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인류-사회-과학을 하나로 엮는 과학 커뮤니케이션
[기획특집]인류-사회-과학을 하나로 엮는 과학 커뮤니케이션
  • 조규하 기자, 정연수 기자, 박지용 기자, 김가영 기자
  • 승인 2009.11.18 2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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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대중화에서부터 시작된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약 30년간 전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으며 발전되어 왔고, 최근에는 과학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과학자와 대중 모두에게 과학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단어가 아직은 낯설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미 일상 속에서 과학에 대해 이해하고 표현하면서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한 축이 되어 있다. 손쉽게 정보를 제공받고 제공하는 현대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우리는 이미 커뮤니케이터인 것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과학 커뮤니케이션이 어떠한 것인지 알아보고, 우리대학의 현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과거와 현재

과학대중화로 출발…과학문화로 정착

최근 광우병에서부터 신종플루에 이르기까지 과학적 이슈들이 전세계적으로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문제가 이슈화되기 시작한 이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안정화되기보다는 괴담이나 공포담론들이 활개를 치면서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이 오랫동안 지배하곤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광우병 사태에 있어서 다양한 원인들과 맞물려 상당한 규모의 촛불시위가 지속적으로 열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과학자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이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유럽에서부터였다. 당시 유럽에서는 광우병 파동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과학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가 급격히 추락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의 과학기술력이 유럽을 능가하기 시작하면서 이공계에 대한 평가는 더욱 낮아지게 되었다. 때문에 과학자들을 포함한 유럽사회의 지식인 계층들은 과학적인 이슈에 대해서 어떻게 소통해야하는가와 함께 이공계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단순히 수단이 아닌 하나의 분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초기의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과학의 대중화와 동일시되었다. 물론 현재의 과학 커뮤니케이션 역시 과학의 대중화를 포함하고 있으나, 과거에는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이에 대해서 무지한 대중에게 과학적 사실을 가르친다는 의미가 강했다. 세계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과학 축전이나 전시회가 개최되었으며, 과학과 관련된 박물관이 증설되기도 했다. 또한 우수한 청소년들을 이공계로 유치하기 위해 영재교육과 같은 과학교육이 강화되었으며, 정부의 관심과 투자가 집중되었다. 다큐멘터리를 방영하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과학을 대중에게 친숙하게 만들려는 노력 역시 진행되었다.


그러나 그 결과가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상당한 투자와 관심에도 불구하고 이공계 기피현상은 완화되기보다는 다소 심해지는 경향성을 보였으며, 오히려 과학자들은 권위를 갖추기보다 실험복과 고글을 착용한 채 플라스크를 기울이는 ‘매체형 이미지’로 굳혀졌다. 뿐만 아니라 일부 부정적인 사례에 의해서 사회적 관심과 기대에 대한 실망과 불신을 유발하게 되었다. 즉 유전자변형식품(GMO)으로부터 비롯된 과학에 대한 불신과 함께, 동물실험에 대한 반발과 인간복제에 대한 불안감들은 과학냉소주의를 팽배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처럼 기대와는 다른 결과를 얻게 되면서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재인식을 하기 시작했다. 즉,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과학자들만의 일방적인 역할이 아니라 대중과 교류하는 하나의 문화적 요소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와 관련하여 세계적으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하나의 전공분야로서 과학언론학을 다루고 있으며, 대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매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과 이를 전문으로 수행하는 인력을 길러내고 있다. 유럽사회의 경우 이론적인 기반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매체와 전문가 사이의 벽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학생과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이나 글쓰기 등 실기위주의 교육을 제공하는 한편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1989년에 세계과학기술커뮤니케이션(Public Communication of Science & Technology, PCST) 네트워크가 구축되었고, 2006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아시아 최초로 이에 관한 회의를 개최되었다. 이를 포함해서 가장 최근의 이슈에 이르기까지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역사에 대해서 다루어보았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조금 늦게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과거 서양에서 발생한 문제와 비슷한 사례를 어렵지않게 찾아볼 수 있다. 과학고로 대표되는 영재교육에도 불구하고 이공계 기피현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으며, 이공계 위기는 아직도 식지 않은 감자이다. 전국가적인 관심을 모았던 한 과학자는 오히려 과학에 대한 커다란 실망을 안겨주었으며, 그 결과 과학자의 위상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다양한 매체에서는 사회적 이슈와 논란을 해결하는 권위 있는 지식인으로서 과학자를 비추려고 노력했으나 이 역시 지나치게 단편적인 면을 강조하는 결과를 낳았다.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등장해서 “네, 사실입니다”라는 한마디를 보태는 존재가 우리나라의 과학자이다.


