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아트, 테크놀로지가 예술이 되다
미디어 아트, 테크놀로지가 예술이 되다
  • 류정은 기자
  • 승인 2003.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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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늘 변화하는 환경에서 새로운 모티브와 매개를 찾아 개념을 조직해낸다. 새로운 표현방식을 찾아가면서 작가의식을 어떻게 보여주는가 하는 것이 바로 예술 작품의 관건이라 하겠다. 고전적인 미술작품과 조각들이 전문 화랑과 갤러리 전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미술의 형태가 예술계를 파고들고 있으니 그 중 하나가 바로 디지털 예술이다. 생활 속에 파고든 테크놀로지, 그것을 미술의 한 표현 매체로 수용한 것이다.

월간 미술이 소개한 미디어 예술의 신경향도에 따르면, 싱글 채널 비디오, 비디오 설치, 프로젝션 설치, 멀티미디어, 인터랙티브 비디오 설치, 웹아트, 디지털 이미지 프린트 등의 다양한 표현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최근에 있었던 한국 실험예술제 작품 중의 하나였던 인터넷을 통해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작품이 연출된, 쌍방향의 탈공간적 미술 또한 미디어 예술의 한 예가 되겠다. 다양한 미디어 작품이 고전적인 양식을 깨고 등장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작품의 실험성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재 상황에 예술가들은 디지털 예술이 아방가르드에 필적할 만하나, 내용보다는 테크놀로지가 주는 감성과 시뮬레이션에 도취되어 있음을 지적하면서 우려를 표명한다. 인문학이나 철학을 하는 사람마저도 예술의 순수성이나 작가의식이 단순히 테크놀로지의 새로운 사용으로 발전했다고는 보기 힘들다고 비판을 가한다.

테크놀로지 자체의 반짝임에 예술이 현혹되지 않으려면, 예술을 하는 사람도 테크놀로지를 잘 이해해야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비디오 아트의 대가라 불리는 백남준도 비디오에 대한 공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매체를 이용, 그것에 작가의식을 투영해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은 사례가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술가들의 우려는 테크놀로지에 대한 이해와 병행하는 예술 활동이 진행될 때 불식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CT라는 것도 테크놀로지와 인문학, 예술의 통합 연구 필요성에 의해 나타난 학문이다. 98년에 만들어진 연세대 미디어아트 연구소는 문화 예술의 수용과 생산에 있어 인문학과 예술, 테크놀로지의 만남 영역을 형성, 인문학적인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대학의 신생 미디어 학부들은 주로 컨텐츠를 개발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카이스트에서는 올해부터 CT 학제과정과 석박사과정을 신설함으로써 테크놀로지 전공자들이 예술을 이해하고 새로운 모티브를 끌어내는 등에 초점을 맞추어 테크놀로지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이미 프랑스의 Le Fresnoy나 미국 MIT Media Lab에서 나오고 있는 인터택티브 미디어나 인공 생명, 인공 지능에 대한 교육과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CT에 대한 개념이나 그것의 연구, 교육 틀은 아직 완전히 정립되지 않았다. 그러나 CT를 통해서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연계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각 영역에 상호 모티브가 되어줄 것임은 이미 여러 예술 작품을 통해 예측가능하다. 인터페이스에 대한 연구는 일본 도사 나오코의 전자생명체 인터페이스를 구축하는 작업으로 승화되었다. 또한 비디오 아티스트 가와구치 요이치로는 생명체의 성장과정을 시뮬레이션하여 ‘성장모델’이라는 독창적 이미지 세계를 창조하여 인공생명의 영역에서까지 주목을 받았다.

테크놀로지와 예술의 상호 이해, 그 통합의 연구를 통해서 미디어 예술의 진정성을 찾고 테크노 시대의 새로운 예술의 축을 공고히 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