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대학원생으로 산다는 것
[기획특집]대학원생으로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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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12.09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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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은 기본적으로 교육기관이자 연구기관이다. 그 안에서 교수는 대학원생을 가르치며 학문의 발전에 기여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대학원생은 교수의 가르침을 받으며 교수의 교육ㆍ연구 업무를 보조한다. 거기에 이공계 대학원으로서 우리대학 대학원의 특징은 주로 연구실 단위로 교육과 연구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동안 학부생의 교육이나 장학제도는 활발히 논의되고 발전해와 색깔이 뚜렷한 반면 대학원의 경우에는 우리대학 전체를 아우르는 교육철학이나 특징을 찾아보기 힘들다. 게다가 여느 이공계 대학원과 같이 여러 가지 구조적인 문제점이 보이기도 한다. 이번 기획에서는 우리대학 대학원에서 이뤄지는 교육을 전반적으로 살펴보았다. <편집자 주>

대학원생의 경제적 처우

연구*학업에 전념하기엔 다소 부족
가족의 도움 없이 생활하기 힘들어
프로젝트 부담 커 학위논문에 소홀

현재 우리대학 대학원생들은 장학금으로 한 달에 석사과정은 최소 90만 7,000원, 박사과정은 최소 107만 9,000원을 지급받도록 정해져 있다. 이 외에 지도교수의 재량에 따라 최대 40만 원까지 추가 장학금이 지급될 수 있다.

그런데 지원되는 금액은 그야말로 최소의 생활수준만을 고려하여 산정된 것으로, 정확히 등록금*기숙사비와 식비를 지원하는 수준이다. 현재 식비로는 석사과정은 30여만 원, 박사과정은 50여만 원이 지급된다. 이는 석사과정생의 경우 매끼 학생식당을 이용한다고 했을 때에나 충분한 수준이다. 즉 가족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고 했을 때, 따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한 충분한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타대학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은 편이라고는 해도 사회인이라 할 수 있는 대학원생이 연구와 학업에 전념토록 하기에는 현실적으로는 부족한 셈이다.

교육개발센터가 지난 4월, 학내 16개 대학원 재학생 1,901명(응답자 87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학원생의 90.8%가 등록금과 생활비의 일부분 또는 상당부분을 자신이 받는 장학금으로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 중 40%는 등록금 및 생활비의 전부를 장학금으로 충당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부족한 재정부분은 가족의 지원을 받아 해결하는 경우가 44.6%로 가장 많았으며, 이전에 모아둔 저축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18.1%, 아르바이트를 통해 충당한다는 대학원생이 11.2%였다. 은행대출을 받아 충당한다는 대학원생도 2.6%로 조사되었다. 특히 미혼자에 비해 기혼자의 경우 경제적 압박이 더 크게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입학 전 기대했던 것에 비해 장학금 제도 및 복지혜택이 부족하여 생활하는 데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는 학생이 30%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학생의 37.4%가 입학하기 전 우리대학원을 선택하게 된 요인으로 ‘장학금 및 복지혜택’을 가장 우선적으로 꼽은 것과 대비되는 결과이다.

대학원생의 경제적 처우에 관한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고 개선되어가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도 대학원생의 어려움은 계속되고 있다. 이 문제는 학부생의 장학금 문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대부분의 학부생 장학금은 노동의 대가와 전혀 상관없이 순수하게 학업을 장려하는 의도로 지원된다.

반면에 대학원생 장학금은 대학원생 조교 대학원생이 교수의 교육*연구 업무를 보조하는 데 따른 대가로 지원되는 것이 기본이다. 조교 활동이 이공계 대학원생에 대한 교육효과가 있다 할지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장학금을 앞세워 대학원생이라는 고급인력을 값싸게 이용하게 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한 대학원생은 교육개발센터 설문조사에서 “학비가 공짜라는 달콤한 유혹아래 공부보다는 프로젝트가 먼저인 연구 환경은 기대했던 것보다 크게 실망스럽다. 이러한 경험이 이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않지만, 타대학들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프로젝트들은 깊이 있는 연구경력을 쌓는 데 어려움을 느끼게 하고, 졸업이 늦은지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현재 대학원생 장학정책은 학사관리팀이 담당하고 있지만, 내년부터 업무의 효율성을 위해 학생지원팀이 담당할 예정이다. 대학원생 장학정책이 학비와 식비*기숙사비만을 지원하는 선에서 벗어나서, 실질적으로 대학원생의 연구와 교육을 장려하는 경제적 지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연수 기자 yeonsu00@


