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오름돌]내가 진정 원하는 길
[78오름돌]내가 진정 원하는 길
  • 김가영 기자
  • 승인 1970.01.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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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7일 문화 콜로퀴움 시간에는 창작공연집단 ‘뛰다’의 공연이 무대에 올려졌다. 이 공연에서 나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공연 내용이나 배우들이 아닌 연출가였다. 공연 전 배부된 안내서를 찬찬히 읽어보며 발견한 것은 ‘포항공과대학교 물리학과 졸’이라는 문구와 그 옆에 나란히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출과 졸’이라고 쓰인 한 줄이었다. 필시 이 연출가는 우리 대학을 졸업하면서 ‘이 길은 나의 적성이 아니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길을 찾아가 지금에 이른 것이 아닐까.

이처럼 우리는 종종 주위에서 자신의 전공과 다른 직업을 택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어쩌면 이것은 무모한 도전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정상적인 절차로 대학을 졸업하면 이미 스물 셋의 나이를 넘어서게 되고, 이때부터 취업을 준비한다 치더라도 금방 서른을 바라보게 된다. 특히나 우리 학교 학생들은 졸업 후 취업보다도 대학원 진학의 경우가 많기 때문에 타 대학 졸업생들보다 사회에 나가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런 포스텍에서 자신의 길을 새롭게 찾아가는 것이란 정말 ‘무모한 도전’이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무모하기만 한 도전일까?

요즘 나를 비롯한 주변 친구들은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대해 고민 하고 있다. 2학년이 되어 각자의 전공 수업을 시작한지 한 학기가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내가 택한 전공이 내 적성과 일치하는가를 판단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친구 중 한 명은 최근 내게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털어놓았다.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이 친구의 고민을 듣고 함께 생각하면서, 나도 그 친구처럼 무엇을 잘하는지 확실히 알지 못하고, 그렇다고 하고 싶은 것도 없는 상황에 빠져있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까지 다른 길은 접해보지 못한 채로 공부만 해 왔기 때문에 문제점을  인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혼란과 두려움이 찾아왔다. 이미 나는 20대이고 전공도 결정되어 있다. 전공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다. 전공을 배우며 즐거움을 느끼고 있는지도 알 수 없다. 그저 하루하루 흘러가는 대로 살고 있을 뿐이다. ‘난 잘 할 수 있을 거야’라는 막연한 생각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때 문득 지도교수님께서 내게 해주신 말씀이 생각났다. 난 아직 젊기 때문에 다양한 것들을 시도해 보면 반드시 나에게 맞는 길을 찾을 수 있다는 말씀이었다. 정말 그랬다. 예순의 나이에도 배움을 찾아 대학에 입학하는 사례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아직 인생의 끝과는 너무도 먼 곳에 있는 나였다. 조급함을 없애고 현재의 내 전공을 더욱 열심히 공부하면서, 시도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경험해 보는 것이 해답이었다.

아마 ‘뛰다’의 연출가도 나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그는 다양한 것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진정으로 자신에게 맞고,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끌어당기는 무언가를 찾았을 것이다. 그 때가 비록 대학을 졸업한 후였다 할지라도, 새로운 꿈을 좇아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자에게 어느 누가 미련하다, 무모하다고 말하겠는가. ‘이미 늦었다’는 말은 우리 모두의 인생에서 지워버리자. 물론 나에게 맞는 것을 찾겠다고 이것저것 시도하다 결국 아무것도 찾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생기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조차 하지 않고 하나뿐인 인생을 그냥 흘려보내는 것은 그저 숨만 쉬고 있을 뿐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 내 자신에게 질문해보자. 나는 지금 내가 원하는 길을 걷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