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목소리]바쁜 일상 중 생각 한 토막
[지곡골목소리]바쁜 일상 중 생각 한 토막
  • 송인학 / 화공 09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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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을 덜고 행복해질 방법

4월의 꽃향기를 풍기며 한껏 무르익었던 봄의 느낌도 살짝 물러나고 어느새 더위가 성큼 다가왔다. 이맘때쯤이 되면 학교를 다니면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은 “할 것이 너무 많다.”,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다. 아마 우리대학 학생이라면 대부분 바쁘다는 불평을 하며 지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 했다고 생각되면 어김없이 새로 생겨나는 할 일들 앞에 무력해지기도 하면서, 가끔 내가 얼마나 값진 것들을 얻으려고 이렇게 바쁘게 사나 하는 불평을 하기도 한다.

며칠 전 아카펠라 동아리의 공연을 보러 갔다. 몸도 피곤하고, 할 일도 있었기 때문에 가지 못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친구들이 간다는 말에 엉겁결에 따라가게 되었다. 늦은 시간임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평소 좋아하던 노래들이 많이 들려서 뜻하지 않게 기분이 들떴다. 특히 자주 함께 모일 수 없는 친구들과 함께한 자리여서 더욱 좋았다. 바쁜 생활 중 찾아온 여유는 더욱 행복하다는 말을 직접 실감할 수 있었던 날 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들이 한 학기 동안 시간을 쪼개가며 준비하지 않았다면 나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이 하루저녁의 작은 여유를 얻을 수 없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사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남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나보다. 당장 힘든 내 자신만 생각하며 불평하면서 말이다. 언젠가 살아가는 것은 곧 의존하는 것과 같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아침에 일어나 밥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식당아주머니께서 새벽부터 수고해주시기 때문이고, 옷을 만들어 입지 않아도 되는 것은 나대신 의류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누군가 음악과 같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들을 만들기에 바쁜 일상 속에도 가끔 여유를 찾을 수 있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마음 편히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은 나도 모르게 누군가 내가 하지 못하는 일들을 해 줄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반대로 내가 하고 있는 일들도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 누군가의 믿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바쁜 삶에 대한 불평을 조금은 덜어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