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포스텍과 양심-명예 제도
[기획특집]포스텍과 양심-명예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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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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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과 타인에 대한 존중이 함께하는 포스테키안의 미래는 명예롭다.

“정직과 타인에 대한 존중이 함께하는 포스테키안의 미래는 명예롭다.” 포스테키안이라면 누구나 한 번 이상 들어보았을 명예코드. 학교에서는 신입생들에게 명예코드가 새겨진 핸드폰 고리를 배부하기도 하고, 모든 시험 답안지 첫 장에 명예코드를 출력해 학생들이 읽고 서명할 수 있게 하기도 한다.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명예를 지켜나가기 위해 만든 자율적인 규약을 의미하는 ‘명예 제도’ 또한 모든 학생들이 알고 있는 말일 것이다. 우리 포스테키안들은 스스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누구나 한 번쯤은 ‘소스’를 이용해 보고서를 제출한 적이 있을 것이고, ‘솔루션’을 베껴 숙제를 한 적도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양심에 어긋나는 행위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학생들은 명예 제도를 어떻게 추진해 나가고 있는지 명예 제도의 현 모습과 앞으로 나아갈 길을 다루어보고자 한다. 이와 더불어 ‘연구윤리’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도 함께 들어보자.

<편집자 주>

  명예 제도의 발자취

명예 제도의 오늘과 내일

명예 제도란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명예를 지켜나가기 위해 만든 자율적인 규약이다. 스스로 숙제를 풀고 정직하게 시험을 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넓게는 기숙사 생활 전반에 걸쳐 자신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양심적으로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명예 제도는 1879년 미국 듀크 대학교에서 최초로 시행되었고, 이 후 스탠포드, 칼텍을 비롯한 여러 명문대에서 명예 제도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학문의 정직성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은 2005년 황우석 교수 사태를 비롯 여러 대학교에서 논문 조작 사건이 일어나면서 사회에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시험 부정행위, 비양심적인 과제 수행, 대리출석 등의 비양심적 행동에 대한 문제의식이 줄어들면서, 대학생들의 학업의식에 위기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러한 비양심적인 행동들은 현재 우리대학에서도 역시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 인식으로 우리대학은 장차 글로벌 리더가 되어야 할 포스테키안들의 의식 개선을 위하여 명예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다.

우리대학에는 1998년부터 명예위원회가 조직되어 있었다. 하지만 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으나, 구체적인 성과 없이 명예위원회는 자리매김하지 못하였다. 2007년까지는 명예위원회가 소규모로 유지되어 왔으나 명예 제도에 대한 관심이 차츰 줄어들게 되었고, 2008년에는 위원회를 이끌어갈 위원장직에 아무도 출마하지 않아 명예위원회가 없어지게 되었다. 이후 총학생회 내부의 업무로서 자리잡게 되었다.

현재 명예 제도에 대한 업무는 전반적으로 ‘홍보’에 치중하고 있다. 총학생회에서는 학생들이 명예라는 것이 무엇인지, 혹은 명예 제도라는 것이 우리대학에 있다는 것을 먼저 인식시켜주기 위해서 여러 가지 홍보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3월 초에 학생회관 1층 입구에 명예 현수막을 설치하여 학생들에게 HONOR CODE를 인식시켜주었고, 답안지 앞면에 명예 서약서를 인쇄하였다. HONOR CODE란 ‘정직과 타인에 대한 존중이 함께하는 포스테키안의 미래는 명예롭다’라는 문구로 포스테키안들이 지켜야 할 덕목들을 가시화하고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명예라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님을 알기 위하여, HONIX라는 명예 캐릭터도 만들어 학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도 했다. 이와 같이 총학에서는 명예 제도가 학생들에게 스며들게끔 여러 가지 홍보 방안을 구상 및 시행하고 있다.

