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인생의 명반] 어떤날
[내인생의 명반] 어떤날
  • 이성찬 / 화학 3
  • 승인 2000.03.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떤날 1집 (1960*1965) 1986년
어떤날 2집 1989년
‘내 인생의 명반’ 코너가 시작된 지 꽤 지났다. 그래서 내가 추천하고 싶었던 것들은 거의 이전의 사람들의 추천을 거쳤기 때문에, 나는 음반을 고르는데 좀 더 많이 고민하게 되었다. 내가 고른 음반은 ‘어떤날’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앨범이다. 이것은 우리 나라 음반이지만 많은 이들이 잘 알지 못하고 있어서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한다.

내가 ‘어떤날’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학년 때였다. 술자리에서 취기가 올라 휴식을 취하려 들어간 곳에서 한 선배가 가만히 이들의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이렇게 소개했었다. ‘나중에 여자친구 생기면 들려주고 싶은 노래들’이라면서.

어떤날은 이병우(기타)와 조동익(베이스)으로 이루어진 밴드이다. 혹시 이들의 이름이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면 정답. 이들은 수많은 세션 활동으로 유명할 뿐 아니라, 이병우는 솔로 앨범, 조동익은 디렉터와 영화음악가로도 활동하고있다. (또한 포크가수 조동진의 동생이라는 것도.) 이병우와 조동익이 만난 ‘어떤날’은 시너지 효과라는 말처럼 ‘1+1>2’임을 알게 하는 밴드이다.

이들의 첫 번째 앨범은 순수함이 느껴진다. 이들이 노래하는 것들은 결코 크지 않은 것들이다. 사람과 사랑 그리고 일상에 대한 아쉬움 등을 간결하고 소박하게 노래한다. 노래는 이병우의 곡들과 조동익의 곡으로 크게 구분되는데, 들으면 쉽게 구분이 갈 만큼 두 사람의 노래하는 방식은 차이가 난다. 약간 우울한 듯하며 조용히 읊조리는 곡들이 이병우의 것이고, 깔끔하고 약간은 경쾌하게 말하는 것이 조동익이다. 하지만 이 둘이 어울려서 서로의 것들을 보완해주면서 전체적인 어떤날의 노래가 만들어진다. 처음 음반을 사서 길가에서 플레이어에 걸었을 때 소음에 묻혀서 제대로 들을 수 없었을 만큼 조용하고 깨끗하게 노래하는 것은 어떤날의 첫 번째 앨범의 큰 특징이다. ‘하늘’, ‘너무 아쉬워하지마’, ‘겨울하루’와 같은 곡에서 느껴지는 아쉬움과 ‘비오는 날이면’, ‘그 날’과 같은 곡의 상쾌함과 시원함. 그리고 ‘오후만 있던 일요일’의 쓸쓸함이 이들의 첫 앨범을 만들고 있다.

두 번째 앨범은 이병우의 날카로움과 시니컬한 읊조림에 조동익의 부드러움과 따뜻함이 조화를 이룬 앨범이다. 약간의 풍자와 사회성 짙은 가사들이 약간은 변모한 어떤날을 알게 한다. 이 앨범에서는 개인적인 역량이 커졌음을 아낌없이 표현하고 있는데, 퓨전재즈의 느낌이 많이 들어간 것도 한 역할이다. 이 앨범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취중독백’은 오보에가 이끄는 쓸쓸한 멜로디에 냉소적인 가사로 시작하고, 곧 아리랑이 뒤섞인 퓨전재즈로 바뀌면서 8분 동안이나 진행된다. 그러면서도 이들의 장점인 깔끔한 편곡과 곡의 구성은 여전히 남아있어 ‘하루’, ‘그런날에는’과 같은 곡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다. 사랑을 노래한 ‘초생달’, ‘소녀여’와 같은 곡도 여전하다.

옛 선배의 말에 내가 동의를 해야 하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난 그냥 ‘쌀쌀한 겨울날에 들으며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기에 좋은 그런 음악이 아닐까’ 하고 느껴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