하지만 현재의 노력들을 살펴보면 상당히 긍정적인 미래를 예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과학에 대한 대중의 지식수준이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은 다양한 이슈에 관련된 지식의 전파를 가속화했으며, 대중의 견해와 수요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미 다양한 사례에 있어서 대중들이 보인 관심과 수요는 상당하며, 과학자를 비롯한 전문가들의 공급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서강대에서는 2003년부터 ‘커뮤니케이션 리더십 과정’을 개설하고 있으며, 2006년에는 제9차 세계과학커뮤니케이션회의(PCST-9)를 개최하기도 했다. 우리대학 역시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생활과학교실이나 과학 커뮤니케이션 스쿨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이 아직은 눈에 띄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서 가지는 발전 가능성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높다고 할 수 있으며, 그 결과를 기대해볼 만하다.

조규하 기자 jgh0812@

 

  우리대학의 과학 커뮤니케이션
  과학과 사회의 소통 위해 노력

▲ APCTP 행사 장면.

과학 대중화를 위한 노력이 우리대학에서는 과학기술진흥센터와 아태이론물리센터(Asia Pacific Center for Theoretical Physics, APCTP) 등을 중심으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과학문화재단 지원으로 2005년 설립된 과학기술진흥센터(센터장 임경순ㆍ인문 교수)는 그동안 과학 대중화를 위해 기존의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지원하는 생활과학교실을 확대 운영하는 등 지역 과학기술문화 진흥과 청소년 과학마인드 제고 등의 사업을 중점적으로 펼쳐왔다.


‘생활과학교실’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전국적으로 지원하여 운영하는 사업으로, 전국 초등학교와 읍면동 주민자치센터에서 강사와 학생들이 함께 여러 가지 실험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현재 9명의 강사들이 경북 지역 초등학교, 주민 단체, 각종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생활과학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평가 결과 2008년에 생활과학교실을 운영한 전국 86개 기관 중 우리대학의 과학기술진흥센터가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되었다.


또한 매년 4월 과학의 달을 기념하여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과학 퀴즈대회’를 열고 있다. 이날 퀴즈대회뿐만 아니라 과학 체험부스를 운영하고, 생활과학교실 교사와 학생이 만든 실험기구 전시와 물리학과 오픈랩 등 다양한 행사를 함께 진행한다. 그외에도 매년 가을에 열리는 포항 가족과학축전에 참가해 부스를 운영하고, 조기 영재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인 노벨 꿈나무 캠프를 운영하고, 지역주민이 과학을 쉽게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며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한편 APCTP는 전문가들을 초빙하여 각종 학술행사뿐만 아니라 과학 대중화를 위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행사를 개최하는 등 우리대학과 유기적 관계를 맺으며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과학 커뮤니케이션 포럼’에서는 과학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연사들이 초청되어 과학과 예술ㆍ문화ㆍ언론ㆍ사회와의 소통을 위한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올해 ‘워낭소리’의 이충렬 감독과 ‘시골의사’로 유명한 박경철 원장의 초청강연이 마련되어 많은 학생들의 호응을 얻었다. 또 ‘Physics in Library(도서관 속의 과학강연)’이란 행사를 개최하여 프레시안의 강양구 기자를 시작으로 김상혁 충북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원에 이르기까지 총 10명의 연사들이 초청되어 과학도서 소개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APCTP는 방학 때마다 ‘과학커뮤니케이션 스쿨’을 개최하고 있으며 지난 여름방학에는 제7기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과학의 대중적 글쓰기에 대한 중요성을 확산시키고, 과학기술에 대한 기초지식을 겸비하고, 과학적ㆍ문화적 상력이 풍부하며 비판적이고 논리적인 글쓰기에 능숙한 과학자들을 양성하고자 기획되었다. 매번 포스텍 학생들뿐 아니라 전국의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과학 대중화를 위해 학생들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과학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행사도 개최하고 있다. 지난 6월 포항시청 문화복지동에서 ‘울릉도 보물선 돈 스코이호를 찾아 떠나는 신나는 과학여행’를 진행했고, 11월엔 세계로봇올림피아드(WRO) 개최에 맞춰 실내테니스장에서 제6회 포항가족과학축제 ‘우주로 떠나는 신나는 과학여행’을 주관하여 많은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과학문화협력 사업을 총괄하는 박수근 팀장은 “APCTP는 과학자의 사회적 역할의 중요성을 깨닫고, 아시아 유일의 이론물리센터로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 앞장서고자 이러한 사업을 시작했다. 과학자와 대중 간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없던 과학자들에게 관심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라고 과학 커뮤니케이션 행사를 개최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독일의 경우 과학 강연에 노부부가 손을 잡고 함께 올 정도로 자연스럽지만, 우리나라는 아직도 흥미와 재미 위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사회적으로 유명한 분을 초청하는 경우에는 사람이 몰리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뛰어나더라도 사회적 인지도가 낮으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했던 2005년에 비해서 관심이 부쩍 늘었다. 앞으로 센터에서도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글로벌화나 다른 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사업을 확장시키려 노력할 것이다”라며, 특히 대학생들의 많은 참여를 당부했다.


