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오름돌] 목표 의식
[78오름돌] 목표 의식
  • 조규하 기자
  • 승인 2010.01.01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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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오히려 꽤 많은 수의 포스테키안들은 생활에서 뚜렷한 목표를 가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일 당시 최고의 목표가 우수대학으로의 진학인 경우가 많다보니 막상 포스텍에 합격하고 나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도 깨닫지 못한 채 대학생활을 견뎌 나가곤 한다. 남들처럼 낭만적인 대학생활이 아닌, 과제와 시험에 쫓기는 삭막한 대학생활을 말이다.

목표라는 것이 정말 필요한가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장기적인 목표와 단기적인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해 나가면서 최고의 효율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주어진 업무나 상황에 따라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 나감으로써 스스로를 발전시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가 후자에 비해 주체적인 발전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인정하리라고 믿는다. 그리고 포스테키안은 스스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한 학생들이다.

일부 포스테키안들은 목표의식의 부재에 대해 “해내야만 하는 것이 지나치게 많다보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마치 고등학교 4학년, 5학년을 다니는 것 같다는 묘사도 종종 들을 수 있다. 남들보다 좋은 성적을 받아야만 한다는 인식이 학생사이에서도 당연하게 여겨지고, 정부와 대학은 장학금을 담보로 더욱 열심히 공부하기만을 바란다는 것이다. 우수한 학생은 과탑이냐, 전탑이냐로 결정되며, 낮은 학점을 받은 학생들은 사회에서조차도 인정받기 힘들다는 현실에서 학점보다 중요한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 힘들다고 한다.

이들에게 방학에는 무얼 하는지 물어보면 부족한 학점을 보충하거나 재수강을 위해 계절학기를 듣는 경우가 적지 않으며, 학기를 버텨내느라 너무 지친 나머지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학생들도 상당수 있다. 계절학기가 방학 내내 진행되는 것이 아닌 만큼, 필자는 그 정도의 여유시간이면 자신을 위한 목표를 수립할 수 있지 않겠냐는 제언을 종종 하곤 한다. 그럴 때면 “다음 학기에는 더 높은 학점을 받는 것이 목표다”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부과되는 과제나 프로젝트가 해내기 힘들 정도로 많은가, 혹은 시험이 비인간적으로 어렵거나 좋은 학점 받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가를 따지기 이전에, 포스테키안으로서 가져야 할 목표의식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우리는 대한민국의 1%이기에 포스텍에 합격했으며, 0.1%의 인재로 육성되어 이공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리더가 되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포스테키안으로서 대학이 자신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인가, 포스텍의 인재상이 무엇인가를 따지기 이전에,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스스로가 설정한 목표를 이루는 데에 있어서 포스텍은 최고의 ‘수단’이자 ‘파트너’로서 활용할 수 있는 대상이지, 자신을 이끄는 주체가 될 수는 없다. 우수한 연구 성과로 무장한 최고의 교수진과, 각각의 포스테키안에게 제공되는 최고의 시설들은 최고의 과학ㆍ공학자로 발전해 나가기에 더 없이 좋은 조건이다. 그저 전공지식을 가르치는 기관이 아닌 것이다.

좋은 학점으로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고 우수한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이 수립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과정에 있는 것일 뿐이지,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주어졌기에 해내야 하는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1%의 인재가 0.1%의 리더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목표의식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