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게임 금지제 논란
[기획취재]게임 금지제 논란
  • 강명훈 기자
  • 승인 2010.05.19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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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서도 게임 금지 시행되나
▲ <표> 09-10 신입생 인터넷 중독 정도를 나타내는 학생상담센터 설문결과.

최근 우리대학 학생들의 게임 및 인터넷 이용실태에 관한 논의가 불거지고 있다. 학생상담센터에서 조사한 우리대학 학생들의 학업·연구 외 인터넷 사용 실태에 의하면 2008년 학부생 중 3시간 이상 5시간 이하인 학생이 15.19%, 5시간 이상인 학생이 5.65%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2009년 및 2010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기간 중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의하면 09학번 신입생에 비해 10학번 신입생들의 인터넷 중독 정도에 따라 구분한 ‘자기관리요망군’과 ‘전문상담요망군’ 비율이 더 높은 수치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성인과 우리대학 학생들의 중독 정도를 비교한 설문에서는 별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우리대학 학생들의 인터넷 이용실태가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

4월 27일에 열린 보직자회의에서는 ‘학사 경고생 적응력 강화 상담 프로그램’ 논의 중 인터넷을 과도하게 이용하는 학생들에 관한 지도문제가 제기되었었다. 그 해결방안의 일환으로 특정 시간대에 특정 게임 사이트를 차단시키자는 의견이 있었다. 이 안에 관해서는 5월 4일 열린 보직자 회의에서 금지보다는 학생처에서 학생 계도 활동을 시행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나 이후에도 게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금지안이 다시 논의될 수 있다고 한다.

게임 금지제는 KAIST에서도 지난 해 10월 1일부터 도입한 제도로 일정시간(새벽 2시~오전 7시)까지 특정 게임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는 제도다. KAIST 학생처에서는 인터넷 관련 시설 자체가 국민의 세금으로 만든 학교의 공공시설이며, 이를 학교의 교육 및 연구 목적에 맞지 않는 개인적인 오락의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정당성을 부여하기 어렵다는 것과, 교내 인터넷 게임에 중독된 학생들이 상당수 있다는 것을 근거로 심야시간대 게임 금지제를 학생들에게 공지했다. 그러나 당시 KAIST 학생 게시판에 게시된 글들은 대부분 게임 금지제를 반대하는 분위기였다. 특히 KAIST 학부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인터넷 게임 중독 문제의 해결이라는 취지에는 동의하나 학생들의 생활을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숙사의 인터넷 설비를 공공의 인프라라는 이유로 교육과 연구의 목적으로만 한정하는 것은 기숙사를 기본적인 생활공간으로서 사용하고 있는 학생들의 입장을 무시한 발상이라며 강한 반대 의견을 내세웠다. 이러한 상황으로 추측컨대 우리대학에서 게임 금지제가 시행될 경우 KAIST와 비슷한 상황에 처할 확률이 굉장히 높다.

게임 금지제에 대해 교육개발센터장 홍승표 교수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규제하더라도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는 없다. 학생들이 게임에서 스스로 멀어질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게 더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학생상담센터장 김정기 교수는 “게임에 중독된 학생들이 상담을 통해서 건전한 오락 문화를 즐기도록 지도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안”이라며 상담을 통한 게임 중독의 해결을 강조했다.

게임 금지제는 학생들의 심야시간대 게임이용을 확실히 줄일 수 있는 방안임과 동시에 성인이 된 학생들의 자율성 침해라는 양면성을 띠고 있다. 그러나 규제를 제외한 다른 방안을 거친 후에도 학생들의 게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게임 금지제 논의는 피할 수 없는 사항이다. 게임 금지제가 과연 학생들의 게임 문제를 해결할 대책이 될지는 차후 논의되어야할 사항이나, 학교와 학생 모두가 과도한 게임 이용 문제의 해결에 발 벗고 나서야할 상황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