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MT 문화 1. 한동대 언론정보문화학부 MT 동행취재
대안 MT 문화 1. 한동대 언론정보문화학부 MT 동행취재
  • 정해성 기자
  • 승인 2010.03.24 0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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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sigo Tohago? 아니죠~ Membership Training? 맞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된 후 계속해서 이어지는 분반ㆍ학과ㆍ동아리 등의 개강총회ㆍ대면식ㆍMT에 정신없는 나날들을 보내는 포스테키안들. 신입생의 경우 이것들이 도대체 뭐기에 이렇게 많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져봤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된다. 이 모든 것에 남는 것은 ‘술’뿐이라는 것을 말이다. 10학번 신입생 철수(가명)는 분반 선배들과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으로 분반 MT에 참가했다. 하지만 MT는 철수의 기대와는 많이 달랐다. 이미 서로 친해진 사람들끼리만 술을 마시면서 친목을 다지는 분위기였던 것이다. 더군다나 MT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벌칙으로 술 마시기를 포함하고 있어,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은 낄 수조차 없었다. MT가 ‘마시고 토하고’라는 선배들의 우스갯소리가 현실로 다가온다.

이러한 ‘술’ 지배적인 MT 문화에 대해 대안문화를 모색하고자 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술 중심의 분위기를 답습하고 있다. 이에 포항공대신문사에서는 ‘술’ 없이 Membership Training의 취지를 잘 살려 진정한 공동체 문화로 정착하고 있는 대안 MT 문화를 찾아보기로 했다. 이번호에서는 기독교대학으로 술을 마시지 않기로 유명한 가까운 한동대 언론정보문화학부의 MT에 따라가 보았다. 대안 MT 문화 2탄으로, ‘대학생 MT문화의 대안을 만들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5월에 개최되는 ‘제2회 전국 대학생 MT 페스티벌’을 찾아가 볼 예정이다.  <편집자 주>

MT의 시작

오후 6시, 버스를 타고 1시간여 후 도착한 곳은 포항시 남구 동해면 홀리랜드. MT 장소에 도착한 학생들은 우리대학의 MT와 다를 바 없이 활기차고 즐거운 모습이다. 아직은 초면인 사람이 많은지라 서로 어색해하는 모습도 보인다. 학생들이 모두 도착한 후 지도교수 두 분이 도착했다. 학생들의 MT에 교수가 동행한다는 것이 의아했지만, 학생들은 모두 교수를 맞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지도교수도 MT에 동행(?)

본격적인 MT에 들어가기에 앞서 학생들과 지도교수는 함께 저녁식사를 한다. 지도교수는 학생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학생들은 교수님의 안부를 묻는다. 기자는 교수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한동대 언론정보문화학부의 MT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강두필 교수는 “우리학부의 MT에서는 음주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학생들이 술 없이도 얼마나 MT를 즐길 수 있는지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지도교수가 MT에 따라온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우리 학부는 전통적으로 지도교수가 MT에 동행한다. 물론 끝까지 학생들과 함께하는 것은 아니지만, 식사 후에 있을 학생들의 자기소개를 듣기 위해 MT에 동행하고 있다. 내 지도학생들이 어떤 학생인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죽을지언정 하나된언정”

‘죽을지언정 하나된언정’, 언정학부의 모토다. 그들이 어떻게 MT를 즐기는지 기대를 갖게 한다. 본격적인 프로그램에 앞서 기독교 대학인지라 간단하게 기도를 한다. 짧게 기도를 마친 후에 지도교수 한 분이 학생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단상으로 나온다. 이어 직업을 가져야한다는 것에 얽매이지 말고 “꿈을 가져라”라고 충고를 한다. 교수가 방학동안 다녔던 세계여행 이야기가 이어지고, 분위기는 한층 더 고조된다.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하는 게 꿈이에요”

교수의 ‘꿈을 가져라’는 조언을 바탕으로 자기소개가 시작된다. 자기소개는 작년까지는 1인당 시간제한 없이 무한정 해왔다. 하지만 70여 명의 학생들이 각자 시간제한 없이 하다보면 4~5시간 정도까지 쓰게 되어 올해 MT부터는 개인당 2분으로 제한을 두게 되었다고 한다. FM(자기소개)같은 자기 어필이 아니라 자신의 꿈과 살아온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다.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하는 게 꿈이에요.”, “충무로를 넘어 할리우드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감독이 되는 것이 꿈이에요.”, “어렸을 때, 저도 모르게 아파트 옥상을 걷는 제 자신을 보곤 했어요. 저는 할머니와 둘이 살아 왔어요…. 힘든 순간이 있을 때 저를 일으켜 세워준 것이 노래에요. 그래서 저는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언론정보문화학부이다 보니 우리대학에서는 결코 듣기 힘든 꿈들을 모두 펼쳐놓았다. 학생들은 2분의 시간이 부족한 듯 모두 주어진 시간을 넘겨가며 자신의 꿈과 삶을 소개했다. 이렇게 밤 9시부터 시작된 자기소개는 자정까지 이어졌다. 학생들은 우리대학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속한 동아리의 학생이 소개를 할 때면 동아리의 이름을 열렬히 외친다.