총학생회를 통해 우리대학 명예 제도의 발전 방향을 알아보았다. 이에 총학생회 이지은(수학 08) 학생문화국장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명예 제도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 명예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떠한 행동이 명예로운 행동인지는 이미 중고등학교에서 도덕책을 통해서 모두 숙지하고 있는 사실이라며, 설사 명예위원회가 다시 발족된다 하더라도 학생들의 명예에 대한 인식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칼텍, 하버드 등 해외 대학의 경우 명예 제도 위반 사항에 대해 강력히 처벌하고 있다. 실제로 위반 내용에 따라 F학점을 준다거나 한 학기 fail을 줄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대학에서 이러한 강력한 처벌은 실정에 맞지 않다며 이에 대해 “명예가 학교의 하나의 트렌드로서 자리 잡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외국 대학에서도 명예 제도가 정착되기까지   100년 이상 걸린 것처럼 우리도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10년 넘게 명예위원회가 있었으나 그 존재 자체마저도 유명무실했던 것이 단적인 예이다. 따라서 “명예를 우리대학의 트렌드로 정착시킨다면, 학생들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자신의 명예를 지켜나갈 것이라 생각하고, 이를 위하여 앞서 말한 업무들을 시행하며 구상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명예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대학 차원의 독려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포스테키안 각자가 명예 제도의 취지를 이해하고, 스스로가 명예에 부끄러운 행동을 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명예에 대한 확실한 인식을 가지고 오직 명예롭게 행동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포스테키안 모두가 자발적으로 명예로운 행동을 지속해나간다면 정직과 타인에 대한 존중이 함께하는 모든 포스테키안의 미래는 아름다울 것이다.                                                

박재영 기자 jaeyeong@

  조교들의 목소리

  조교들이 말하는 학생들의 양심

포스텍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실험실? 청암? 78계단? 이렇게 건전한 단어들을 제외시키면 ‘솔루션’이나 ‘소스’와 같은 조금은 어두운 단어들이 남을 것이다. “야, 너 숙제 좀 보여줘”, “나 보고서 소스보고 베꼈어”와 같은 말들, 익숙하게 들려서는 안 되지만 이미 포스테키안들에게 익숙해진 말들이다. 그만큼 현재 학생들 사이에는 카피 행위가 만연해 있다는 것을 말한다. 심지어는 컨닝 행위가 종종 적발되기도 한다. 학생들이 조금이나마 자신의 양심에 솔직해질 수 있게 하기 위해, 이러한 컨닝ㆍ카피 실태를 파악하여 알리고자 한다. 조교들이야말로 학생들의 현 상황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판단되어, 기초필수 과목 조교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모아 보았다.

먼저, 시험 중의 컨닝이나 숙제 카피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았다. 일단 당연히 ‘컨닝’에 있어서는 모두들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컨닝은 남의 지식을 가져가는 행위로, 시험 직전 책상에 시험과 관련된 것을 끄적여 둔다거나 시험 도중 학생들끼리 정보를 주고받는다거나 하는 것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카피’에 대해서는 조교들의 생각이 다양했다.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숙제의 양이 많기 때문에, 블라인드 카피(이해 과정 없이 100% 같게 베끼는 행위)가 아닌 정도까지는 괜찮다는 조교들이 있는 반면, 카피 자체는 단편적으로 지식을 습득하게 하기 때문에 이는 연구나 실질적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므로 학생들 자신을 위해서 금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어느 정도의 카피는 괜찮다고 주장하는 조교들이 많았는데, 그 이유 또한 다양했다. 솔루션을 통해, 수업 시간에 배우긴 했지만 잘 몰랐던 내용, 혹은 헷갈렸던 개념을 바로잡을 수 있기 때문에 솔루션이 도움이 된다고 말하기도 하고, 현실적으로 혼자의 힘으로는 풀기 어려운 숙제들이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고 하기도 했다. 배움에 있어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솔루션에 제시된 답으로 향하는 적절한 방식을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도 있었다. 또한, 본인도 학부생활을 경험한 선배로서, 학생 개인의 실력을 위해서는 솔루션을 베끼는 행위가 좋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존재하기 때문에 ‘명백한 잘못’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는 조교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솔루션을 어느 정도 이해하며 베끼는 행위는 괜찮다는 것이 조교들 대부분의 생각이었다.

