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촌맺기] ‘청암 Graduate Fellowship’ 선정 박병준(ITCE) 씨
[일촌맺기] ‘청암 Graduate Fellowship’ 선정 박병준(ITCE) 씨
  • 최유림 기자
  • 승인 2010.03.0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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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 때 폭넓은 경험과 배움의 시간을"

2월 17일 청송대에서 제2회 ‘청암 Graduate Fellowship’ 수여식이 있었다. ‘청암 Fellowship’은 장학생 한 명에게 일 년에 2,500만 원의 장학금을 최대 3년간 지급하는 장학제도로 2009년 13명, 2010년 19명이 선정되었다. 이들 가운데 이번 ‘일촌맺기’의 주인공을 찾아보았다.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해 명단을 살펴보던 중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을 발견했다. 타 대학 출신으로 WCU 대학원 중 하나인 정보전자융합공학부(ITCE) 석박사 통합과정의 박병준 씨였다. “이 사람이다!”라는 생각에 기자는 바로 약속을 잡기 위해 수화기를 들었다.

봄기운이 흠뻑 느껴지는 2월 끝자락의 어느 오후, 약속장소인 카페에 도착해 자리를 잡고 인터뷰이(interviewee)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카페 안의 한 사람이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고, 눈이 마주쳤다. 그렇게 조금은 어색한 첫 인사를 한 뒤 대학원 신입생임을 생각해 포항엔 언제 왔는지 묻자 “저는 집이 포항이에요. 포항제철고등학교를 나왔어요.”라며 밝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의 밝은 모습을 보니 인터뷰가 순조롭게 진행될 것 같았다.

먼저 포스텍의 WCU 대학원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원래 외국으로 나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군대문제 등 때문에 고민하다가 친구를 통해 외국인 교수님들이 많이 있는 WCU를 알게 되었어요. 또 장수영(산경) 교수님과 개인적인 친분이 좀 있어서 상담했는데, 제가 하고 싶은 분야에 김범만(전자) 교수님이 유명하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다른 학교랑 이것저것 비교해보다가 여러 조건이 저와 맞는 포스텍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청암 Graduate Fellowship’에 대해서 알고 있었는지, 또 이것이 대학원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쳤는지도 물어보았다. 그러자 “입학 전 홍원기(컴공) 교수님과 상담하다가 ‘청암 Graduate Fellowship’이라는 것이 있는데 만약 선정되면 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일단 지원을 하고 기대해 보라고. 대학원 지원할 때 제출 서류를 바탕으로 선정위원회에서 심사한대요. 기대는 조금 하고 있었는데….”라고 수줍게 답했다. 또 큰 장학혜택을 받는 만큼 부담감은 없느냐는 질문에 “조금은 부담돼요. 아직 잘 못하는데 장학금을 많이 주시니까….”라며 겸연쩍게 웃어 보였다.

짧은 기간이지만 지금까지 지내본 대학원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지 물었다. “WCU가 얼마 되지 않아서 확실한 제도가 잡혀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전자전기공학과와 거의 같이 가는 것 같아요. Jamal Deen 교수님 밑으로 입학했는데, 교수님이 한국에 머무르는 시간은 4개월 정도래요. 아예 한국으로 들어오시는 외국인 교수님들도 있다는데, 그러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제일 힘들다고 소문난 김범만 교수님 연구실에 있는데, 생각보다는 괜찮아요. 교수님이 유명하시니까 프라이드도 있고, ‘이걸 견뎌내면 나아지겠지.’라는 희망도 있어요. 그리고 훌륭한 선배들이 많아요. 나도 그 위치에 가면 그 정도 실력이 될까 걱정도 되는데…. 되겠죠.”

당차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나가는 박병준 씨와 대화하다 보니 문득 그의 학부 때 생활이 궁금해졌다. 한양대 전자통신컴퓨터공학부 06학번으로 전체평점 4.19/4.5점의 높은 성적을 자랑하지만, 공부만 열심히 하는 학생은 아니었다. 1ㆍ2학년 때 사진ㆍ검도 동아리에서 활동했고, 3학년 때 댄스스포츠 동아리에 들어갔다. 그 동아리에서 지금까지 사귀는 여자친구도 만났단다.

이어서 미국 텍사스 UT 오스틴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이야기를 길게 풀어냈다. “그곳 생활은 한국과 많이 달랐어요. 과제도 많고 시험도 많지만, 오히려 더 자유로웠어요. 체육관에서 친구들과 운동하고, 잔디밭에 누워서 공부하고, 파티도 즐기고, 로봇 동아리도 하고…. 수업 분위기도 화기애애하고 교수님과 교류도 활발해요. 또, 이때 전공 분야를 선택했어요. 통신 분야의 유명한 교수님께 1년 동안 수업을 들으면서 ‘비전이 있겠다.’라고 생각하고 계속 그쪽으로 관심을 두게 되었어요. 대학원 진학과 ‘청암 Graduate Fellowship’ 선정에도 이때의 경험이 도움된 것 같아요.” 그는 기자에게 포스텍에도 교환학생이 있는지 물어보더니 갈 수 있으면 무조건 갔다 오라고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마지막으로 학부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부탁하자, “많이 즐겨야 되요!”라고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학부생 때 재미있었는데 너무 빠르게 지나간 것 같아요. 여행을 많이 못 다녀본 것이 많은 후회가 돼요.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취직을 하면 정말 시간이 없잖아요. 또 동아리 활동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여러 과 친구들을 만나서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진정한 인맥을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학업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학문적으로 많은 걸 경험할수록 좋아요.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뿐만 아니라 폭넓게 배우세요. 요즘 세상은 하나 잘한다고 알아주지 않잖아요. WCU도 융합이에요. 전자전기공학과지만 생명과학도 공부해야 하고, 저는 센서를 공부해본 적이 없는데 센서도 해야 하고…. 여러 가지를 경험해 보면 선택의 폭이 넓어져요.”

인터뷰 내내 웃는 표정으로 유쾌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청암 Graduate Fellowship’ 선정자답게 학업과 진로에 관해선 진지한 모습도 보여줬다. 대학원에 갓 입학한 새내기지만 학업에 대한 열정이 큰 그의 활약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