좋은 기회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눈을 뜨고 찾으면 아주 가까운 곳에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있을 수 있다. 자신의 전공분야 공부에만 매달리기보다는 다른 다양한 분야에 눈을 돌리며 소통하고자 노력해보자.

정연수 기자 yeonsu00@
박지용 기자 kataruis@

인터뷰

박상준(인문) 교수로부터 듣는
과학 커뮤니케이션

사회 각 부문 구성원 상호간의 관계

미래의 과학을 책임질 과학도로서 전공지식 못지않게 관심을 가지고 인식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과학 커뮤니케이션’이다. 즉, 사회와 과학이 어떠한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할 것인가가 중요한 논점인 것이다. 여러 해에 걸쳐 일어난 각종 사회적 이슈 속에서 과학자들은 어느 위치에서 어떤 태도를 가졌었는지를 생각해보자.


실제로 황우석 사건이나 광우병 파동과 같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과학자들의 개입은 몹시 미미했다. 해결책다운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회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것은, 과학도의 눈으로 보았을 때 부끄럽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사회적 문제에서 과학자들의 활발한 개입이 있었더라면, 그래서 보다 믿음직한 해결책이 나왔더라면 그 문제가 치열한 전쟁의 형태로까지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게 인문사회학부 박상준 교수의 견해다. 박 교수로부터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 이전의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어떠한 형태를 띠고 있었는지?
지금까지의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두 가지 맥락으로 행해져 왔다. 첫 째는 미래의 과학자들인 과학도들을 대상으로 하여 말하기나 프레젠테이션 스킬과 같은 기초 교육을 실행했으며, 둘째는 일반인들을 상대로 하여 1970년대 말부터 과학 대중화를 시도했다. 이 과학 대중화 사업은 과학에 대한 대중들의 이해를 높임으로써 과학에 대한 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 이러한 과학 대중화 사업이 가진 문제점과 그 해결책은?
과학 대중화 사업의 경우, 실제로 의미 있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대중들의 과학에 대한 이해도가 그다지 높아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태도 또한 크게 바뀌지 않았다. 여기서 과학 대중화 방식에 대한 반성이 일어났다. 과학 대중화를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주목하여 과학자들도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갖고 공론 형성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이런저런 사회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그와 관련된 과학담론을 형성해야 하며, 그것이 보다 심각한 문제로 치닫기 전에 권위와 신뢰 있는 과학적 의견을 명확히 제시해 주어야 한다. 광우병 파동이나 황우석 사건의 경우를 돌이켜보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과학자들이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쳐 대중들을 가라앉히고 그들을 설득했다면 사건은 훨씬 빠르게 안정되었을 것이나, 실제 사태는 그와 다르게 전개되어 예산과 인력의 낭비를 막지 못했다.
이와 같은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과학 커뮤티네이션의 출발점이 사회여야 한다. 인류와 사회를 중심에 두고 사회 각 부문과의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여 바람직한 공론 형성에 기여하며, 공동체의 문제에 대해 설득력 있는 과학적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 과학도들에게 필요한 진정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교육은?
현재 진행되는 말하기와 같은 스킬 중심 교육은 기초 교육에 불과하다. 그에 더하여 사회의 다른 부문과의 네트워킹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필요하다. 보다 궁극적으로, 사회겙便올?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여줘야 한다. 이러한 사회와의 의사소통 기능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의 형태를 세미나 또는 토론의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
한 예로, 일본의 오사카대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센터(CSCD)의 경우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개념을 구성하고, 커뮤니케이션을 단순한 의사소통 스킬이 아닌 사회 각 부문의 구성원 상호간의 관계로 파악한다는 점을 주목할 수 있다. 다양한 의사소통 증진 프로그램을 접하고 사회에 나간다면 현재의 과학도들도 다른 분야 전문가들과 상호간에 원활한 네트워크를 실행하면서 과학과 사회의 조화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김가영 기자 kimka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