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오름돌]우리는 소통할 준비가 되었는가?
[78오름돌]우리는 소통할 준비가 되었는가?
  • 정연수 기자
  • 승인 2009.11.18 2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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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총학생회는 대학의 등록금 인상 계획안에 대해 학생들의 여론을 파악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총학생회는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상 계획안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으며, 이후 학교 측과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 이번 인상 계획안에는 다음 해 등록금을 9% 인상하고, 2020년까지 총 재정 중 등록금 기여도를 10% 수준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이 담겨있어, 그대로 통과될 경우 10년 내에 등록금이 두 배 이상으로 오르게 된다.


인상 계획안 자체와 별개로 기획예산팀에서 이를 사전에 발표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한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현재 학생식당 식비 인상 계획도 총학생회와 의견을 조율하고 있으며, 곧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어서 총학생회와 대학 행정조직에서 학생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발표된 설문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우리 학생사회가 아직 자격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이 설문조사는 총 354명이 응답했다. 70%가 넘는 나머지 학부생들은 등록금이 10%가 오르든 20%가 오르든 상관없는 것일까? 인터넷 속도에 대한 문제라면 스스로 건의 메일을 보내는 우리들이지만, 더욱 중요한 등록금 문제에는 왜 침묵하게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더욱 가관인 것은 보고서에 첨부된 수집된 의견들이다. 설득력 있는 의견도 많이 보이지만 의견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글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어떤 것은 이모티콘과 섞여 진지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어떤 글에서는 심지어 욕설이 보이기도 한다. 자신의 의견이 학교 정책이 결정되는 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기회에서 이렇게 진지한 태도로 임하지 않는다면 학교 측이 앞으로 우리를 진정한 대화상대로 인정해 줄지 의문이다.


곧 학생식당 식비 인상에 관한 설문조사가 진행되고, 총학생회가 주최하는 ‘학생과의 대화’와 ‘총장과의 대화’가 열릴 예정이다. 의사소통 과정에서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자. 비판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