실험 과목의 경우는 숙제 카피가 아닌 보고서 카피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일반화학실험의 한 조교는 “이공계 학생들에게 실험 수업은 전공필수과목으로 지정되는 등 피할 수 없는 과목이다. 그만큼 실험 수업이 중요하다는 것이고 실제로 미래에 연구자의 길을 걸어가는 데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실험 수업의 목적은 직접 해보지 않고는 얻을 수 없는 ‘경험’을 쌓게 해주는데 있기 때문에, 학생 본인이 주도적으로 실험에 임해야 한다. 이 과정을 준비하는 것이 사전 보고서를 작성하는 행위인데, 이미 선배들이 썼던 보고서를 구해 베끼거나 인터넷 검색으로 출처를 확실히 알 수 없는 자료를 사용한다면 실험 속 많은 개념들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가 어렵고, 실험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하지 않게 되므로 제대로 된 실험 수업을 할 수 없다. 즉, 실험 시간 중 실수도 많아지고, 결과 해석에 어려움을 겪어 흥미로운 실험이 아닌 지루하게 시간만 떼우는 실험이 될 것이다”라며 보고서 카피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췄다.

그렇다면 실제 카피를 행하는 학생들은 어느 정도나 될까? 모든 조교들이 이 질문에 대해서는 70% 가량이라고 대답했다. 일반물리1 과목의 한 조교는 직접 학생들의 숙제를 스캔하여 보여주고 싶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솔루션을 참고하여 푸는 것이 아닌, 블라인드 카피를 하는 학생들만 50%는 되며, 이 현상은 학기 말로 갈수록 더 심각해진다고 한다. 본인의 힘으로만 숙제를 하는 학생은 단 5%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 가지 또 문제되는 것은 이렇게 본인의 힘으로 숙제를 한 학생들보다 솔루션을 보고 숙제를 해서 낸 학생들의 점수가 더 높다는 것이다. 해결책으로,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거나 자세한 설명을 했을 경우에 추가 점수를 주는 방식을 사용한다고 한다. 또한 숙제를 본인의 힘으로 푼 학생들은 퀴즈 점수나 시험 점수가 솔루션을 보고 한 학생들보다 대체로 높기 때문에 이런 학생들의 학점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카피 행위가 아닌, 퀴즈나 시험 중의 컨닝 사례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한 미적분학 조교는 “작년에 퀴즈를 치던 도중 컨닝을 적발하여 0점 처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일로 인해, 적발당한 학생과의 사이에 좋지 않은 감정이 생기고 앙금도 남게 되었습니다. 미연에 방지할 생각은 하지 못하고, 적발 시 잡아낼 생각만 한 것에 대해 스스로 반성하고 있어요. 또한, 올해에도 퀴즈 시간에 옆 친구들과 서로 답안지를 보여주는 것을 많이 목격하게 되었죠. 작년과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해 학생들 사이를 한 칸씩 띄워 앉게 하였더니 컨닝이 더 이상 발생하지는 않습니다”라며 솔직한 답변을 해 주었다. 그러나 무은재 기념관 강의실의 경우 좁기 때문에 붙어 앉을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컨닝이 일어나기도 한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컨닝을 목격하고도 조교 평가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섣불리 처벌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는 의견이 있었다.

시험의 경우도 컨닝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는 힘들다. 미적분학이나 일반물리 시험의 경우, 300명이나 되는 학생들을 대강당에 모아놓고 한 번에 시험을 치기 때문에, 이 많은 인원과 넓은 공간을 모두 컨트롤 하기는 몹시 어렵다. 즉, 현재의 구조로는 학생들이 마음만 먹으면 컨닝 하기가 너무 쉽다는 것이다. 시험을 쳐 보면 특이한 풀이인데 두 학생이 똑같다거나 하는 경우가 꼭 한두 쌍 정도는 적발된다고 한다. 어떤 조교는 “시험장에 들어오자마자 책상에 열심히 쓰기 시작하는 학생, 시험 중간에 앞, 뒤로 말하는 학생들, 특히 마지막에 시험지를 제출하면서 어수선한 틈을 타 베끼는 학생 등을 정말 여러 번 보았어요”라며 안타까워했다. 가끔은 시험장에서의 컨닝이 아닌, 조교 클레임 시간에 답안지를 고쳐 와서는 조교가 잘못 채점했다고 우기는 경우도 생긴다며 학생들이 양심을 지켜주기를 간곡히 바랬다.

