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 디자인의 의미와 신기술 동향
[학술] 디자인의 의미와 신기술 동향
  • 최인욱/한동대 산업디자인공학과 교수
  • 승인 2009.12.09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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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에서 산업*학문의 영역으로 진화 거듭

산업디자인 분야에서 신기술을 소개한다면 무엇보다도 컴퓨터의 보급으로 인하여 등장한 기술들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컴퓨터가 디자인 과정에 사용되기 전에는 주로 연필이나 펜으로 그려서 생산하고자 하는 제품을 스케치하고 도면을 작성하여 이를 바탕으로 일일이 수작업을 통해 생산용 금형을 제작하는 것이 순서였다. 매우 숙련된 소수의 전문가에 의해 결과가 좌지우지되었으며, 많은 시간과 오차,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여러 문제들과 마주쳐야 했던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개인에게 보급되기 시작한 고성능의 하드웨어들과 컴퓨터 그래픽스(이하 CG)는 산업디자인 전분야에 걸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으며, 지난 20여 년 동안 그 이전에 있어왔던 그 어떤 변화보다 더 놀랍고 새로운 경험들을 사람들에게 가져다주었다. CG의 발전 속도가 하드웨어의 발전 속도와 비례하여 너무나 빠르게 전개되었고 전문화되어왔기 때문에 그 종류와 분야를 일일이 열거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더군다나 같은 소프트웨어라도 매년 기능과 특징이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되거나 다른 소프트웨어들과 통합되기도 하기 때문에 일정 시점을 잡지 않는 이상 분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겠지만, 산업디자인에서 주로 사용하는 CG 중 3D 분야만 본다면 크게 세 부류 정도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 첫 번째로 영화나 게임 등을 통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관련 3D 솔루션들을 들 수 있겠다. 1991년 영화 터미네이터2에서 미래에서 온 로봇이 마치 수은처럼 흘러내리며 변형되는 사실적인 영상이 소개되면서 관객들은 CG의 무한한 가능성에 찬사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후 쥬라기공원(1993)이나 타이타닉(1997), 반지의 제왕(2002) 등의 대작을 통해 CG의 무한한 가능성은 계속해서 사람들을 미지의 세계로 몰고 갔다. 수만 년 전에 멸종되었던 공룡들이 출몰하고, 지구 최후의 날에 벌어질 일들이 눈앞에 그대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던 기괴한 생명체와 신비한 현상들이 현란하게 사람들의 눈을 속인다. 어떤 때는 진짜보다 더 진짜처럼. 이처럼 영화나 게임 등 영상물에서 보이는 움직이는 3D 물체를 만들고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여러 효과를 만들어 내는 솔루션으로는 오토데스크사의 Maya, 3D Studio Max 등이 있고, 제작사에서 각 영화에 맞는 소프트웨어들을 직접 개조하거나 만들어 사용하기도 한다<그림 1>.

▲ <그림 1>영화 Monsters VS Aliens(2009).

두 번째로 건물 또는 기계설계, 제품의 형상설계 등에 사용되는 3D 소프트웨어들이 있다. 잘 알려진 Auto CAD, Catia, Pro-Engineer, Unigraphics 등 엔지니어들과 디자이너들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제작도구들이다. 이를 이용해 간단한 나사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비행기 제트엔진 설계까지 과거 일일이 손으로, 도면으로 작성했던 대부분의 설계 작업을 3차원 가상공간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진행할 수 있으며, 정밀하게 수치 및 구조역학적인 데이터를 입력하여 이를 가상공간에서 각종 시뮬레이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런 계열의 솔루션들은 디자인 전용으로 만들어지지는 않았지만, 디자인 결과물의 데이터가 여러 변환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설계과정으로 전달되기 위해 근래에 와서 디자이너들이 꼭 알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으로 되었다<그림 2>.

▲ <그림 2> Workspace of Autodesk AutoCAD.

세 번째로 디자인 프로토타이핑을 위한 3D 소프트웨어들이 있을 수 있다. 많은 사용자들을 확보해 온 오토데스크사의 스튜디오 툴을 예를 들어본다면, 모든 종류의 제품들과 자동차나 배*비행기 등 유기적 형상을 가진 승용물을 디자인할 경우 매우 강력한 수단이 된다. 매우 복잡한 곡률의 변화를 표현할 때, 디자이너들이 최대한 제한을 받지 않고 직관적으로 제품을 디자인하도록 최적화된 여러 가지 툴들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3D 모델이 완성되고 나서 여기에 재질이나 컬러, 실재와 같은 조명효과 등을 더하여 매우 현실감 있는 고품질의 이미지를 제작할 수 있는데, 이렇게 실제와 같은 제품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렌더링(Rendering)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최종 생산될 안이 선택되는 것이다. 디자인 프로토타이핑을 위해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들은 디자이너들이 접근하기 쉬운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와 화려한 시각적 효과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주로 프레젠테이션과 검증을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고, 여기에서 만들어지는 형상 데이터가 설계용 솔루션으로 보내질 수는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설계를 하며 형상을 수정하고 보완할 만한 호환성이 아직 완전하지는 않기 때문에 다시 형상 설계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그림 3>.

▲ <그림 3> 오토데스크사의 스튜디오툴을 사용해서 만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