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오름돌] 미래의 기자들에게
[78오름돌] 미래의 기자들에게
  • 김현민 기자
  • 승인 2010.03.03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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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포항공대신문사 김현민 기자입니다. 먼저 고된 입시의 과정을 거쳐 포스텍의 일원이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제 여러분에게는 고등학교 때 수없이 그려보았던 낭만적인 대학생활과 꿈을 실현할 일만이 남아있겠네요.

2년 전 제 꿈에는 언론의 참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적혀 있었고, 그 꿈을 따라 포항공대신문사에 수습기자로서 입문하게 된 지도 벌써 2년이 흘렀습니다. 아직도 당시 편집장과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치렀던 면접을 잊을 수 없습니다. 당시 저는 ‘이익단체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기성 언론과는 달리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로이 할 수 있는 대학신문의 기자로 일하고 싶다’라는 당찬 포부를 밝혔지요. 종종 마감에 쫓겨 쉽게 기사를 쓰고 싶은 유혹이 찾아올 때면 당시의 다짐을 떠올리며 다시 힘을 내곤 합니다.

앞으로 포항공대신문사는 저와 같은 꿈을 가진 신입생 여러분들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머지않은 시일 내에 면접 대상자인 여러분을 만나게 되겠지만, 오늘은 그에 앞서 미리 당부하고자 하는 말들을 전하고자 합니다.

포항공대신문은 1988년 10월 26일 창간호 발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포스텍과 역사를 함께 해왔으며, 현재 매호 1만 1,000부씩 인쇄되어 학교에 비치됨과 동시에 동문과 재학생의 가정 및 주요 기관으로 배송되고 있습니다. 내가 쓴 글이 1만 1000부나 활자화되어 교내외 독자들의 가치 판단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세상에는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일들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기자는 여러 사안들 중 자신 또는 기자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취사선택하여 보도해야 합니다. 그것이 기자가 가지는 첫째로 중요한 권한이자 의무지요.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도 기자의 가치판단에 따라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고 그에 따라 무가치한 일로 격하되거나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기자가 가지는 두 번째 권한이자 의무는 현안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규정하는 것입니다. 종종 사람들은 신문은 사실에 근거를 둔 창작에 가깝다는 표현을 합니다.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다른 시각의 기사가 나올 수 있고, 이에 따라 대중의 인식과 반응도 매우 달라지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이스라엘과 아랍의 갈등에서 이스라엘에 호의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을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상당수의 우리나라 언론은 이스라엘과 아랍 사이의 일을 보도함에 있어 서방 언론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구 사회에 대한 유태인의 영향력은 매우 큽니다. 그 결과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이스라엘의 시각에서 본 가치의 편에 서게 되는 것입니다.

한 사람을 속이는 것보다 대중을 속이는 것이 더 쉽다고 합니다. 그 속임수의 중심에는 언론이 있습니다. 지금은 5.18 민주화운동이라 기념되는 혁명이 당시 올바른 언론의 차단과 왜곡된 보도로 인해 불온세력의 소요사태로 취급되었습니다. 우리는 속지 않기 위해, 속이는 행동을 경계하기 위해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정확한 사실과 취재를 중시하는 이유입니다. 무조건적인 비난과 반대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사실과 취재를 바탕으로 하지 않은 글은 말 그대로 비난에 불과합니다.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논리적으로 전개한 비평만이 기사로서의 가치를 지닙니다.

포항공대신문사는 기자가 가지는 두 가지 지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책임감을 지닌 여러분의 지원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는 ‘사실’을 찾아낼 수 있는 빠른 발과 열정, 그리고 편향되지 않은 ‘의견’을 견지할 수 있는 지적 능력 역시 갖춰야 할 것입니다.

기억하세요. 여러분이 쓴 기사가 포스텍의 역사가 됩니다. 여러분의 손으로 그 역사를 바르고 곧게 쓰는 영예를 누리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