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여덟 오름돌]나의 삶을 사는 것
[일흔여덟 오름돌]나의 삶을 사는 것
  • 최유림 기자
  • 승인 2010.03.24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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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글을 쓸까?’ 이 칼럼을 쓰기로 한 뒤 며칠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고민이다. 부끄럽게도 평소 자신 있게 글을 쓸 만큼 관심을 두고 지켜보던 것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문제도 없었다. 최근 나의 관심거리는 ‘어떤 직업이 좋은가?’라는 고민과 학점관리, 영어공부 등이었고, 읽는 책도 감성을 자극하거나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것보다 나의 삶에 당장 도움이 될 만한 자기계발도서 정도였다.

내가 이런 관심사를 갖게 된 것에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단지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니 나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이렇게 언제부턴가 나는 어떤 문제에 대해 내가 생각의 주체가 되기보다 남의 생각을 듣고 수용하고 그대로 따르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런데 이런 나의 태도는 생각보다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었다.

한 전공과목 첫 수업이 있던 날이었다. 교수님께서 ‘PQ+CQ>IQ’라는 말씀을 하셨다. 내용인즉슨 열정(Passion)과 호기심(Curious)이 지능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특히 열정을 강조하시며 “열정이 없는 사람은 열정 있는 사람들의 꿈을 위해 일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이 말을 듣고 뜨끔했다. 내가 바로 그 열정 없는 사람이 아닐까, 나의 열정과 생각을 따르지 않고 남의 의견을 따라 내가 관심 쏟는 일들이 어떤 한 사람의 꿈을 위해 살 준비과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 사람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K씨는 소위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입사했다. 많은 이가 부러워할 만한 직장이었다. 그런데 그는 그 일에 큰 가치를 느끼지 못했고, 자신의 미래 모습인 직장 상사가 멋있어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자신의 생각과 소신을 갖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업주의 목적을 위해 일하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2005년 스티브 잡스의 스탠퍼드대 졸업연설을 보고 그는 다음날부터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과거 참 인상 깊게 보았던 그 연설을 최근 다시 한 번 보았다. 그 연설 중 이런 내용이 있다. “여러분의 시간은 제한되어 있으니 다른 어떤 사람의 삶을 사는 것처럼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다른 사람들의 생각의 결과로 살아가는 독단에 빠지지 말고, 내면의 소리를 소멸시키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허락하지 마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 여러분의 마음과 직관을 따르는 용기를 가지세요.” 모두 알고는 있지만 참 어려운 일이다. 내가 관심이 가는 것, 열정이 생기는 것을 하며 내 생각과 신념을 갖고 사는 것. 누군가의 삶처럼 혹은 누군가의 삶을 위해 살지 않는 것.

기자를 비롯한 많은 20대를 보면 틀에 박힌 듯이 비슷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많다. 어떤 사람은 자기주장 없이 살아가는 지금의 20대를 보고 ‘사라진 세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이것을 부정하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하든지 적어도 자신의 생각과 확실한 신념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나의 삶’을 살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