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명반] U2 ‘Pop’ - Island Records, 1997년 3월 출시
[내 인생의 명반] U2 ‘Pop’ - Island Records, 1997년 3월 출시
  • 홍선우/생명 4
  • 승인 2000.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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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밴드의 미덕 담긴 청량제 같은 앨범
군대가기 전 “U2”를 유난히 자주 들었다. U2를 처음 안건 고등학교 2학년 때. 가끔씩 보던 음악잡지에 U2의 앨범 ‘The Joshua Tree’에 대한 리뷰를 읽던 나는 시내에 나갔다가 U2의 앨범을 찾게 되었고 그때 딱 하나 있던 그들의 앨범인 ‘Achtung Baby’를 사게 되었다. 음악에 대해 무지했던 그때, 나는 Achtung Baby의 단순 명료한 소리가 무척 좋았고, 아침에, 그리고 밤늦게 정신이 멍할 때면 항상 Achtung Baby 앨범을 카세트에 꽂게 되고, 이윽고 머리 속이 청량해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사실 학교 음악 동아리에 있었을 때는 U2의 ‘Zooropa’ 앨범을 듣고 U2의 음악에 대해서 약간 실망한 상태였었다. Achtung Baby까지는 나름대로 U2 본래의 색깔, 직선적인 음악의 느낌이나, 확실한 메시지의 전달이 느껴졌었는데 ‘Numb’을 대표로 하는 Zooropa 앨범에서는 그런 점이 느껴지지 않았고, U2가 너무 인기에 안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 이유에서였는지 군대 내무실에서 아무도 없을 때 몰래 듣곤 했던 ‘Pop’ 앨범은 나에게 Achtung Baby 앨범이 가져다 준 감동을 주지 못했다. Pop을 다시 듣기 시작한 건 내가 Pop을 가지고 나서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인 올해 1월부터이다.

연구참여를 시작하면서 혼자서 걸어다니는 시간이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이때 우연히 눈에 들어온 것이 Pop이었다. 음악을 듣다 보면 이런 경우가 있다. 처음 들었을 때 귀에 잘 안 들어오던 음악이 한참 시간을 두고 나서 들으면 귀에 쏙 들어오는 느낌. Pop도 이런 경우다. “R.E.M.”의 ‘Out of Time’이나, “Pinkfloyd”의 “Wish you were here’, “Radiohead”의 ‘OK computer’ 역시 이러한 경우에 속하지만 가장 많은 차이를, 극적인 변화를 느낀 것이 바로 U2의 Pop이다.

Pop에 대해 짧게 한마디한다면 위대한 밴드의 미덕을 갖춘 앨범이라고 할 수가있다. U2의 앨범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예전의 위대한 밴드인 “Pinkfloyd”, “Beatles”, “Led Zeppelin”처럼 자신만의 음악 색깔을 유지하면서 앨범마다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이 성공하는 것은 사실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Metallica”의 ‘Load’ 앨범이나, “Megadeath”의 ‘Risk’ 앨범을 들었을 때의 당혹감을 아직 잊을 수가 없으며, 한편으로는 Pinkfloyd, Beatles, Led Zeppelin이 없는 시대에 U2와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그들의 음악을 실시간으로 듣고 느낄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끔씩 하곤 한다.

Pop 앨범은 12곡이다. 앨범을 들을 때 곡 하나 하나의 느낌보다는 앨범 전체의 느낌을 중요시하는 편인데, 1번 Discotheque부터 시작해서 12번 Wake up dead man까지 듣다보면 U2 본래의 깔끔한 사운드가 곡마다 살아있으며, 한편으로는 약간 부드러운 느낌의 테크노 적인 요소가 가미된 곡이 가끔 귀에 들려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각각의 노래에 대해서는 U2 특유의 테크노 해석을 듣고 싶은 사람에게는 1번 Discotheque, 2번 Do you feel loved, 3번 Mofo, 8번 Miami를 권하고 싶고 나머지 트랙에서는 U2 본래의 느낌이 강한 하지만 한층 세련된 사운드를 들을 수가 있을 것이다.

U2 특유의 사운드가 왜 생겼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면 아무래도 메시지 전달을 위해 음악의 감정적인 느낌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단순한 음악의 전개를 추구하던 것이 어느덧 그들만의 색깔로 자리잡은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예는 민중가요에서도 많이 찾을 수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것은 이러한 단순함 속에서 느껴지는 U2의 음악적인 감각이다. 음악에서 필요가 없는 군더더기를 빼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우선 자신의 음악에서 무엇이 중요한 포인트인지를 파악하는 힘이 있어야 하고 - 이러한 면은 현재의 많은 뮤지션들이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 필요없는 부분이 없어짐으로써 생기는 음악적 여백을 자신만의 감각으로 잘 채워야 한다. 개인적으로 U2는 이러한 여백을 완벽하게 채우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음악에서 무엇이 필요한 소리인지를 파악하는 힘이 있는 밴드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U2의 음악적 성취는 그들에게 호응하는 많은 팬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며, 이러한 점에서 U2는 꽤나 행복한 밴드일 것이다.

U2의 첫 앨범은 1980년의 ‘Boy’이다. 계산하기 편리하게 U2의 정규 앨범은 그 역사가 올해로 20년이다. 밴드의 구성원들이 천재는 아닌 것 같다는 동아리 후배의 말이 있었지만 역시 좋은 음악을 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감성적인 멜로디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음악 속에 불어넣을 줄 아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Pop은 그들의 20년이 잘 녹아 있는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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