대학원생들의 교육환경 만족도

전반적으로 “만족”...일부 개선점도
전공지식ㆍ의사전달능력 특히 만족
논문작성기술ㆍ영어교육 강화 필요

교육개발센터가 지난 4월 대학원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대학원생들은 대학원 교육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타대학 출신 대학원생의 경우 학부 때와 비교하여 우수한 교수진으로부터 전공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포스텍 출신 대학원생에 비해 교육 만족도가 더 높은 경향을 보였다. 포스텍 출신 또한 타대학에 비해 질적으로 우수한 수업에 만족하고 있다.

반면 전공과목 개설주기나 전공과목의 다양성에서 학생들의 만족도는 다소 낮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학사과정에 비해 석ㆍ박사과정에서 개설되는 강의의 변동이 큰 편이다. 그러므로 수강을 희망하는 강의가 있더라도 개설되지 않는 학기에는 수강할 수 없다. 문제는 특정과목의 개설주기가 길다는 데에 있다. 매학기 개설되는 강의도 있는 반면 격년이나 4~5년을 주기로 개설된 강의도 있다. 이 중에는 수강생들의 호응이 좋았던 강의들도 더러 있었다.

현재 한 학기에 개설되는 전공과목의 수는 각 학과별로 8~10개 정도이다. 그리고 재학생들은 이 숫자에 ‘적다’라고 답했다. 한 학기 8~10개의 강의는 결코 적다고 할 숫자는 아니다. 그러나 대학원생은 학부생과 달리 연구 분야가 정해져 있고 개인의 진로에 필요한 강의를 희망하기 때문에 8~10개의 강의 중 실제로 수강을 희망하는 과목은 몇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개설과목을 늘리는 것이 쉽지 않다. 현재 전공과목 중에는 수강생의 수가 10명도 채 안 되는 과목들도 있기 때문이다. 신규강의를 개설하기에는 대학원생들의 관심과 전공분야의 수에 비해 수강생이 턱없이 적은 것이 우리대학의 현실이다. 대학원생들이 원하는 전공분야 과목을 설문하고 강의의 개설주기를 조정하는 대안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이겠지만, 대학원생들이 원하는 것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소수 대학원생을 위한 개설주기 단축은 힘들어 보인다.

대학원 교육에서 중시되어야 할 역량으로 ‘전공지식’뿐만 아니라 ‘의사전달능력’, ‘논문작성기술’, ‘영어능력’ 등 전공분야 외의 소양 또한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정작 대학원 교육을 통해 갖춰진 역량 정도를 물어본 결과 70%가 넘는 대학원생들이 ‘전공지식’과 ‘의사전달능력’에서 만족한 성취를 거두었다고 답한 반면 ‘논문작성기술’과 ‘영어능력’은 반 이상이 만족치 못했다고 답했다. ‘논문작성기술’은 재학생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역량으로 손꼽혔다. 전자전기공학과에서는 현재 ‘IT Scientific Writing’이라는 과목을 개설하여 학생들의 글쓰기 소양 향상에 힘쓰고 있다. 철강대학원 또한 ‘Technical English’ 강의를 개설하여 영어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전공과목 이외에도 학생들의 진로계발에 필요한 역량을 길러주는 강의를 개설하는 것 또한 대학원에서 갖춰져야 할 교육환경요건이 될 수 있다.

강의가 아니더라도 학내 각 센터에서 실시하는 워크숍 및 세미나에 참가하여 개인의 소양을 개발할 수 있다. 지금까지 리더십센터ㆍ교육개발센터 등에서 다양한 워크숍이 개최되었으나  연구ㆍ학업 이외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부담이 되어 대학원생들의 참가는 학부생에 비해 부족한 편이다. 때문에 대학원생들이 시간에 부담을 갖지 않고 원하는 소양을 개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것이 대학의 역할이라 할 수 있겠다. 대학원생들 또한 자신에게 필요한 소양을 기를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스스로 참여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교육환경이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니나 학교와 대학원생 양자가 서로 조성해나가는 움직임을 보여야 개선이 가능한 것이다.

