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오름돌]Korea Discount, Korea Premium
[78오름돌]Korea Discount, Korea Premium
  • 박지용 기자
  • 승인 2010.04.14 02: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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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에 개최된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보며 우리나라 국민들은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당당하게 세계 5위에 올라 우리나라의 저력을 세계 속에서 확인한 것이다. 또 올해 11월에는 G20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며, OECD 자료에 따르면 GDP 기준 2009년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는 세계 15위이다. 우리나라의 역사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경이로운 성장이며, 이미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서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은 매우 높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CPI)는 10점 만점에 5.5점으로(낮을수록 청렴함) 180개 나라 가운데 39위, 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하위인 22위에 머물렀다. 우리나라는 비리와 부패가 용인되는 사회이다. 비자금ㆍ정치자금에 관한 뉴스는 이제 전혀 낯설지 않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에 비추어봤을 때 부끄러운 일이다.

‘Korea Discount’라는 말이 있다. 한국의 주가를 실제 가치보다 낮게 평가하여 우리나라 기업들의 값이 지나치게 싸다는 것을 말한다. 분단국가 등의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기업의 투명성 문제도 심각한 이유이다.

기관투자자들이 투자운용의 지표로 사용하는 모건스탠리자본지수(MSCI) 기준으로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50배로 집계되었다. 1원의 순이익이 9.5원의 주가로 평가받는다는 의미다. 이는 주요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현재 선진국 시장의 PER는 평균 13.5배, 신흥국가는 평균 11.9배에 이른다. 한국 증시는 선진국에 비해 약 30%, 신흥국가 평균에 비해선 20% 가량 할인되어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만약 우리나라가 세계와 같은 가치로 평가된다면 주가지수는 이미 2,000을 넘어야 하고, 시가총액은 약 300조 원이 증가할 것이다. 비리ㆍ부패를 눈 감은 대가로 단지 주식시장에서만 300조 원의 손실을 입고 있다.

투명성은 세계적 메가트랜드다. 1990년대 초 우루과이라운드(UR)로 전 세계 시장이 하나로 통합되고, 1997년 그린라운드(GR)로 환경 및 공해 문제가 부각되었다. 그리고 오늘날 국제기구들은 비윤리적인 회사와 거래하지 않는 등 윤리 기준을 표준화하자는 국제적인 윤리라운드(Ethic Round)를 추진하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올 하반기까지 윤리경영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지침인 `‘ISO26000’을 제정해 윤리경영 상태를 검증하는 기준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올해 초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킨 베스트셀러가 있다. 바로 <삼성을 생각한다>이다. 2007년 말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삼성 비리 고발의 주인공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에 대해 쓴 이야기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의 문제는 우리를 씁쓸하게 한다. 우리나라는 왜 항상 정치ㆍ기업 등의 비리와 부패에서 자유롭지 못할까. 혹시 대학생 때부터 그러한 길을 걷고 있지 않을까.

비리와 부패의 사전적 의미는 ‘올바른 이치나 도리에서 어긋남’, ‘정치ㆍ사상ㆍ의식 따위가 타락함’이다. 정정당당하지 않고 ‘반칙’을 해서라도 이기려는 것이 비리ㆍ부패 아니던가. 그렇다면 현재 대학생의 본분으로서 생각해보자. 시험에서 커닝하는 것, 과제를 베끼는 것, 실험 데이터를 조작하는 것, 스낵바에서 새치기 하는 것 등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모두 정정당당하지 않은 ‘반칙’들이다. 이러한 행위들에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면 진정 기업가ㆍ정치인이 되었을 때 비리와 부패에 가책을 느낄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진정으로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나는 반칙 없이 정정당당한가. 물론 반칙 없이 한다는 것은 남들보다 힘들다. 공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이렇게 얘기한다. “한번 도전해보라. C학점 받으면 어떠한가. 중요한건 혁신 역량, 진정한 경쟁력을 몸에 갖춰서 대학을 나가는 것이다. 평생 공부하는 습관, 평생 선의의 경쟁을 하는 습관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정정당당하지 않은 사회에서 Korea Premium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