70여 명 모두가 자기소개를 하는 동안 학생들은 귀를 기울인다. 3시간이 짧은 것은 아니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다. 우리대학과의 차이점이라면 우리대학의 FM(자기소개)은 보통 신입생을 위주로 이루어지지만(FM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처음으로 큰 소리로 자기소개를 하기 때문에 많은 신입생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온다), 한동대는 02학번부터 새로 들어온 10학번까지 모두가 자기소개를 하며 선배와 후배가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다는 점이다.


“우린 술 없이도 놀 수 있다”

자기소개를 마친 후에 20분 정도의 휴식시간을 가지고 나서 본격적인 MT 놀이가 시작되었다. 놀이에 앞서 자리 배치하기. “당신은 어떤 사람을 사랑하십니까?”, “저는 안경을 쓴 사람을 사랑합니다.”라는 말이 끝나는 순간 안경을 쓴 학생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자리로 뛰어가기 시작한다. 시간에 맞춰 자리에 앉지 못한 학생에게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춰야하는 벌칙이 주어진다.

적당히 자리가 섞인 후에는 조를 나눠 조별 게임이 시작된다. ‘1박 2일’의 영향인지 복불복 게임도 포함되어 있다. 4명의 학생 중 한명이 겨자와 고추장이 든 과자를 먹고, 이들은 다른 학생들이 누가 벌칙 과자를 먹었는지 알 수 없도록 연기를 하기 시작한다. “물, 물, 물… 물 좀 주세요~!” 게임이 끝난 후에서야 벌칙 과자를 먹은 학생의 얼굴 표정이 일그러지며 마실 것을 찾기 시작한다. 다음으로는 주어진 자음으로 영화의 제목을 맞춘다. 언론정보문화학부의 학생들이라 그런지 기자가 들어보지도 못했던 영화제목을 쉽게 맞춘다.  이외에 준비된 게임은 학생들의 열렬한 참여로 새벽 3시까지 이어진다. 게임에서의 벌칙은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남학생은 팔굽혀펴기, 여학생에게는 앉았다 일어나기이다. “하나 둘 셋 넷…” 벌칙의 횟수를 세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새벽에도 우렁차다. 준비된 일정이 끝난 후에도 학생들은 끼리끼리 모여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각자 MT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들로 날이 세는 줄도 모르고 함께 즐기는 모습이 우리의 MT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MT의 끝

새벽 7시, 게임을 하던 학생들은 게임을 끝내고, 잠을 청했던 학생들도 모두 일어나 바닥에 너부러진 과자와 쓰레기들을 정리한다. 술이 없었던 MT라서 그런지 다음날에도 서로 어색하지 않다. “야, 어제 나 뭐했냐? 기억이 안나!”라고 묻는 일은 전혀 없다. 8시에 도착하는 버스를 기다리며 서로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며 다음을 기약한다.

지도교수가 말하는 대안 MT 문화란?

MT에 동행한 강두필 교수는 대안 MT 문화에 대한 질문에 “대학의 MT가 술을 마시는 한바탕의 소란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기사를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곤 한다. 술 마시는 것 자체가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다. 학생들의 새로운 학기시작을 축하하며 함께 공부할 동료들을 알아가고 이해하기 위해서 맑은 정신과 따뜻한 마음이 더 필요할 것 같다. 한동대가 기독교 대학이라 술 마시지 않는 MT를 하는 것이 아니고(술 마시면 안 되니까 차선책을 찾은 것이 아니다), 밤을 지새우며 이야기도 하고 게임도 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 대신, 술 마시고 소리 지르며 놀다보면 MT가 가지는 진정한 의미를 잃을 것이 분명해서 학생들이 스스로 MT의 형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MT를 끝내고 다음 주의 수업을 해보면 학생들 상호 간의 친밀감이나 이해도가 분명 높아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술을 먹느냐 마느냐에 집중하지 말고 MT를 왜 하고 MT에서 무엇을 이루어야 하는지에 집중하기를 권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시작해 보면 차츰 그 의미가 살아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대안 MT의 방향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