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오름돌] 위기와 소통
[78오름돌] 위기와 소통
  • 정연수 기자
  • 승인 2010.02.1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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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의 오늘은 위기로 인식되고 있다. 작년 국내외의 몇몇 대학 평가들에서 우리가 가진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특히 국제화 지표에서 해를 거듭하며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국내 다른 대학과 비교해 우리대학이 가진 비교우위가 좁혀지고 있다는 불안도 암처럼 퍼지고 있다. 위기를 불러온 사회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발전적인 정책을 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걱정되는 것은 그 와중에 소통의 부재로 인해 불거지는 구성원 사이의 불신과 오해이다. 이는 현재의 위기 극복과 대학 발전에 해가 되고 있다. 아무리 대학본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이었어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면 당사자들에게는 결국 불신의 벽이 생기곤 했다. 학생들의 정당한 권리를 대학본부에서 인식하고 이를 인정하려고 해도 학생들 스스로 목소리를 모아 내지 않으면 결국 그 권리는 묻히곤 만다. 작년 말에서 올해 초까지 겪었던 기숙사 연차초과자 퇴사와 관련한 논쟁은 이것이 또 한 차례 되풀이 된 것이다. 알려지지 않아야 할 오해에 불과한 것이 지역신문에까지 보도가 된 것은 더 이상 소통의 문제를 보고만 있을 수 없음을 느끼게 했다.

그리하여 많은 구성원들이 소통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한 인식에서 이제는 실질적인 해결책들을 강구해야 한다. 대학원생의 경우에는 그들을 대표할만한 기구조차 없어 소통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그동안 몇몇 대학원생을 중심으로 대학원 총학생회를 구성하려 시도해 보았지만 여러 가지 현실적 문제로 무산되었다. 주된 이유를 꼽자면 지도교수와의 관계를 우려하며 연구 활동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스스로 총대(?) 메기를 꺼려왔다는 점일 것이다. 각자의 직분에 충실하고자 함을 결코 이기심으로 매도할 수는 없겠지만,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불어 학내 언론의 제 역할 또한 요구된다. 취재를 통해 만났던 많은 구성원들이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면서 기자에게 신문이 가교 역할을 잘 해달라는 청원 아닌 청원을 하곤 한다. 그것은 비단 포항공대신문뿐만 아니라 교지편집위원회나 방송문화연구회에도 해당되는 역할과 책임이며 존재 이유이다. 언제 시작되었는지도 모를 대학 언론의 위기가 지속되면서 그 존재가 흔들리고 있지만 대학 언론의 존재가 부정될 수는 없으며, 따라서 학내 공론화의 장으로서 대학언론의 고민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우연히 1991년 1회 졸업생의 졸업앨범을 볼 기회가 있었다. 호기심에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사진에서 풍기는 그때의 분위기가 지금과 사뭇 달리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그 시기를 함께 했던 교수ㆍ직원ㆍ선배들은 그 때를 회상하며 모든 구성원들이 화합했던 모습을 그리워하곤 한다. 그 화합의 전통이 포스텍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만큼 성장해왔던 크나큰 동력이었을 것이다.

지나간 일은 묻어두더라도 앞으로 겪을 큰 변화에 대비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비전 2020을 달성하는 데 10년이 남은 지금 포스텍은 무수한 갈림길에 서있다. 당장에도 많은 변화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 모든 구성원들의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