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학년도 학위수여식 축사]
[2009학년도 학위수여식 축사]
  • 박태준 / 설립이사장
  • 승인 2010.02.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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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 더 나은 안녕을 위해 고뇌하며 실천의 길 개척하길

오늘 영예의 학위를 받는 졸업생 여러분에게 뜨거운 축하를 보내며, 그 동안 훌륭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 열과 성을 바친 교직원과 학부모 여러분의 노고에 치하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빛내주시는 내빈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를 드립니다.

친애하는 졸업생 여러분.

지난해 이 자리에서 우리 졸업생들에게 자기 분야의 최고 수준이 되는 동시에 시대정신을 창조하는 지성인이 되어야 한다는 당부를 했는데, 올해 1월 29일에는 하노이국립대학 특별강연에서 젊은 세대의 시대적 좌표에 대해 역설하게 되었습니다. 베트남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젊은 엘리트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국에서 나의 세대가 설정한 시대적 목표는 ‘조국 근대화’였습니다. 그것은 나의 세대가 짊어진 폐허와 빈곤, 부패와 혼란을 극복하기 위한 시대적 좌표였고, 마침내 근대화에 성공했습니다. 시련의 시대를 영광의 시대로 창조한 것이었다고 자부합니다. 그러나 나의 세대는 후세에게 엄청난 과제도 넘겨야 했습니다. 바로 남북분단입니다.”

“베트남은 한국보다 종전이 늦어진 그만큼 경제재건의 출발이 늦어졌습니다. 그러나 베트남은 통일국가고, 한국은 분단국가입니다. 현재 한국의 젊은 세대에게 ‘평화통일과 일류국가 완성’이라는 시대적 목표가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주어져 있다면, 베트남의 젊은 세대에게는 ‘경제부흥과 일류국가 완성’이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주어져 있습니다. 통일 문제를 고려할 경우, 베트남의 젊은 세대보다 한국의 젊은 세대가 더 무거운 시대적 과제를 짊어졌다고 하겠습니다.”

졸업생 여러분.

남북정상회담이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남북 화해와 교류의 시대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우리의 오랜 소망을 다시 한번 쓰다듬는 시간입니다. 여기서 정부와 지도층은 국가의 총체적 역량을 냉철히 점검하겠지만, 여러분은 새로운 출발선상에서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져보기 바랍니다.

‘나는 내 인생을 시대적 좌표와 연결시키고 있는가? 나의 탐구가 내 인생과 내 학문을 넘어 우리 시대에 어떻게 기여해야 하는가? 과연 10년 뒤의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겠는가?’

만약 여러분이 남북 화해와 평화통일이라는 시대적 좌표를 인식하고 있다면, 여러분에게는 선진국의 젊은 엘리트보다 더 높은 차원의 자기절제와 자기연마가 요청된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입니다. 인간의 진정한 미덕은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고 공동체의 더 나은 안녕(安寧)을 위해 사색하고 고뇌하며, 그 실천의 길을 개척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휴머니즘의 기본이요, 역사의 교훈이기도 합니다.

포스텍 교수 여러분.

우리는 어느 대학에도 뒤지지 않을 연구와 교육의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문제는 목표의식과 도전의식입니다. 여러분은 괄목할 연구 성과를 창출하는 가운데, 한국 과학기술의 핵심인재를 육성해야 하며, 그들이 훌륭한 지도자로 성장할 저력을 길러줘야 합니다. 이것이 건학이념의 실현입니다.

그런데 근년 들어, 포스텍이 지리적 여건 때문에 소수정예의 우수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대단히 우려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 이십여 년 동안에 우리대학이 한국 이공계 대학교육의 혁신적 모델이었다는 것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후발 주자들이 우리를 추격합니다. 아니, 추월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2015년까지 KTX가 포항에 직접 연결되어, 서울―포항 간의 소요시간이 1시간 50분이라고 합니다. 더 이상 지리적 여건을 탓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현 시점에서는 누구보다 교수 여러분이 위기의식을 각성해야만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습니다.

교수 여러분은 세계적 연구에 과감히 도전하고 포스텍 고유의 교육과정을 개발해야 합니다. 건학 당시의 선배교수들과 같은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시작하자’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이 공감대 위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법인과 협력해서 제2의 도약을 위한 디딤돌을 놓아야 합
니다. 이것은 오늘 이 자리의 주인공들과 모든 동문들에게도 멋진 선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친애하는 포스텍 가족 여러분.

1951년 4월 유럽석탄철강공동체(EGKG) 설립조약으로 유럽통합의 첫발을 내디뎠던 유럽이 반세기(半世紀)를 넘기는 끈질긴 노력으로 마침내 헌법과 통화(通貨)를 통합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그리스ㆍ스페인, 이른바 PIGS의 재정위기에 대한 EU의 대응방식은 국경(國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헌법과 통화까지 통합했지만, 재정문제에 관한 국경은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것은 글로벌리즘의 어떤 한계를 드러내는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실제로 금융위기 후의 세계 각국은 국제적 공조를 말하면서도 국내 지향성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글로벌리즘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확신해 온 학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학문은 국경이 없지만, 학자는 국적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말해, 학문은 인류의 운명을 감당할지라도 학자는 조국의 운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21세기에도 변하지 않는 현실이며 세계의 본질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가 되새겨야 하겠습니다.

거시적 안목으로 미지를 개척하고 불가능에 도전해 나갈 졸업생 여러분의 용기와 신념을 믿고, 여러분과 포스텍의 앞날에 무궁한 발전이 계속되기를 기원하면서, 이 자리를 빛내주시는 모든 분들의 건승을 축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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