강명훈 기자 kmh91@

 

대학원생 24시

‘월ㆍ화ㆍ수ㆍ목ㆍ금ㆍ금ㆍ금’ 과연 그럴까?
순수 학업ㆍ연구는 하루 평균 8시간
잔무ㆍ진로ㆍ영어 등 다양한 스트레스

대학원생의 생활이 얼마나 고된지를 나타내는 말로 ‘월, 화, 수, 목, 금, 금, 금’이라는 표현이 종종 쓰인다. 주말이 되어도 평일과 같이 연구실에 출근하여 연구에 몰두해야 하는 현실을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표현이다. 하지만 실제로 각종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면 대학원생의 주당 학업 및 연구 시간은 평균적으로 40시간 안팎이다. 또한 대학교육개발센터에서 올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대학 대학원생이 주중 순수하게 학업 및 연구에 보내는 시간이 7시간 49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로 보았을 때, 연구나 학업 외의 잡무를 보는 시간을 고려하더라도 대학원생이 과도한 연구와 수면 부족 등으로 시달리는 경우는 다소 극단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대신 경제적 압박, 졸업 후 진로 문제, 동료나 지도교수님과의 대인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 영어능력 부족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여러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기사에서는 가상인물 K의 24시간을 짚어봄으로써 실제로 대학원 생활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조망해보았다.

○○학과 통합과정 4년차인 K는 오전 9시가 되자 잠에서 깨어 헐레벌떡 나갈 준비를 한다. K의 연구실은 출근시간이 9시 30분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늦어도 9시에는 일어나야 한다. K의 지도교수는 대학원생들의 출근시간을 일일이 확인하지는 않지만 혹시라도 교수가 찾을 때 자리에 없으면 눈치가 보인다. 같은 대학원생이면서 연구실에 별도의 출근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항상 10시 넘어서 기상하는 룸메이트 L을 부러워하는 눈으로 바라보고 방에서 나온다. 시간이 늦어 아침을 거르고 출근했다.

10시 30분. 지도교수가 주관하는 연구실 전체 회의가 열린다. 흔히 ‘랩 미팅’이라고 불리는 이 회의에서는 연구실 대학원생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이 한 주 동안 수행했던 개인 연구의 진행 상황을 발표하고, 지도교수가 앞으로의 연구 방향이나 고쳐야 할 점 등을 지적해준다. 랩 미팅 발표 자료를 준비하느라 어제 잠을 조금밖에 자지 못한 K는 지도교수의 냉철하고 날카로운 질문에 대답하느라 땀이 뻘뻘 나고 잠이 확 달아난다. K가 발표를 하고, 후배들의 발표가 이어진 랩 미팅은 1시간 정도 지속되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연구실 동료들과 단체로 학생식당을 찾았다. 항상 똑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지겨워질 수도 있기 때문에 가끔은 학교 외부로 나가서 먹기도 하지만, 오늘은 여느 때와 같이 학생식당을 찾았다. 학생식당으로 가는 길에 학생회관에서 한 무리의 학부생 동아리 공연이 있는 듯했으나 크게 관심이 가지는 않았다. 지도교수와의 회의에서 드러난 연구의 문제점을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 고심하고 있는 중이라 공연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식사가 끝나고 K는 오후 일과시간 내내 학술대회 논문을 작성했다. 논문 마감이 일주일도 안 남았기 때문에 오늘 중으로 상당부분을 작성해야 하지만, 영어로 써야 하는 터라 진도가 생각보다 빨리 나가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 웹서핑도 잠깐씩 하면서 꾸역꾸역 논문을 써 내려갔다. 그나마 이번 ○○학술대회가 마침 안 가봤던 홍콩에서 열린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았다. 역시 영어는 모국어가 아니라서 아무리 공부해도 쉽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K는 박사과정 강의를 모두 수료했기 때문에 학기 중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원 수업은 듣지 않는다.

저녁 6시. 혹시나 지도교수가 찾을 수도 있기 때문에 지도교수가 퇴근할 때까지 자리를 지키다가, 퇴근하는 것을 확인하고 연구실을 나온다. 오늘은 룸메이트와 저녁 약속이 있는 날이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비싼 음식을 먹지는 못하지만 가끔씩 룸메이트와 외식을 나간다. K는 여자친구가 없기 때문에 다른 친구들에 비해서 그나마 넉넉한 편이다. 룸메이트의 차를 타고 대이동에 가서 보쌈을 먹고, 다시 연구실로 왔다. 연구실로 돌아오는 길에 78계단에서 내려오는 학부생들을 보고 부러워한다. K는 학부생과 대학원생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가 저녁시간 이후에 기숙사에 갈 수 있는지의 여부라고 생각한다.

