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논단]진정한 국제화 캠퍼스를 위해
[독자논단]진정한 국제화 캠퍼스를 위해
  • 성주연 / 산경 08
  • 승인 2010.04.14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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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초 우리대학은 Bilingual Campus를 선언했다. 그동안 많은 논쟁과 찬반이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Bilingual Campus가 우리대학에 가져다 줄 실효성에 대한 논쟁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분분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논쟁 때문에 궁극적으로 우리대학이 영어 공용화를 통해 이룩하고자 하는 국제화 캠퍼스의 큰 그림이 흐려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된다.

Bilingual Campus는 국제화 캠퍼스의 발판이지 하나의 목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Bilingual Campus의 궁극적 목표는 영어를 공용어로 하여 대학 내부의 국제적인 구성원들 간의 의사소통 및 교류를 증진시키고, 나아가 국제무대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학술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하는 데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대학은 영어라는 언어를 쓰는 것에만 너무 집착하지는 않는지 걱정이다. 국제화 대학 캠퍼스라는 보다 거시적인 그림을 보고 이에 따라 영어 공용화의 사각지대에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우선 우리대학은 영어 공용화라는 외형적인 제도에만 관심을 갖다 보니 아직 내부적인 시스템의 국제화는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단적인 예로 교내 인터넷 서점을 들 수 있다. 인터넷 서점은 한글에 기반을 둔 시스템이기 때문에 현재 외국인들이 책을 살 때 애를 먹곤 한다. 교내 서점이 아니면 전공 책을 구매하지 못하는데, 현금 결제도 사실상 힘들기 때문에 결국 주변의 아는 사람에게 신세를 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외에도 배달 업체 정보나 학생식당 메뉴를 비롯하여 학교 관련 중요 정보가 있는 교내 PoU 사이트도 모두 한글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생활정보를 얻는 데도 많은 불편함이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수업과 같이 가시적인 제도들의 영어 공용화 외에 우리대학의 외국인들의 실질적 생활과 관련된 내부적인 시스템도 개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영어 공용화로 인한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따라 많은 어려움을 겪는 우리대학 학생들을 위한 대안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한글로 소화하기도 힘든 전공과목들의 교과서가 대부분 영어 원서인데, 수업도 영어로 진행되다 보니 많은 어려움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어려움으로 생길 수 있는 수업의 질 하락이나 학생들의 이해도 및 의욕 하락을 많은 구성원들이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문제점들을 단순히 시행착오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내부적인 제도의 개선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영어로 진행되는 수업 외에 추가적으로 저녁 시간에 한글 보충 설명을 원하는 학생들을 위해 자율적인 LAB시간을 열어 한글로 질의응답이나 간단한 수업 정리를 하는 시간을 가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우리대학의 Bilingual Cam pus화에 따른 많은 진통이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하지만 우리는 영어 공용화라는 논쟁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그 밑바탕이 되는 국제화 캠퍼스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또한 그 과정에서 현재 부족한 내부적인 시스템을 다져가고, 영어 공용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구성원들을 위해 완충작용을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대안들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