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촌맺기]알케텔-루슨트 벨 연구소 김종훈 사장
[일촌맺기]알케텔-루슨트 벨 연구소 김종훈 사장
  • 박지용 기자
  • 승인 2010.04.14 0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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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함 떨쳐버리고 과감히 나아가길”

알카텔-루슨트 벨 연구소(이하 벨 연구소) 김종훈 사

   
장이 지난 2월 17일 열린 제21회 학위 수여식에서 우리대학 첫 번째 명예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벨 연구소는 트랜지스터ㆍ레이저 등 세계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13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며 3만 건이 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IT 연구소로, 지난해 한국에도 연구소를 개소했다. 한국인으로서 벨 연구소 80년 역사상 처음으로 사장으로 취임해 세계의 눈길을 모은 김종훈 사장을 만나보았다. <편집자 주>

- 포스텍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것을 축하드립니다. 명예박사학위를 받은 소감은 어떤가요?

제게는 너무나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정말 평생에 한 번 경험할 수 있는 정말 뜻 깊은 자리였으며, 매우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학위를 받기 위해 포스텍을 방문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여러 학업 프로그램의 질과 대학 전반에서 추진 중인 프로젝트들, 그리고 제가 만난 학생들의 열기와 미래를 향한 의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특히 Haptics and Virtual Reality Lab.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유는 그 곳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진행하는 일부 계획들이 제가 벨 연구소에서 추진하고 있는 작업들과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몇 개월 전 벨 연구소를 서울에 개소했습니다. 그 결정을 내리게 된 가장 중요한 동기 중 하나가 바로 과학적 재능을 갖춘 유능한 인력이 한국에 많고, 야심찬 과학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인재를 제공해줄 수 있는 포스텍과 같은 학교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 어려운 학창 시절을 이겨내고 자수성가했고 결국 세계 400대 부호에까지 올랐는데, 이렇게 한결같이 꿈을 향해 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저의 일차적인 목표나 꿈이 많은 돈을 버는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돈을 버는 것은 무언가 보다 중요한 일을 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부산물에 불과합니다. 제가 추구하는 것은 결정적인 니즈(needs)에 부합하면서 파급력을 갖출 수 있는 무언가를 발명하는 것에 관한 도전이었습니다. 파급력을 갖고 영향력을 가져오는 무언가를 만들겠다는 비전, 도전을 받아들이고자 하는 자발성, 그리고 자신에 대해 높은 기대치를 설정하며 의사 결정에 자신감을 갖고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굳은 의지가 저를 이끈 원동력이었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하고 있는 일에 열정을 갖고, 자신이 하고 있는 일들을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어느 시점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현재로도 충분하다 생각하고 스스로 만족하며 안주해 버립니다. 저는 항상 더 나은 방법이 있다고 여기고, 이러한 방법들을 찾기 위해 제 자신에게 스스로 도전합니다.


- 벤처기업 ‘유리 시스템즈’를 창업하여 벤처신화를 이루셨는데요, 벤처에 대해 어떤 소신을 가지고 있나요?

저는 이 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으며, 비즈니스와 연구 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통해 제가 얻은 결론을 토대로 몇 가지 의견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새로운 사고방식에 개방적이어야 하며, 새로운 벤처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문제점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성공에 필요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언제 현재의 접근 방식을 종료하고 다른 방향으로 재설정하는 시기를 아느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새로운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을수록 지금까지 유지해오던 끈을 계속 이어가고자 하는 경향이 생기며, 현재의 진로를 분명히 인식하지 못하거나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자원을 새로운 분야에 투입하는 데 두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과거와의 끈을 과감히 끊고 모든 자원을 새로운 방향에 투입하고자 하는 의지, 바로 이 의지가 성공으로 이끄는 데 가장 유용했습니다.


- 명실상부 세계최고의 IT 연구소인 벨 연구소를 이끌면서, 사장으로서의 어떠한 경영 철학을 가지고 있나요?

벨 연구소에 대한 저의 비전은 파급적 혁신을 분출하며, 공동의 탁월한 연구 역량을 십분 활용해 명백한 기술적 비전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는 것입니다. 벨 연구소가 속한 알카텔-루슨트를 위한 성장 기회 포착 및 시장 우위 점유와 함께 벨 연구소에서 하는 일들은 사회에 기여를 해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일례로 벨 연구소는 통신망의 에너지 소모량을 1,000배 줄이는 것을 목표로 전 세계 범 산업 전반에 걸쳐 그린터치 컨소시엄을 구성했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재 익숙한 것과 전혀 다르며,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침으로써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네트워크 기술을 발명하고자 합니다.

벨 연구소 사장으로서 저의 소임은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창의력과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융통성이 뛰어난 분산형 관리 모델을 구현하고, 연구원들이 우리가 설정한 광범위한 목표에 도달함에 있어서 자신만의 접근방법을 모색하도록 기회를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을 유지하고 연구원들에게 높은 수준의 자치성을 부여하여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늘 저는 예상치 못했던 귀중한 개발 성과를 이루곤 합니다.


- 사장님도 처음부터 이렇게 성공한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고 소위 ‘올챙이’ 적이 있으실 텐데요. 사장님의 대학시절은 어떠했나요?

저는 학교에서 유능한 학생 및 교수진들과 만나게 된 것을 매우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그들과 만나면서 다양한 관점에 대한 진가를 알게 되었으며, 새롭고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 배운 가장 중요한 것은 아마 올바른 질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엔지니어링과 과학에 집중했으며, 제가 들었던 수업들을 통해 하이테크산업 분야에서 성공하는 데 필요한 기초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교과서나 강의실에서 배울 수 없는 귀중한 기량들도 배웠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다양한 연구 프로그램과 저의 커리큘럼에 속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배웠던 프로젝트 관리 기법과 계획 수립 기술들이 그러한 것들입니다. 뿐만 아니라 팀워크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그룹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많은 것을 익혔습니다.

제가 학교에서 배운 이 모든 것 - 적절한 질문법, 복잡한 프로젝트 추진 방법, 팀 작업 등이야말로 저의 커리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기반이 되었습니다.


- 포스텍 학생들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나요?

제가 해주고 싶은 조언은 ‘학생이 되어 스스로 배우는 과정을 절대 멈추지 말라’라는 것입니다. 그 의미는 여러분들이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계속 배움과 지식을 추구하면서 호기심을 갖고, 학생 시절에 배웠던 모든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라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익숙한 공간의 안락함을 떨쳐버리고 과감하게 나아가 열린 마음으로 다른 사람과 다른 조직에서 배우고자 하는 용기를 가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