저녁 7시 30분. K는 저녁을 먹고 연구실에 돌아오면 항상 한 시간 정도 휴식을 취한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게임을 하고 의자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가 잔업을 시작한다. 오늘은 연구나 학업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잡무 몇 개를 처리하고, 10시가 되어 기숙사로 내려왔다. 룸메이트 L은 아직 기숙사에 오지 않았다. L은 늦게 출근하는 만큼 늦게 퇴근하기 때문에 K와는 마주칠 일이 별로 없다. 하루 일과를 어느 정도 끝낸 K는 체육관에 가서 운동을 할까 고민하다가 오늘은 일찍 자기로 했다. 마침 어제 잠을 별로 못 자서 피곤했는지 금세 곯아떨어졌다.

박재현 객원기자 parkdog3@

 

외부기고 : 대학원생의 이중적 위상

학생이자 연구원...그에 합당한 대우를
사회적 부가가치 창출과 학문발전 기여
불합리하고 경직된 연구실 문화는 여전

이공계 대학원생은 학생일까? 당연히 학생이다. 하지만 단지 학생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모호한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연구개발은 산업체*대학*연구소 등 세 주체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데, 대학의 연구 중 상당 부분은 대학원생의 손을 거쳐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지도교수와 지원인력 등의 역할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도교수의 역할이 기업체의 연구소장, 연구소의 팀장이라면 대학원생은 연구원의 역할을 수행하며 함께 연구 성과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물론 대학원생은 아직 연구 능력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하여 여전히 배워야 할 지식이 많으며, 배움을 위해 대가를 지불하고 교육 서비스를 받는 학생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교육을 위한 연구’가 이루어지며, 이 연구가 사회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학문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앞으로 이 학생들은 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직업으로서의 연구원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물론 이것은 대학에서 이루어진 ‘교육을 위한 연구’의 연장선상에 있다. 다시 말해 하는 일의 성격이 본질적으로 바뀐 것은 별로 없다.

과학기술 연구개발이라는 것은 끝이 없는 것으로, 평생을 연구해도 걸어온 길보다 앞으로 남은 길이 까마득한 것이 학문의 세계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바치고 세대를 거쳐 이루어야 하는 것이 공부라면, 학생이 하는 연구와 연구원이 하는 연구가 다른 점은 무엇일까? 여기에서 이공계 학생들의 이중적 위상이 시작된다. 그들은 과학기술을 공부하는 학생이지만 동시에 연구원이다. 마찬가지로 기업과 연구소의 연구원도 연구원인 동시에 과학기술을 공부하는 학생인 것이다.

예전에 비해 많이 개선되기는 했지만 상당히 불합리적이며 경직된 연구실 문화가 우리나라의 대학 일부에 여전히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우리의 정서상 사제지간이라는 관계는 어려울 수밖에 없고, 연구실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안주거리 이상의 이야기는 내부 고발이나 다를 바 없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문제를 논의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건 상당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한 제도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문화와 인식의 성격이 더 강하기 때문에 단순하게 해외 사례를 모방하거나 간단하게 모범답안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도 대학원생이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길을 막는 제도적인 문제점은 거의 없다. 따라서 학생들을 연구개발 중추를 떠맡는 하나의 축으로 생각하고 연구실을 꾸리는 동반자로 인식하며 이에 적합한 대우를 해 주는 문제는 문화와 인식의 영역으로 진입하게 된다.

사실 이 문제는 이공계 기피 현상과도 연결 지어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단순히 장학금을 조금 더 준다고 해서 이공계를 외면하던 우수한 인력이 다시 발걸음을 돌릴 만큼 사회적 분위기가 바뀔 리는 없다. 하지만 이공계 기피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노력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또한 과학기술인이 사회로부터 합당한 대우를 받기를 원한다면 이것은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우리사회는 과학기술인이 사회에 기여하는 역할에 비해 비단 경제적인 처우뿐 아니라 사회적인 대우 또한 부족한 점이 많다는 불만을 과학기술계에서 제기하곤 한다. 이 불만은 과학기술인들이 사회에 엄청난 부와 명예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일하고 있는 만큼, 창출하고 있는 부가가치만큼이라도 대우해 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과학기술계 내부에서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는 대학원생과 일부 비정규직 신진 연구원들이 많고, 이 문제를 과학기술계가 외면한다면 어떻게 사회를 향해 과학기술을 대우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겠는가. 과학기술과 과학기술인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대학원생의 이중적 위상을 이해하고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정우성 /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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