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현장] 2003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문화현장] 2003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 문재석 기자
  • 승인 2003.09.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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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이 필요치않거나 혹은 원치않는…

지난달 13일부터 서울 홍익대 일대에서 <아주열정(亞洲熱情)>이라는 슬로건 아래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이 열렸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이 페스티벌은 홍대 인근 20여 개 소극장과 전시장에 연극과 무용을 공연하는 <이구동성(異口同聲)>, 국내외의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암중모색(暗中摸索)>, 인디 문화에 불을 놓았던 클럽을 중심으로 밴드들이 공연하는 <고성방가(高聲放歌)>, 기존 전시관이 아닌 대안 공간들 내부에 일정 부분을 마련하여 <디지털 살롱>, <문신가게>, <3인3색전>등과 같은 이색 미술작품을 전시하는 <내부공사(內部工事)> 그리고 홍대앞 놀이터에 자리를 잡고 각종 거리예술을 선보이는 <중구난방(衆口難防)> 등으로 짜여진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1998년, 우리나라에는 지금의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모체격이라고 할 수 있는 독립예술제가 생겨났다. ‘한국적 프린지의 실험과 모색’을 모토로 창설한 이 예술제는 지난 2002년엔 5회를 맞이하며, 국내의 젊은 예술가들의 발굴을 넘어 아시아 지역의 차세대 문화예술 교류를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독립예술제에서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로 명칭을 바꾸며 성장을 꾀했다. 올해로 6회를 맞은 이 행사는 올해 이름을 바꾼 KT&G의 후원아래 지금까지의 행사 중에서 가장 길고 또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는 페스티벌로 성장했다.

많은 문화행사들이 어떤 취지 아래에 행해지느냐에 따라 그 행사에 참여를 할 수 있는 행사의 종류와 형태가 제한되기 마련이다. 이것이 대중성 그리고 시장성과 결합을 하게 되면서 소위 이야기하는 ‘잘 팔리는’ 문화 행사는 나올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템들은 선보일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 채 사장되어 간 것이 현실이다. 이런 행사와는 구별되는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은 여타의 프린지 페스티벌과 같이 예술적 기준에 따른 심사나 선별과정 없이 참여할 수 있다. 그렇게 일련의 선별과정을 배제함으로써 예측불가능한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프린지 페스티벌안에 자리잡아 프린지 특유의 새로움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접하기 힘든 홍콩, 대만 등지의 실험영화 등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암중모색>을 통해 주어졌으며, 국내에서는 조직폭력배나 병역기피자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달고 다니는 문신을 직접 새겨볼 수 있는 기회가 <내부공사>에서 주어지기도 했다. <멀티스페이스 키친>에서 전시중인 <별-나니를 만나다>에서는 관객들이 붙여 놓은 별과 쪽지들을 전시의 일부에 포함시키기도 하고, <중구난방>에서의 일본 모노크롬 서커스의 맞춤형 배달 공연이나 금요일마다 열리는 <금요파티>에선 마술, 레이브음악, 재즈댄스와 힙합 공연을 볼 수 있었다.

공연이나 전시를 준비하는 팀이 워낙에 많다 보니 중간 중간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비가 오면 공연이 취소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공연을 준비하는 아티스트와 위원회측과의 의견조율이 이루어지지않아 공연이 취소되거나 연기, 변경되는 일들도 발생하였다. 지난달 23일 야외공연은 호우경보로 인해 취소가 되었으며 28일로 계획되어 있던 야외공연은 공연장 주위의 현수막 철거문제를 둘러싼 마찰로 인해 취소되기도 하였다. 또 일각에서는 “순수하게 남아야 할 프린지 페스티벌이 KT&G의 후원을 받아 행사 곳곳이 스폰서 광고로 오염되고 있는 것 같다”는 우려의 표현을 인터넷 상에 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잡음들은 앞으로 프린지 페스티벌이 커가면서 해결해야할 과제로 보인다. 현대 자본주의 시장에서 소위 ‘돈 안되는’ 대중성과 상업성이 없는 예술을 가지고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력과 고민이 뒤따라야만 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매년 8,9월에 열릴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에서는 자신이 퍼포먼스의 연주자가 되고, 연극 공연의 한 부분이 되며, 까페 한쪽 벽에 별을 붙이면서, 같은 음악을 듣고 뛰어다니면서 관객들은 사회 속에 포함된 또 다른 하나의 구성원이 아닌 단지 ‘나’일 수 있는 기회를 부여 받는다. 누군가가 이렇게 해야 한다고 지도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 스스로 생각하는 바, 느끼는 바를 직접 행하고 표현하면서 획일화된 문화를 강요하는 상업자본으로부터의 독립운동을 시작한다. 이번 달 7일까지 열릴 이 페스티벌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다가올 지 한번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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