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기상 관측에 나타나는 'Karman Vortex'
[학술] 기상 관측에 나타나는 'Karman Vortex'
  • 강태진 / 제주지방기상청 방재예보관
  • 승인 2010.03.03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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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천후 이후에 나타나는 소용돌이 모양의 구름 형성

Vortex(와류) 현상은 기계공학 분야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수치예보의 활용 등 기상학에서도 관련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악천후 이후에 나타나는 Karman Vortex 현상은 공기흐름이 장애물에 의해 방해를 받고 발생하는 대기 요란에 의해 구름의 변형을 가져오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세계적으로 관측되는 지역이 많지 않으며, 사면이 바다이고 중앙에 한라산이 위치하고 있는 제주도는 세계적인 표본으로 Karman Vortex 연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arman Vortex는바람이 약해지고 눈이 거의 끝날 즈음에 제주도 남쪽 해상에 대단위로 나타난다.
이 글에서는 기상학에서 관측되는 소용돌이 현상과 제주도 풍하측에 나타나는 Karman Vortex 현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물이 흐르고 있는 가운데에 기둥 하나를 세워두면 교각의 방해를 받고 처음에는 약한 소용돌이가 점점 규칙적으로 더 많은 소용돌이로 변형되며, 물의 흐름이 더 빨라지면 혼돈의 상태로 난류가 생기게 된다. 이렇게 어떤 흐름에 방해물이 있는 경우 후면에서 소용돌이치는 현상을 ‘Karman Vortex’라고 말한다<그림 1>.

관 속의 난류발생 실험에서 유체의 동점성계수(υ=η/ρ, η=비례상수로 유체의 점성 또는 점도계수, ρ=밀도)를 υ, 유속을 U, 물체의 지름을 L이라고 하면 레이놀즈 수는 Re=UL/υ로 흐름의 상태를 정하는 수이다. 어떤 물체가 점성을 갖는 유체 속을 일정한 속도로 움직일 경우, 물체가 받는 저항력을 표현하는 기류역학으로 경계의 모양이 서로 닮은 2개의 흐름이 있을 때 Re가 같으면 비슷한 모양이 생기는 원리이다.

Karman Vortex는 유체 속에 놓인 기둥모양의 장애물 하류 쪽에 생기는 소용돌이 현상으로, 물체의 측면에 형성되는 점성경계층(유체 형태가 바뀔 때 마찰에 의해 생기는 표면의 얇은 층)이 벗겨지면서 떨어져 물체의 오른쪽과 왼쪽 끝으로부터 번갈아 발생한다.
공기 기둥의 깊이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경우에는 절대 소용돌이도(지구의 자전과 무관한 절대 좌표계에서 관측되는 소용돌이도)가 보존되므로, 동풍은 북쪽이나 남쪽으로 편향될 수 있으나 서풍은 동쪽으로 직선 운동만 가능하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산을 넘어가는 흐름은 풍하측인 바람이 없는 곳에 저기압을 형성시킬 수 있고 파동 형태를 나타내나, 서쪽에서 동쪽으로 산을 넘어가는 흐름은 풍하측에 파동 형태의 운동이 생기지 않는다.

절대 소용돌이도 방정식은 좌표계에서 아래와 같이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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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항은 발산항, 두 번째 항은 기울기항, 세 번째 항은 솔레노이드항(어떤 단위 폭을 가진 2개의 등압면과 2개의 등밀도면으로 둘러싸인 관을 말하며 경압대기에서만 발달)이다.

Karman Vortex 현상이 기상 관측에서는 공기의 흐름에 방해물이 있는 경우 배후에 반대방향의 소용돌이가 2열로 번갈아 나타나는 것으로 관측된다. 기상위성사진 등에서 섬의 풍하측에 소용돌이 줄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철과 초봄에 제주도 남쪽에서 가끔 볼 수 있고, 간혹 울릉도에도 나타나기도 한다. 제주도의 경우 강한 역전층이 있는 하층바람이 고립된 산을 불어 돌아갈 때 풍하측으로 길이 100km 정도의 Karman Vortex가 발생한다.

