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엿보기 -하노버 엑스포] 자본과 기술의 거대함에 앙상해진 인간과 자연
[문화 엿보기 -하노버 엑스포] 자본과 기술의 거대함에 앙상해진 인간과 자연
  • 김혜리 기자
  • 승인 2000.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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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하노버 엑스포 2000을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이번 세계 박람회는 국제박람회사무국이 박람회를 5년마다 열기로 규정을 바꾼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대규모 종합박람회로 세계 155개 국이 참여했다. 동시에 독일의 입장에서는 독일통일 10주년과 뉴밀레니엄을 기념하는 행사로 기획된 뜻깊은 행사라고 한다.

지난 6월 1일부터 오는 10월 31일까지 5개월 동안 [인간·자연·기술]을 주제로 열리는 이 행사에서 우리나라는 중요무형문화재 제 24호 ‘안동 차전놀이’가 개막행사로 선정되고 한국관은 입장대기 시간이 가장 긴 곳 중의 하나로 선정되는 등 인기를 누리고 있어 많지 않은 한국관람객을 뿌듯하게 하고 있다.

독일이 37억 마르크(약 2조원)을 투자한 행사의 규모는 어마어마해서 하루종일 열심히 걸어도 1/3을 채 보지 못할 정도다. 세계 각국의 전시관과 특별 전시관, 행사장은 최첨단 기술을 도입하여 각국의 특색과 주제에 맞는 디스플레이로 사람들의 관심을 한시도 놓치지 않는다. 93년 대전 엑스포의 규모에 비할 수 없는 거대 자본이 투입되어 그 힘이 사람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하지만 슈뢰더 독일 총리가 오락과 교육적 가능성의 멋진 결합이라고 평가한 이번 엑스포가`반자본주의, `반세계화를 외치는 좌파 시위로 얼룩지고 있다. 엑스포 행사에 퍼부은 수십억 마르크가 기금 부족으로 부실해진 독일 교육을 개선하는데 사용됐다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었다며 엑스포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Human being, nature, technology’라는 특별전시관에는 화려한 영상쇼가 짧은 주기로 열리고 실내 열차가 운행되는 등 첨단 기술력을 수단으로 교육에 재미를 더하는 효과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인간·자연·기술]에서 주제가 [기술·자본]으로 바뀐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반자본’을 외치는 독일인들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자본과 문화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종합박람회에서 자본의 거대함으로 문화가 상대적으로 앙상해 보였던 것이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