조교들은 하나같이, 포스텍 학생들처럼 우수한 인재들, 장차 미래를 이끌어 나갈 지도자들이 컨닝ㆍ카피와 같은 이기적이고 비양심적인 행동을 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포스테키안이라면, 주어진 과제를 혼자 힘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스스로 해결하고, 모두 똑같은 시간에 공평하게 치르는 시험에서 자신과 싸워 이겨내야 한다. 학생들 개개인이 본인의 능력에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들이 우수한 인재라는 자부심을 가진다면 ‘컨닝’이나 ‘카피’와 같은 비양심적인 말들이 포스텍에서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김가영 기자 kimka13@

  연구 윤리

  자율적인 명예 제도를 추구하자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연구 환경의 변화, 몇 년 전 생명과학 분야에서 불거진 연구부정행위로 연구윤리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연구자의 윤리의식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이에 발맞추어 근래 들어 연구윤리 제정 움직임이 본격화되었고, 연구진실성위원회의 활동, 연구윤리에 관한 연구도 활발해졌다. 이러한 움직임이 얼마나 큰 결실을 가져다줄지 아직 예단하긴 이르지만 학계의 관행이라는 미명 하에 이제껏 공론화시키지 못했던 문제를 쟁점화하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다소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우리 사회에 정직하고 진실된 연구의 중요성을 환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직한 학문 연구 풍토가 대학과 학계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교수들을 중심으로 하는 전문 연구자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것 못지않게 대학에서 학문을 배우고 익히는 대학생, 대학원생들과 같은 학문후속세대들의 노력이 중요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아쉽게도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학문 연구 입문 단계에 있는 학부생이나 대학원생들의 윤리적 학습과 연구 수행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근래 이루어진 연구윤리 확산을 위한 정부기관과 각 대학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학생이나 대학원생을 위한 연구윤리 가이드라인이 제정되어 있는 대학을 찾아보기 어렵다. 연구윤리 교과목이 정규강좌로 운영되고 있는 대학도 아직 몇 안 되거니와 그것도 의학이나 생명과학과 같은 특정 전공학과에 한정되어 있어 연구윤리 교육의 내실화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표절하거나 짜깁기하여 작성한 보고서, 리포트 구매 사이트에서 구매하여 제출한 보고서가 드물지 않고, 대리출석이나 시험부정행위 등이 대학시절의 낭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횡행하는 대학가의 현실을 떠올려 볼 때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이제는 대학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발 벗고 나서서 이들 학문후속세대들의 윤리적인 학습과 연구를 위한 방안을 함께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정직한 학문탐구 풍토가 조성될 수 있도록 하는 데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찍부터 연구윤리 교육을 시행해 온 외국 대학들의 사례는 국내 대학들에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연구윤리 교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여 의무적으로 수강토록 하고 있는 듀크, 하버드 대학 등의 사례나, 이러한 정규 과목 운영에 더하여 연구윤리 세미나, 심포지엄과 같은 비정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보스턴, 스탠포드와 같은 대학들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문적, 전문가적 소양을 배양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핸드북을 제작, 배포하여 졸업할 때까지 학생들이 수시로 참고할 수 있도록 한 맨체스터 대학교의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다양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외국 대학의 연구윤리 교육 프로그램을 참고하여 우리 대학들도 이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연구윤리 교육을 본격적으로 시행해야 할 때이다.

그런데 이러한 연구윤리 교육을 시행할 때 명심해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연구윤리 교육이 결코 처벌 중심이거나 타율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연구윤리 교육은 궁극적으로는 학생들 스스로가 우리 사회의 지성인으로서 인간과 세계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이를 실천하려는 의지를 갖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며, 스스로 윤리적인 문제를 판단하고 실천할 수 있는 능력과 힘을 길러주는 방식이어야 한다. 연구윤리 규정을 제정하고, 연구윤리를 위반한 학생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의 타율적 교육은 효용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분명한 한계를 지닌다. 이러한 의미에서 봤을 때 포항공대에서 도입하고자 하는 명예 제도는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명예를 지켜나가기 위해 만든 자율적인 규약이며, 자신의 행동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게 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매우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제도라고 생각된다. 어찌 보면 아주 작고 사소한 실천들이 모여 커다란 변화와 성취를 이끌어낸다.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작지만 의미 있는 실천 하나하나가 모여 우리 사회의 미래를 환하게 밝혀 주리라 믿는다.    

최선경 교수 / 가톨릭대 교양교육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