트장으로 달려가보는 것은 어떨까?

필자는 물론 그렇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