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도 문화다
집회도 문화다
  • 황희성 기자
  • 승인 2004.03.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주 수호 탄핵 반대 훌라 훌라~ 민주수호 탄핵 반대 훌라 훌라~ 민주수호 탄핵 반대 민주수호 탄핵 반대 민주 수호 탄핵 반대~”

지난 16일 저녁 포항 육거리 우리은행 앞은 구호와 분노만으로 가득차 있는 탄핵 반대 시위 장소가 아니었다. 그곳은 노래와 춤과 환성이 있는 시민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시민 한사람 한사람이 올라서서 탄핵의 불합리함을 부르짖던 연단은 그대로 한 학교 선생님의 노래와 기타 솜씨를 보여주는 무대가 되었고, 포항 여성회 회원들의 화려하진 않지만 열심히 준비한 춤과 노래를 보여주는 자리가 되었으며, 다같이 모여 촛불 들고 서있던 그 자리는 수십 명의 시민들이 다같이 어울려 춤추는 자리로 변했다. 수십만이 모이고 유명인사와 연예인들이 나오는 서울의 집회와는 또 다른, 재치 있고 아기자기하면서도 크고 멀리가는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의 모임 이었다.

이날 집회를 진행한 포항 KYC의 한 관계자는 ‘갑자기 시계 바늘이 한 20년쯤 거꾸로 돌아간 것 같다’며 ‘반전시위와 월드컵 때에도 ‘불법집회’라는 말 한마디 없던 일몰 후 시민 집회가 어떤 정치집단에 의해서 불법집회로 탈바꿈해버린 것은 황당한 일이다’고 말했다.

일몰 후 시민 집회는 전국적으로 그 존속을 위해서 편법적이지만 문화 행사로 탈바꿈하는 길을 선택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성공하였다. 시민 집회에 가미된 문화 행사는 자칫하면 무거운 분위기에 빠질 수도 있는 시민 집회를 웃음과 노래로 채웠고, 이는 시민들의 참여도를 높이는 데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집회장을 지나던 몇몇 차들에서는 “개 XX”, “이 XXX 들아” 등 욕설이 나오기도 하여 아직도 대화의 장으로 발전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몰 후 시민 촛불 집회는 노래와 춤과 함께 4월 15일 총선 전까지 계속될 예정이라고 한다. 포항의 경우 매일 저녁 6시 30분이나 7시에에 시작하며, 육거리 우리은행 앞에서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