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평론가] Wave vol. 3 Usual Life ......is
[나도 평론가] Wave vol. 3 Usual Life ......is
  • 김태완 / 화학 03
  • 승인 2004.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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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적인 성향이 강한 Fusion Jazz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1950년대와 1960년대에 걸친 활동에서 비롯되었다. 그 즈음부터 수많은 시행 착오를 거친 free jazz는 70년대 초반 서서히 fusion jazz쪽으로 그 탈출구를 찾게 되었고, 당시의 수많은 비평가들의 비평에도 불구하고 칙 코리아, 데이브 그루신 등의 수많은 뮤지션들에 의해 재생산되고 그 영역을 넓혀 와서 이제는 음악계의 중요한 장르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특히 일본에서는 귀에 잘 들어오는 멜로디라인과 세련된 편곡으로 그들만의 색을 지닌 J-Fusion을 발전시켜 왔다. 그러한 그들의 음악이 우리 정서에도 잘 맞는 것인지, 일본의 Fusion Band인 Casiopea나 T-Square 같은 그룹의 음악은 국내에도 수많은 팬이 있으며, 각 방송사의 시그널 음악으로도 자주 이용되고 있다.

이렇듯,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이러한 Fusion에 관련된 새로운 인식이 생겨나고 있다. 많은 음악인들이 Fusion에 대한 시도와 새로운 표현을 모색하고 있고, 또한 Fusion jazz를 시도하는 그룹들도 생겨났다. 하지만 그 활동이 미약할 뿐만 아니라 이전의 Fusion jazz를 모방하고 답습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는 와중 98년에 그룹 Wave가 결성되었다. 오랜 기간의 음악 활동을 바탕으로 다져진 실력으로 국내 재즈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활동 초기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 왔으며, 지금도 정기적 클럽 연주와 각종 국제 재즈 페스티벌 참가 등의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는 정규 앨범 4개와 라이브 앨범 하나를 발매한 상태이며, 지금 소개하고자 하는 Usual life ......is 는 Wave의 세 번째 정규앨범이며, 글쓴이가 웨이브의 앨범 중 가장 애착을 갖는 앨범이기도 하다.

이 음반은, 자작곡들로 이루어진 다른 Wave의 음반들과는 달리, 사람들에게 익숙한 스탠다드 재즈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앨범이다. (My funny valentain, Autumn Leaves 같이 재즈에 관심 없는 사람도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곡들이 수록되어 있다.) 하지만 스탠다드 재즈를 연주했다고 해서 그냥 평범한 -그래서 지루할 수도 있는- 어쿠스틱 연주 모음 앨범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퓨전재즈 특유의 악기 편성과 사운드에 기초하고 있으면서 각 곡들을 자기 스타일에 맞게 재창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앨범 전체에 들리는 밝은 사운드는 시원하고, 고급스런 느낌을 준다. 이렇게 말하니 뭔가 거창하게 들리지만, 실은 멜로디와 리듬은 귀에 쏙 들어와서 듣는 이로 하여금 아무런 부담을 갖지 않게 한다. 중간중간 들리는 각 악기의 솔로 연주 또한 상당한 실력에 올라 있어서 귀를 즐겁게 해 주고, 무엇보다 연주 중에 들려오는 팀원들의 유니즌 플레이는 탄탄한 팀워크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간단히 말하면, 1,2집에서 들려주던 경쾌한 사운드를 바라는 사람도, 한 두 곡만을 들어보고 느낌이 괜찮아 산 사람도, 또는 시디 재킷 사진에 끌려서 그냥 우연히 시디를 집은 사람도 모두 만족할 만 하다.

당 앨범에 수록된 곡들의 원곡은 모두 잘 알려진 재즈곡이지만, 그들의 연주에서 대부분의 곡들에서는 오히려 Rock에 가까운 사운드가 들려온다. 슬랩 베이스가 곡의 주 멜로디를 이끌어가는 Summertime이나, 중간의 드럼 솔로가 인상적인 A Night in Tunisia, 그 외 상당수의 곡들에서 디스토션 기타 리프가 강조되어 있다는 점 등은 지금까지의 Fusion 곡들 가운데서도 실험성이 매우 강하다는 느낌을 준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강력한 기타 리프로 시작하며 중간의 키보드 솔로가 인상적인 Autumn Leaves나, 원곡과는 전혀 다른 밝은 느낌을 받게 해 주는 Misty의 경우에는 그들의 연주가 대중성 역시 잃지 않고 있음을 보여 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훌륭한 것은 앨범 전체에서 Wave라는 밴드의 느낌이 살아난다는 것이다. 단순히 대중성만을 추구한 것도, 그렇다고 무작정 실험적인 곡을 쓴 것도 아니라, 1-2집까지의 활동에서 보여준 모습을 유지하면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나가려는 것이 보인다. 한국의 척박한 재즈 시장에서 무려 4집까지 발매하면서 계속적인 활동을 해 올 수 있었던 데는 이러한 스스로의 발전과 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3집 앨범의 부제는 < Usual Life ......is >이다. 이를 통해 3집에서 웨이브가 들려주고자 한 것은 무엇일까? 시디 속지에 적혀 있는 멤버 개개인의 일상인지, 아니면 이 음악을 듣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인지, 그것은 확실치 않다. 하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서는 그들의 음악은 나의 일상 속에 충분히 녹아 있으며, 그렇기에 나는 이 앨범을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부디 많은 사람이 그들의 음악과 그 일상을 공유할 수 있기를 빌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