발생조건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첫째 강한 역전층 아래에 있는 St(층운) 또는 Sc(층적운)에 의해서 에워싸인 넓은 해역이 있어야 하며, 둘째 풍향이 일정하고 비교적 강한 하층풍이 지속되며, 셋째 역전층 위로 수백m 꿰뚫고 나가는 산악을 가진 섬이 존재해야 하며, 와류 쪽에는 따뜻한 해수온도에 구름이 존재하면서 찬 공기가 유입되어야 한다.

제주도는 타원형의 섬으로 중앙에 해발고도 1,950m의 원추형인 한라산이 위치하고 있으며, 사면이 바다로 제주도 남쪽으로는 대기흐름에 있어 막힘이 없는 독립된 지형이다. 대기 하층에 역전층(대기 안정층)이 존재하며, 하층에서 풍향이 일정하고 비교적 강한 북풍 계열 바람이 지속적으로 불게 되면 한라산의 지형 영향으로 산 후면에는 공기의 흐름에 변형을 가져오게 된다.

<그림 2>는 2006년 2월 4일 12시, 15시, 18시 MTSAT(다기능 위성)의 위성사진이다. 제주도 남쪽인 풍하측에 Karman Vortex가 발생한 사례로 15시에 최성기를 보이고 있다. 이때 서귀포를 비롯한 남쪽 가까운 해상에는 암역(맑은 구역)이 나타나면서 타지역과의 대조를 이루기도 한다.

전날인 2월 3일 지상에서는 찬 대륙고기압이 확장하고, 대기 중층인 850hPa(약 1.5km 상공)에서는 영하 12~15℃의 찬 공기가 남하하면서 서해상의 따뜻한 해수면(온도 5~8℃)과 만나 낮은 구름대가 생성되었으며, 점차 발달하면서 눈이 형성되어 서해안을 비롯한 남부지방과 제주지방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때 바람이 14m/s 이상 강풍이 불고 해상에서도 높은 물결이 일면서 위험기상이 나타난다.

2월 4일에는 찬 대륙고기압이 변질되면서 이동성 고기압이 서해상에 위치하고, 09시 제주도 평균풍속이 7~13m/s로 약해지면서 Karman Vortex가 풍하측인 남쪽해상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바람은 점차 약해져 낮 동안 N-ly(북풍류) 5~11m/s 불면서 Vortex가 유지되다가, 18시 이후 5m/s 이하로 낮아져 점차 소멸되었다. 또한 09시 제주고산 단열선도에서 대기 하층인 1,000m~3,000m 사이에서 강한 역전층(기온이 역전되는 기층)이 나타나고 있다.

한편 Anderson(1974)은 Karman Vortex Street를 유지시킬 수 있는 풍속의 범위를  5~13m/s로 정의하고, 기압배치에 따른 풍향과 풍속의 강도에 따라 운형이 변화를 시사하고 있다.

<그림 3>은 2003년 2월 12일 10시경 제주도 남쪽 해상에 나타난 파상운(Lee Wave Cloud)의 사례로, 한라산의 장애물을 넘는 기류가 풍하측에 등간격으로 늘어선 운역이다. 발생조건은 Karmam Vortex와 비슷하나 윈드 시어(Wind Shear)가 적을 때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은 마치 활화산이 화산재를 토해내는 것 같은 모습으로 장관을 이루기도 한다.

겨울철 찬 대륙성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14m/s이상의 강풍과 서해상에서 발생한 눈구름의 유입으로 악조건의 날씨를 보이다가, 제주도남쪽 해상에 Karman Vortex가 발생하기 시작하면 바람이 점차 낮아짐을 감안하여 기상예보에 활용하기도 한다.
Karman Vortex가 관측되기 위한 여러 가지 조건에 잘 들어맞는 제주도의 지리적 위치와 대기하층 높이의 한라산은 세계적인 표본으로 Vortex 연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