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랭크 인, 문화 충전소! #1 독립영화
크랭크 인, 문화 충전소! #1 독립영화
  • 류정은 기자
  • 승인 2003.09.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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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할 길은 단 하나, 주류영화와의 끝없는 싸움 - 전수일 독립영화 감독
독립영화란 무엇인지와 작품 활동, 현재 시스템 상에서의 어려움 등에 대해서 독립 영화를 고수하며 영화인을 교육하는 교수로, 제작자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전수일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 독립영화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독립영화는 기업형 영화 제작방식, 즉 배급의 사전 결정, 투자사와 제작사 간의 상업적 이윤을 위해 유명배우의 선정 권한과 시나리오와 감독의 선정 등 모든 것을 하나의 상품을 만들어 마켓을 하는 것까지의 일괄적인 제작 형태와는 다른 제작 형태를 가지고 있다. 먼저 독립영화는 영화 내적인 측면 즉 내용과 형식에 대해 감독의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작업을 하며, 배급의 형태에 있어서도 선 제작, 후 배급 결정의 형태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제작비 역시 기업의 출자가 아닌 개인투자, 영화제의 지원, 영진위의 지원 혹은 타 문화 관련기관의 지원으로 만들어진다고 볼 수 있다. 간간히 메이저 배급사가 독립영화를 배급하는 경우가 있지만 극소수에 불과할 뿐이며, 대부분의 독립 영화가 마케팅 비용의 부재로 짧은 상영일과 소수의 영화관에서 보여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 작품에서 삶에 대한 진지한 시선과 깊이 있는 철학을 담아 외국 영화 관계자들의 호평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독립영화를 시작한 계기는 무엇인가

>> 프랑스 유학 후, 한국에 돌아와 영화를 만들고자 시나리오를 들고 영화사를 찾아다녔지만,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지원을 거절당했던 적이 있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없는 한국의 영화계에 한계를 느끼고 독립영화 제작방식으로 작품 활동을 해야겠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충무로 현장에서 조감독을 하면서 한국의 영화제작과정을 배운 후, 부산 경성대 연극영화과에서 영화에 대한 강의를 시작하였고 몇몇 졸업생들과 독립 영화사 <동녘필름>을 설립하여 본격적으로 독립영화 활동을 시작했다.

- ‘독립 영화’라는 장르에서 계속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나

>> 작가 영화가 독립영화 시스템이 아닌 충무로 메이저 시스템에서 제작되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은 극히 드문 상황이다. 충무로 시스템에서는 자신이 추구하는 세계를 담기가 무척 어렵다. 그 쪽에서는 우선 이윤과 관객수를 계산하면서 영화 기획을 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독립영화를 하지만 대중에게 좀 더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오락 상업영화와는 달리 우리가 사는 삶에 대해 좀더 사색적인 영화에 초점을 맞추어 그것을 독립영화 시스템으로 제작하고 있다. 독립 영화는 작가주의를 충분히 뒷받침해주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많은 관객들이 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 직접 제작한 영화들 중 <내 안에 우는 바람>,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파괴>에는 특유의 철학적 주제를 시적으로 표현, 외국 영화 평론가들이나 국내 영화계에서 작가주의가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작업을 할 때, 어떤 주제를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느냐에 대한 고민은 어떻게 하는지

>> 내 영화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질문에 근접할 것 같다. 이전 영화들은 나 자신과 현실의 모습을 내 시각과 내 스타일대로 자전적 이야기로 접근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대중적인 소재로, 그러나 타부시하는 자살이란 소재를 가지고 대중과의 소통을 시도하려고 했다. 우리 사회의 큰 이슈지만 회피하려는 혹은 의식적으로 피해가려는 사회적 문제인 ‘자살’을 직접적으로 다루어 보고자 했다. 죽음에 직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과연 우리가 살고, 살아가는 이유를 되묻고 싶을 때가 있다는 것을 상기하고 싶었다. 또한 이전의 영화들이 인물들에 대한 관찰자적 태도를 긴 화면과 롱 쇼트로서 유지했다면, 이 영화에는 장면들 간의 긴장된 편집과 클로즈 쇼트들을 많이 사용해서 인물의 심리를 더 세밀하게 묘사하려 했다. 또 이러한 방법이 이 영화의 스타일과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따라서 주제에 따라 형식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 최근의 독립 영화들을 보면, 유머러스한 소재로 가볍게 접근하는 작품들이 많아진 것 같다. 이러한 경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상업적인 측면과 정신문화적인 측면에 대한 비중이 공존해야 올바른 영화 문화가 생긴다고 본다. 무조건 많은 사람들을 끌어오기 위한 오락 상업 영화는 텔레비전에 범람하는 드라마들과 차별성이 없다. 관객들이 다양한 영화들을 볼 권리를 점차 누리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 독립 영화가 선 제작, 후 배급의 형태로 제작된다고 했는데 작품을 만들 때 환경적으로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 영화를 제작ㆍ감독하면서 항상 부딪치는 문제는 경제적인 문제와 배급의 문제다. 우선 투자사들은 우리 같은 비주류 영화사에 투자를 하지 않고 메이저 제작사들에게만 투자를 한다. 또한 제작 후에도 배급사들 역시 메이저 제작사의 영화들만 배급하려고 한다.

- 추구하는 작품은 어떤 것인지.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 지금은 <어느 한국사제의 이야기(가제)>라는 프랑스 시골에서 올 로케할 영화를 계획 중이다. 프랑스로 어릴 적 입양된 소녀와 그 곳으로 파견 근무를 하게 된 젊은 한국인 신부와의 아픈 사랑의 이야기로 입양이라는 사회적인 문제를 거론해 볼 생각이다. 전 인물이 여행을 하면서, 혹은 방황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로드 무비를 좋아한다. 언젠가는 이것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 마지막으로, 독립 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 주류 영화와의 끝없는 싸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단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