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감상] <스토커>를 보고
[연극감상] <스토커>를 보고
  • 안호선 / 기계 2
  • 승인 2000.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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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와의 삼각관계 - ‘관객희롱’이 압권
연극 동아리에 들어온 지 벌써 2년하고도 반이 다 되어간다. 작년 여름 방학에 같은 연극동아리 동기가 군대를 간다기에 지방에 사는 ‘촌놈’들이 모두 서울에 모였다. 무언가 뜻깊은 일을 해야한다는 생각에 우리는 연극동아리라는 생각을 했고, ‘연극 1번지’ 혜화동 대학로에 갔다. 그곳에서 우리가 접한 연극은 “스토커”라는 연극이었는데 잠시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그때 마침 100회 공연이 넘어섰었고 많은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은 연극이다. 파격적인 스토리와 매 장을 넘나들 때의 관객들과의 호흡이 아주 잘 드러난 연극이라 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연극동아리라는 소개를 해서 그런지 맨 앞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이 때문에 느낄 수 있었던 작은 소극장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이야...이렇게 가까이 에서도 배우를 볼 수 있구나...'하는 생각에 긴장을 멈출 수 없었다.

첫 장에는 초특급 스타 ‘오유미’의 소개가 나오지만, 그에 대한 스토커는 눈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여기서 주의 깊게 생각할 점은 각 장이 끝나고 시작되는 기점에는 언제나 똑같은 배우 한 명이 나와 모든 종류의 스토커를 다 표현하여 준다. 이에 우리는 이 연극의 주제가 무엇일까 생각하는 여유를 갖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장과 장의 연결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두 번째 장에 이르러서는 미모의 심리학 의사를 아내로 가진 무능력한 남성이 소개된다. 그러다 잘못 걸려온 전화 한 통이 그에게 톱스타 ‘오유미’의 사생활을 알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이제부터 스토커의 일은 시작이 된다. 하지만 그는 관객들에게는 자신이 전혀 스토커가 아닌 듯이 행동한다. 즉, 모든 사람이 그렇듯 양면성을 지녀서 겉으로 봐서는 전혀 스토커가 아니다라는 이야기이다. 어느덧 ‘오유미’는 괴로워하고, 스토커와 ‘오유미’의 만남 장면은 이 연극의 압권이다.

15분 동안 아무 대사 없이 몸짓으로만 그들의 욕구와 생각을 표현하는데 관객의 입장에서는 너무도 긴장이 되어 미칠 지경이었다. 작은 소극장에서의 간단한 무대장치, 그리고 아주 적은 수의 조명으로 그런 효과를 낸다는 자체가 대단한 것이었다.(조명의 효과라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오유미’와 스토커 그리고 미모의 심리학 의사인 스토커의 아내의 삼각 관계가 이 연극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관객우롱’이었다. 관객우롱이라 함은 연극에서 자주 사용되는 방법으로 관객이 엄청난 반전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연극을 한편 보는 것과 영화를 한편 보는 것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영화의 특징은 한 번에 여러 번 똑같은 모습과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연극의 특징은 매회 공연마다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있다. 그리고 작은 소극장 안에서 배우의 호흡소리와 땀냄새 같은 인간적인 모습을 그대로 내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일 것이다. 나는 고등학생 때까지는 연극의 ‘연’자도 모르는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여러 편의 연극을 접하고 배우까지 해 본 지금의 나에게 연극은 또 다른 의미의 내 인생이 되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연극을 통해서 대신 살아본다는 것, 그리고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본다는 것이 이렇게 즐거울 수 없었다. 문득 누가 이렇게 말한 것이 생각이 난다. “연극은 마약이다”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